한동안 컴퓨터를 안 하고 지내다 얼마 전 다시 인터넷을 연결하여
정말 오랜만에 아컴엘 들어왔다
요즘 내 생활은 딸램의 치료와 세 번째 수술 끝에 재활치료를 다니느라
우리 집에 머물고 있는 손녀 치닥거리에 바빠 쉽사리 컴에 앉을 시간도
없이 지냈다
이제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름 적응이 되어 여유가 생긴 탓에 비로소
컴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작년 첫 수술에 이은 두번 째 수술 후 꾸준히 재활치료를 다니던 손녀가 올해 2월에
세번 째 피부 이식 수술을 하고 3주동안 입원해 있으니 그 뒷바라지가 만만치 않았다
날마다 병원에서 손녀와 씨름하며 지내느라 퇴원할 때쯤엔 딸램의 건선이
무섭게 악화가 되어 온몸이 성한 데가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냥 두었다가는 손녀가 문제가 아니라 딸램이 죽게 생겼는지라 도저히
그냥 집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손녀를 일주일에 세 번씩 데리고 재활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도
딸램의 집에서는 차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하니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라서
지하철 한 번만 타면 되는 우리집에서 당분간 다니라고 한 것이다
어린 손녀 또한 힘든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 나서는 성격이 날카로워져
투정도 심해지고, 한 번 울며 떼를 부릴 땐 감당이 안 될 정도라
딸램 혼자서는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도 없는 게 당연하다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면 딸램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 손녀에게도 여유롭게
대하며 자기의 치료에 전념하다 보면 건선이 호전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집에서
지내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물론 혼자 있는 사위가 염려가 되긴 하지만 일단 한 가정의 주부가 건강해야
자식도, 남편도 돌볼 수 있는 거니 당분간은 자신의 몸을 치료하는 데만
전념하라고 하였다
남편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자신의 몸이니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 이번에 딸램의 몸을 보면서 미안함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꼭 안아 주었다
이번에 내가 알지 못했다면 딸램의 몸도 마음도 깊이 병들어 자칫 우울증이라도
생기면 사태는 더 걷잡을 수 없을 듯 하여 설득을 한 것이다
만지기만 해도 아픈 몸으로 병원에서 날마다 손녀와 씨름했을 딸램을 생각하니
왜 그렇게 참기만 했는지 새삼 자신보다 늘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딸램의 마음이 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곁에 두고 약도 해 먹이고, 채식으로 식생활 개선을 하여
식탁엔 인스턴트 없이 야채와 채소 위주로 차리니 저절로 다이어트까지 되고
옥상에서 일광욕도 하고 앞산에도 오르며 치료를 하고 있다
10여년의 건선 투병 생활동안 한의원은 얼마나 다녔고, 또 양약으로는 스테로이드제를
발라 봐도 뚜렷한 효과가 없었기에 이번엔 한의원도 안 가고, 양방도 안 하고 오로지
음식과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도 조금씩 좋아짐을 느낀다
그래도 건선은 완치란 없고 죽을 때까지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난치병이라기에
악화가 된 상태가 어느 정도 좋아지면 꾸준히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빼려고 해도 안 빠지던 살도 한달동안 무려 5Kg가 빠지니 딸램도
신기해하며 더욱 열심히 운동과 치료를 하며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대한다
비록 병으로 인해서이긴 하지만 결혼 이후 자주 볼 수 없었던 딸램을
우리집에 데리고 있으며 날마다 보니 좋은 점도 있긴 하다
아울러 손녀의 재롱도 함께 볼 수 있으니 우리에겐 엔돌핀도 얻는 기회임엔
분명하다
얼마가 걸릴진 모르지만 희망을 갖고 꾸준히 딸램의 치료에 매달리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딸램도, 손녀도 웃으며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