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말간 바람이 나의 양쪽 볼을 살짝 스치는 느낌이 좋아서인지 나도모르게
콧노래가 흥얼흥얼 나온다.
갑자기 이 가을에 변신 좀 해볼까 하면서 눈동자를 굴러보다가
남편에게 슬며시 운을 떠본다.
\"나 숏커트 하면 어울릴까?\"
길진 않지만 어깨선까지 와닿는 머리를 깡충 묶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남편은
-이 짧은 기다림이 왜케 길게 느껴졌는지...아마 안 어울린다는 말이 나올까봐...ㅎㅎ-
\"괜찮겟는데...그런데 겨울에 안 추울까?\" 하면서 보던 신문으로 시선을 옮긴다.
\"겨울엔 어차피 귀마개하고 다니는데 뭘...ㅋㅋ 좋아 이 가을에 변신 해볼꺼야\"
나의 머리속이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어떤 스타일로? 유명인들 헤어스타일 검색을 해볼까? 정말 잘 어울릴까?
몇 년전에 커트 머리로 잘라 봤지만 숏은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지...
발랄해 보인다. 잘어울린다. 긴머리가 더 우아하고 좋던데...
여자는 주기적으로 성격이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스스로가 제어가 잘안된다.
그중의 한 명이 나기도하다.
딸에게도 카톡을 보내니 시도해보란다.
자기도 엄마의 after 모습을 보고 숏커트를 할꺼라나?
에잉 그대와 난 스타일도 분위기도 다르지 않니?ㅋㅋ
모임에 나가서 차를 마시고 나오는데
마침 모임중 한 언니가 미용실에 간다고 해서 나도 숏커트 해볼까? 하고 물어봤더니
웬걸 지금 스타일이 가장 좋단다.
아주 길지도 않고 딱 적당한 길이로 우아?해서 좋고
오늘같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으면 단아?해서 좋단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약한 난 그냥 당분간 지금의 스타일로 나가려한다.
잠깐의 변신도 좋지만 숏커트햇다가 낭패라 생각하면 떨어진 머리를 붙일 수 도 없고
가발을 쓰고 다닐 수 도 없으니말이다.
나의 솔직한 밑마음이다.
이 가을에 난 무엇으로 변신할까?
다시 숙제가 생겼는데 기한이 언제까지인지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