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최저시급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르면 얼마나 오르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51

눈동자 세탁소


BY 새우초밥 2013-09-04

 

 

    어둠이 드리우진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수은 가로등을 보고 있으니까 누가 물을

    썩은 것처럼 다른날과는 다르게 연하게 빛나는것 같았다.

    지난 목요일 밤에 소리없이 나뭇잎을 때리면서 내리는 빗소리를 한 밤에 듣고 있으면

    마치 라디오에서 어느 성우가 만화 화면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이 비를 피하는 장면에서

    그들 사이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려주는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씩 더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는 오후에 있었던 착찹했던 내 마음을 어느 순간에

    씻어주는것 같았다.

 

       \"녹내장 증세가 있는것 같아서 다음달에 한번 더 오세요\"

       \"지금까지 검사해봐도 한번도 녹내장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대학병원 안과 교수가 나에게 녹내장 증세가 보인다는 말에 나는 적지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있다는것이 아니다 다만 혹시나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10년전 투석 초기에 혈압이 200까지 상승하면서 안압이 압력을 받는 바람에

   눈동자속으로 피가 들어갔다.

   그래서 그때 부산에서 안과계통으로 잘한다는 병원이라는 병원은 다 갔지만

   못 고친다는 이야기에 그래도 한 군데 더 찾아가보니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1년동안 영양제 복용하고 완쾌되었지만 그 흔적이 남았다.

   혹시 의사가 그것을 보고는 녹내장 증세로 오인한것은 아닌지 다음달에 한번 더

   검사를 해볼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눈 앞에서  아지랭이처럼 생긴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자주가는 안과병원에서는 사물이 눈동자 뒤에 맺히는 현상 때문에 그렇다라고

   의사는 말하고 이 의사가 기록해준 의료진단서를 가지고 대학병원 안과에 갔다.

   안과에 가면 기초적으로 받은 검사들은 항상 동일했지만 처음으로 받아보는 검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얼굴을 기계 앞에 갖다대고는 무엇인가 보이면 손에 쥐고있는 도구를 눌리고

  그것으로 검사결과를 본다고 했다.

 

  눈동자를 키우는 검사를 하면 2시간동안은 사물이 흐려보이는 현상을 보인다.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당분간은 운전을 중지해야 하는데 나는 검사마치고 있을때

  의사가 나에게 다가오며 눈동자를 다시 보더니 또 다른 말을 던졌다.

 

      \"얼굴에 핏기가.... 빈혈이 있죠?\"

      \"저는 그 수치는 10입니다 투석하다보니 그렇지요..\"

 

  투석하는 사람에게 빈혈수치..즉 피 수치는 1~14까지 존재하는데 8 밑으로 내려가면

  밥맛이 없기에 식사를 할 수 없지만 나 같은 경우는 대체로 10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식사를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12까지 올라가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것이

  나에게는 좋은것이다.

  눈 영양제 하나 받고 병원 안에서 1시간 있다가 집에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의 몸 하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것에서 마음의 안정이 되고 먹고 싶은 마음에

  자갈치에서 명태전 만드는것을 가지고 오는길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사람이 하루를 살아도 기분좋게 살면 좋겠지만 그래도 인위적으로 못하는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받아보니 자신의 집 근처에서 저녁 한끼 하자는 말에 그 버스타고

  친구 동네에 내렸다.

  친구가 미용실에 있다는 말에 들어갔는데 여기에서 주인이 나에게 한마디 말을 던졌다.

 

      \"얼굴이 왜 그래요 초췌합니다\"

      \"이 친구 몸이 좋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친구가 수건으로 머리를 딱다말고 무엇 때문에 그렇다고 거들고 나섰다

   내가 그렇다고 얼굴이 이상한 얼굴도 아닌데 다만 조금 야위어보인다는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비록 최근에 얼굴 살은 좀 빠졌지만 밖에 나가면 그래도 당당하게 걸어가며

  고개 한번 숙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 눈에 내가 그렇게 보인다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과연 어떤식으로 보였을지 그래도 나는 남자라고 여자에게 흥미가 있고 여자를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내가 너무 당당하게 설치고 다니는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방 거울에서 보이는 내 모습은 안정적이고 항상 같은 모습이다.

  꿈속에서 어느 여인을 만나 사랑을하고 달콤한 사랑까지 이여지다가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나면 또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잠을 청하지만 그녀는 만날 수 없다.

  그렇듯이 내방 거울안에는 나의 좋은 얼굴만 볼 수 있는 마법의 장치가 있는지 몰라도

  집을 벗어나 다른 거울을 보면 또 다른 모습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항상 익숙한 내방 거울의 마법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서

  다른 거울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전혀 다르게 보이기에 간혹 의아심을 품었던 그런 때가

  몇번이나 있었다.

  하루에 2번정도는 거울을 본다.투석하러 가는날 머리정리하면서 거울보고 다른날에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면 옷 갈아입으면서 거울을 한번보는 나는 오늘은 살이 올랐는지

  아니면 또 빠졌는지 살펴보는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눈동자를 다시 예전처럼 깨긋하게 만드는 눈동자 세탁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거울은 나에게 하나의 희망을 삶의 동반자 같이 하루에 1~2번 만나게 되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확인 받듯이 나도 거울을 보면서

  거울속에서 살아가는 그 남자가 오늘도 변함없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