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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팔순 생신....


BY 시냇물 2013-11-04

 

어제 우리 집에서 엄마의 팔순 생신상을 차려 드렸다

음력으로 10월 4일이니 이번 주 수요일인데 늘 시부모님 제사와 겹치는지라

번번이 제 날짜에 참석을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생신을 해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의 연세도 있으시니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내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기에....

 

남편에게도 얘기를 하니 이런 내 뜻이 이해가 되었는지 승낙을 해주어 며칠 전부터

메뉴 정하고, 장을 봐서 차근차근 준비를 하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우리집에 손님 초대하여 내 손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고, 그저 사느라 바쁘니 할 엄두를 못냈던 것도 사실이다

 

토요일에 두 딸램이 미리 와서 나와 함께 음식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니 이 또한

사는 재미로 느껴졌다

나의 두 외손녀들까지 합세를 하니 무려 4대가 모이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감이 밀려 온다

 

왠지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시간이 없을 것 같고, 올해 생신은 팔순의 의미도 있기에

내 손으로 직접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들었다

 

며칠 전 남동생 장인이 돌아가시어  혼자 남겨지신 장모님과 시간을 보내느라

하나뿐인 남동생네 식구는 아쉽게도 참석을 못 하였다

 

두 딸램들도 어느새 주부 경력이 쌓여가니 내가 준비해 준 재료들로 전을 예쁘게도 부쳐서

채반에 가지런히 놓으니 보기도 좋고, 맛도 일품이라 역시 음식엔 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또 느꼈다

할머니 생신상에 놓을 거라며 두 딸램들도 어찌나 정성을 쏟는지 우리의 정성이

헛되지 않아 모처럼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더욱 기다려졌다

 

원주에서 큰언니 내외가 엄마를 모시고 점심 때쯤 도착을 하시니 가족들이 환영을 하고

우리 내외, 두 딸램과 작은사위, 나의 두 외손녀, 막내 여동생, 셋째 여동생네 딸램등

대가족이 거실에 차려진 상앞에 둘러 앉으니 온 거실이 그득하여 사람사는 맛이 느껴졌다

 

상에는 구절판, 갈비찜, 잡채, 삼색전과 나물, 샐러드등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 차려 놓으니

색깔도 화려하고 상이 그득하여 절로 군침이 돌았다

언니가 와인을 깜빡하고 안 가져오는 바람에 우리집 냉장고에 있던 정종으로 다 함께

건배를 하며 즐거운 대화와 함께 식사를 하였다

엄마가 미리 준비하신 가정을 위한 기도를 해주셨고, 좋아하는 성가도 불러 주시어

후손들을 기쁘게(?) 해주셨다

 

식사가 끝난 후 후식을 들며 대화를 나누다 드디어 두 딸램이 준비한 케잌을 자르고

생신 축하 노래도 불러 드리니 나의 두 외손녀들이 더 기뻐하며 앙증맞은 손으로

손뼉을 쳐서 가족들이 다들 웃음꽃이 피었다

엄마는 노래교실을 다니며 열심히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자손들 앞에 멋들어지게

부르시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셨다

 

나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오카리나로 준비한 두 곡을 반주에 맞춰 연주를 하니

가족 모두가 감동을 하며 연신 동영상으로 찍어서 마치 내가 콘서트를 하는 것 같았다

 

어른들은 준비한 용돈을 드리고, 나의 두 딸램과 여동생 딸램은 편지를 써서 드리니

엄마는 기쁘신지 연신 입이 귀에 걸리셨다

언니는 \"엄마 오늘 계타셨네!\"하며 흥을 돋궜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여동생 딸램이 가족들의 요청에 쑥스러워하더니 멋진 음성으로

노래를 짧게 부르고 나니 가족들이 다 응원의 박수를 쳐주었는데 마침 나의 4살짜리 손녀가

귀여운 음성으로 \"이모, 잘했어!\"하더니 증조할머니께 받은 용돈 중에 만원을 건네 주는

모습에 어른들은 다들 배꼽을 잡았다

어찌 그런 생각을 다 했는지 원 ㅎㅎㅎㅎ

 

이렇게 엄마의 생신을 맞아 모처럼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나이 들어 가면서는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지금처럼만 건강히, 저희 곁에 계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