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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IR,,,가을개편을 하고


BY 비단모래 2013-09-04

 

9월2일 개편 첫날 영 오프닝이 써지지 않았다.

 

지우고 다시쓰고 지우고 다시쓰기를 몇 번

 

가까스로 대본을 다 썼다. 어깨가 아팠다.

 

 

 

 가을개편 첫날

 

개편첫날의 부담감도 있고 또 40번이 넘는 개편을 맞은 세월속에

 

이제 머릿속도 고갈되었다는 느낌이다.

 

 

 

91년 가을개편에

 

우연히 방송작가 섭외가 들어왔다.

 

방송작가가 무슨일을 하는줄도 모르고 일단 미팅을 하자는 말을 듣고

 

설거지만 하던 아줌마가 방송국엘 찾아왔다.

 

 

 

아니 방송국은 시집내고 몇 번 출연하느라 와보았지만

 

여기가 일터가 되리란건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다.

 

결혼하고 10년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애들만 키우던 여자에게

 

방송작가 제의는 가슴설레고 두려운 일이었다.

 

 

 

남편에게 방송국에서 작가를 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하자 남편은 단호히 노.NO였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엄마가 집을 비우면 아이들이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고 싶었다.

 

무슨일을 하는 것일까? 방송작가는...

 

그리고 시간맞춰 출퇴근하는것도 아닌 프리랜서니까 시간을 잘 조절하면 될줄 알았다.

 

 

 

금테안경에 눈이 큰 차장님은 가을개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셨다.

 

새PD..새MC..새작가가 의기투합해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라 하셨다.

 

 

 

하여간 어찌어찌해서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하게 되었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주일을 하고 손들고 말았다.

 

방송 시스템도 모르고 나와는 맞지않는다고 생각했다.

 

차장님은 그야말로 매일 호통과 꾸지람이었고

 

학교다닐때도 아버지에게도 남편에게도 별 소리 안듣고 산 내가 왜 남 남자에게 이런소리를

 

들어야하는지도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니 집안일이 소홀해지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남편도 나의 부재를 불편해했다.

 

 

 

역시 나는 살림하는 주부로 사는것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잡은 건 담당 PD였다.

 

 

 

그것도 못참고 어찌 사회생활을 하겠느냐..

 

그리고 차장님이 앞에서만 그러시지 끼가 넘친다고 칭찬하신다..

 

그 말에 은근슬쩍 주저앉은것이 이렇게 20여년이 훌쩍 흘러가고 말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꿈속에서도 깜짝 깜짝 놀라는 방송이라는 매체

 

방송이 시작되었는데도 방송원고가 써지지 않았던 그 꿈속의 발버둥

 

오프닝이 시작되면 좀 더 잘써야 했는데 하며 늘 민망해 눈도 맞추기 어려운 MC

 

그리고 지적에 지적이 많은 모니터

 

마음 허물어지게 하는 시청율.청취율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봄개편 가을개편...

 

누구는 떠나고 누구는 남는 프리랜서의 세계에서

 

20여년을 지켜온 나는....나는 무엇이 나를 지켜온게 한 힘이었을까?

 

정말 주변에 참 좋은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함께 일하자고 손내미는 PD

 

함께하면 정말 편하다는 MC

 

그리고 방송 프로그램에 힘을 주신 많은 게스트

 

편지로 엽서로 전화로 참여해주신 애청자..

 

 

 

그리고 나중에 정말 나를 도와준 아들들과 남편

 

 

 

그렇게 나의 허물을 덮어준 분들이 많았기에 이자리에 있지않을까?

 

 

 

2013년 가을개편

 

어쩌면 나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개편을 맞았다.

 

힘을 내야겠다

 

마지막 내 삶도 노을처럼 아름다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