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초등학교 때 친구 둘이 우리집에서 잤다.
40년이 더 지난 친구들이다.
한 친구는 포항에서 또 한 친구는 대전에서 왔다.
시골사는 친구의 초청에 한 달음에 달려 온 고마운 친구들.
남편들도 아이들도 다 두고 일박을 하러 온 거다.
이젠 눈가의 잔주름이 어색하지 않고
적당히 불은 뱃살도 흉이 되지 않는 나이다.
야외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고
밤이 늦도록 어릴 적 추억이며 남편이야기에 아이들 이야기로
깔깔대느라 깊어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런데 주인인 나는 어느새 까무룩~
낮부터 손님준비로 분주하던 차에 잠이 들고
친구들 이야기 소리에 설핏 깨기도 하며 밤은 깊어갔다.
창 밖으로 보이는 까만 밤하늘에서는 별들이 유난히 밝고
집을 찾는 산새소리는 밤이 늦어도 들렸다.
시골로 불러줘서 고맙다고 했고
부르는 데 한달음에 달려 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친구는 계산이 없어야 편하다.
그냥 보고싶으면 부르고
부르면 달려 와 주는 편한 친구.
산 속에서 빗물을 받아 앉힌 물에 세수를 하고
묵은지와 산두릅에 추어탕과 민들레김치로 아침 상을 봤다.
그래도 달게 밥그릇을 다 비워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밥맛이 달다고.....
나무향이 그윽한 방에서 자서 그런지 몸도 개운하다고....
아내의 초등학교 친구들을 반갑게 맞아 준 남편한테도 고마웠다.
연기를 마셔가며 고기를 구워주고 저녁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함께 해 준 두 딸들도 고마웠다.
썬크림도 안 바르는 나를 보고 도시에 사는 친구가 그러지 말란다.
꽃은 봄이 되면 다시 피지만 한번 간 피부는 되살리기 힘들단다.
시골에 살아도 여잔 여자로 살아야 한다나?ㅎㅎㅎ
내가 언제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였게??
좀 가꾸고 살아라는 말을 몇번이나 하는걸 보니 내가 너무한 모양이다.
너무 시골스럽게 거무튀튀한 피부가 친구를 불편하게 한 모양이다.
뽀얗고 빤질거리는 피부를 가진 내 친구랑은 인종이 다른 것 처럼 보였다.
일박 이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흉허물없이 편했던 시간들
잠시 머물다 간 자리에 우리들의 어린 추억이 데굴거렸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런지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이들 출가와 남편들의 퇴직이 가장 큰 화제가 되는 우리나이
봄 밤은 짧았고 우리들의 이별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