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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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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보내드리고


BY 그대향기 2014-02-28

나흘 전 부산의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당뇨합병증과 뇌경색으로 쓰러지신지 두어달

그 동안 대학병원 중환자실과 요양병원을 오가시며 고생을 많이 하셨다.

본인은 그 고통을 호소 하시지도 못하고 의식을 잃으신 모습으로

욕창과 괴사까지 엄청난 고통을 감당하셨다.

가족을 알아 보지도 못하셨고 날마다 본인의 몸이 썩어들어가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도 않고 너무나 착한 중환자셨다.

 

여러번 사선을 넘나들으셨고

그때마다 창녕에서 부산까지 오가기를 여러번

아버님은 참 강하셨고 세상의 끈을 질기게 붙들고 계셨다.

아무런 즐거움도 기쁨도 알지 못하시는 모습으로

아버님은 이 세상에 머무르기를 원하셨다.

그렇다고 미련을 못 버리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으셨다.

 

그냥 그렇게

그냥 무덤덤한 편안하고 오히려 천진스러운 모습이셨다.

그런 모습이 더 안타까웠고 회복이 있으실런지 기대하게 만드셨다.

그러나 무거운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의 불씨는 사그라들었고

그렇게나 강하셨던 아버님은 긴.....여음을 남기고 생명줄을 놓으셨다.

 

가족들은 갑작스런 소식이 아니라 덤덤했고

장례절차는 서두르지 않고 착착 진행되었다.

연세가 있으셨고(84세)  여러번 사선을 넘나들으셨기에

친인척들은 오히려 편히 잘 가셨다 상주들을 위로하셨다.

사흘 동안의 장례식이 무사히 잘 마쳤고 한줌의 재가 되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셨다.

 

아버님의 6남매들이 아무 다른 이유없이 사흘씩 함께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님을 보내드리는 일로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몇년씩  보지 못하던 조카들과 친해지는 사흘이었다.

아버님은 생전의 모습보다 마지막 모습이 더 후하고 편해 보이셨다.

힘겨웠던 세상의 짐을 다 내려 놓으시고 난 후의 가벼움이셨는지....

무섭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말씀을 하실 것만 같았다.

 

어머님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아버님을 곁에서 모셨더라고 그랬던지

입관을 할 때도 발인을 할 때도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할 때도

나는 막내 시누이 다음으로 눈물이 많이 났던 세째 며느리였다. 

장례 치루고 경비 제외한 꽤 많은 돈은 어머님께 다 드렸다.

이제 혼자되신 어머님을 위로해 드리고 매달 생활비를 보내 드리는 일만 남았다.

6남매중에서 아버님 치료비를 가장 많이 부담하겠다는 남편의 말에도

그래 마지막 효도니까 봐 주지 뭐...그렇게 편하게 생각했다.

 

사람 마음이 참 ..

친정엄마를 보내드릴 때는 세상을 다 잃은 만큼의 허탈감이 있더니

시아버님은 가실 때가 되셨나 보다..그렇게 생각이 드니

남편 맘을 깊이 헤아리기가 어렵다.

남편의 아버님 사랑은 애증이 엇갈리는 참 복잡미묘한 감정같다.

이제 모든 것은 다 지나갔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만 남았다.

 

아버님 안녕히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