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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동네 미용실


BY 그대향기 2013-11-18

 

버티다 버티다 안되겠어서 머리를 잘랐다.

아니 파마를 하면서 컷트를 했다.

나는 왜 미용실에만 가면 조는지..ㅋㅋㅋ

원장님이 파마를 하고 도우미가 내 머릴 잡아야 할판.

염색이니 매직이니 그런 값나가는 걸 안해도

시골마을치고는 비싸다~~

거금 3만원.

 

머리를 말고 잠깐 졸고 있는데

갑자기 미용실 안이 완전 장마당이다.

와글와글 시끄리덤벙~~`

졸다가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위동네 아랫동네 형님 동서 아지뱀(아주버님)

하이고오~~

 

누구네는 김장을 벌써 했다느니

누구네는 며느리보면서 논 서너마지기를 팔아서

집을 사 줬다느니

요즘 며느리는 시어미가 김장 갖다주는 것도 싫어하고

지들이 요새 유행하는 음식 해 먹는다는 둥

누구집 아버지가 누구랑 바람이 났다더라는 둥

거의 공사장 수준의 고음으로 떠들고 있었다.

 

누구 한사람 시끄럽다 안하고

웃고 떠들어도 다 한 가족이다.

원장님이 바쁘면 손님 머리 감겨 주는 일도

아무나 손 노는 사람보고 해 달래도 화 내지 않고

바닥에 널린 검은 머리카락도 손님이 솔선해서 쓸어 담고

말린 머리수건도 알아서 착착 개켜둔다.

 

점심 때가 되면 전기 밥솥 코드를 봅아 내서

빙 둘러 앉아 김장김치 두어포기를

손가락으로 죽~죽~찢어서 먹고

설겆이도 아무나 주방에서 해 준다.

미용실 단골들은 머리하러 오면서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도 들고 온다.

그러면 원탁에 펼쳐 두고 이사람 저사람 집어먹고.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시골동네 미용실은 사랑방이고

소문의 발생지고

아줌마들의 수다방이고 참새방앗간이다.

머리만지러도 들리고

아는 얼굴 있으면 빼꼼 고개 디밀었다가

엉덩이 깔고 눌러 앉아 이런저런 소문듣고

.........

그나저나 난 언제 머리 길러서 뒤로   묶어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