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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안돼요, 우리 시어머님


BY 꽃사슴엄마 2013-09-11

지난 8월 시부모님께서 서울 서방님네로 결혼 후 첫 나들이를 하셨습니다. 늦은 결혼이지만 다행히 아이는 일찍 들어서서  농한기때라 겨우 짬을 내셔서 상경하셨어요. 저는 마침 저희 큰놈이 군제대하고 집에 있었지요. 날도 덥고 또 올라가실때 자식네 가신다고 짐을 바리바리 싸가실거 같아 모시고 다녀오라고 딸려보냈습니다. 물론 두분도 장손이 같이 나서니 든든해 하셨어요. 얼마나 계실지 여쭤보니 곰방 내려오신다던 시부모님께선 일단 아버님은 이틀만에 내려오시고 큰놈은 그 다음날 바로 내려왔죠. 어머님께 여쭤봐도 내려오실 때를 정확히 얘기 안해주시더라구요. 저는 혹 서울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촉을 세우고 있었어요. 또 아버님 혼자서 몇일간 집안살림을 하셔야 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걱정하다 못해 시골로 가서 아버님 식사준비랑 집안을 청소를 했습니다. 혹시 또 두분이 다투셔서 그런가 싶어 조심조심 아버님께 여쭤봤더니 아 글쎄 눈처짐 성형수술을 하셨다지 뭐예요. 얼마전부터 말씀은 있었지만 덥석 올라가셔서 아마 충동적으로 하신 것 같아요. 날도 더운데 염증이나 생기지 않을까 전 하루에 한번 이상은 전화드려 안부 묻고 언제나 내려오시냐고 여쭤도 봤지요. 근데 얼추 일주일정도를 얘기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주말에 시골에 애들아빠랑 내려가 집안일도 하고 어머님 오시면 서프라이즈 해드리려고 장장 4시간 걸쳐 냉장고 3개를 청소했습니다. 김치냉장고 2개, 일반냉장고 1개를 싹다 비우고 내부랑 청소를 다했습니다. 애들아빠랑 같이 했거든요. 얼마나 궁시렁거리던지. 아버님께서도 옆에서 보고 계시다가 민망하셨는지 자리를 뜨셨어요. 암튼 무지 더운날 땀내가 곰팡이내로 바뀌도록 열심히 치웠습니다. 전 덜 민망하시라고 아버님께 자장면을 사달라고 했어요. 아버님께선 흔쾌히 그러마하고 점심은 자장면으로 떼웠습니다. 버릴만한 건 다 버리고 깨끗하게 정리했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죠. 어머님껜 오셔서 놀라시라고 말씀을 안드렸거든요. 아버님이 하셨겠죠. 몇일후 오시더니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물어보지도 않고 막 이것저것 아무거나 다 버렸다구요. 시골분들 아시잖아요. 냉동실에 엄청 얼려놓으시는 것들. 제가 생각이 짧아 밖에 저온고를 생각못하고 노아 흘러내리는 것들은 웬만한 건 다 버렸거든요. 얼마나 화를 내시는지 전 당황스러워 말문도 막혀버렸습니다. 애들아빠가 바꿔달라고 해서 통화를 하시더니 역정을 내시면서도 애를 쓰고 치웠는데 화만 냈다고 하시대요. 그래 또 그 다음날 짬을 내서 애들아빠랑 시골에 갔습니다. 어머님 얼굴을 뵈니 너무 이상한 거예요. 달리 말씀은 안드렸지만 너무 적응이 안돼 전 몇마디 여쭤보다 준비해간 음식들 차리러 부엌으로 갔습니다. 근데 애들아빠랑 엄머님이랑 큰소리를 내며 싸우는 거예요. 냉장고 청소때문이죠. 저는 가서 제가 생각이 짧아 그랬다고 하면서 뜯어말렸어요. 덕분에 음식이 코로 들갔는지 입으로 들갔는지 모르겠데요. 덕분에 집에 와서 급체를 해 생고생을 했습니다. 그뒤로도 어머님 얼굴뵈면 점점 나아지긴 해도 아직도 적응이 안됩니다. 그 일후 전 맘놓고 이것저것 달라고도 못해요. 좀 더 시간이 지나야죠. 어머님 전 지금 얼굴보다 그이전 얼굴이 더 좋아요. 너무 싸나워 보이세요. 하지만 어머님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 제가 생각이 좀 짧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