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무섭다.
수십대의 버스가 우리집 마당으로 밀고 들어오고
바글바글바글.....
참새떼 같은 아이들을 토해내는
버스옆구리가 무섭다.
지난 주와 지지난 주에 이은 수련회는
무더위와 누가누가 이기나 내기라고 하려는 듯
폭염은 나를 놔 주지 않고 나는 거기에 맞서
온 몸에 있는 수분이라는 수분은 다 쏟아내며 버팅긴다.
땀폭포는 소리도 없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온 몸을 적셔 놓는 날씨에
수백명의 세끼 밥을 정해진 시간에 해 대려니
식중독과의 전쟁도 치루어야 하는 입장이라
늘 긴장의 연속이다.
수련회도 수련회지만 큰딸의 출산예정일이 겹쳐서
우리집에 와 있은지 벌써 한달이 넘는다.
친정집하고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기에
큰외손녀도 봐 줄겸 배불뚝이를 집에 와 있게 했다.
더운 날씨에 해 먹기도 힘들 것 같고.
나는 내가 생각해도 열혈친정엄마 같다.
이 더위에 먹는 거하며 입는 거 그리고 간식까지
세탁이며 모든 걸 다 해 준다.
내가 그맘 때 혼자서 감당하며 지냈던게
잠재적으로나마 아쉬움으로 남았던지 뭐든 다 해 주고 싶었다.
배불뚝이 큰딸에 외손녀, 얼마 전 우간다에서 돌아 온 둘째 딸
그리고 병장 말년휴가를 나온 막내 아들까지
같이 모이기도 참 힘든 온 가족이 이 더위에 다 모여 복닥거린다.
학생들 여름 수련회를 감당하며 식구들 밥까지 챙기느라
지칠만도 한데 하루 세끼 따뜻한 밥상을 차려낸다.
오늘 낮에는 큰딸을 위해 고구마케잌까지 대령했다.
그저께 달콤한 케잌 한 조각이 먹고 싶다는 말을 흘렸기 때문이다.
꼭 먹고 싶다기보다는 달콤한게 당긴다는 뜻으로
그냥 해 본 말이었다며 딸이 감동을 받으며 놀랜 눈치였다.
이 더위에..그것도 수련회 중에..케잌을 사러 읍엘 다녀오셨냐고???
시원한게 먹고 싶다면 팥빙수를 사러 나갔고
헐렁한 옷이 마당치 않다면 인견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주문해서 사다 입혔다.
외손녀 옷도 인견으로 사 입혔더니 시원한지 땀띠가 쏘옥 들어갔다.
내가 누리지 못했고 내가 가지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을
바빠도 힘들어도 돈이 들어도 해 주면서 오히려 내가 행복하다.
그러면서 큰딸한테 한마디했다.
\"너도 나중에 이 엄마 늙으면 이렇게 해 줄거지?\"
못 받을 줄 알면서도 넌즈시 물어봤다.
\"에이..엄마는...별 말씀을요. 이렇게 안 해 주셔도 당연히 잘 해 드려야죠.\"
요즘 너무 감사하고 공주대접을 받으며 사는 것 같아서 황송하대나뭐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