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근시인 아들이 언제부턴가 저녁이후 형광등을 켜도 주위가 좀 어둡게 보인다는 말에
신경이 쓰여 함께 안과를 찾았다.
안과검사를 모두 끝낸 의사샘은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며 안경이 오래 되었으니
렌즈만 새로 바꿔도 괜찮다고 말씀을 하셨다.
같은 안경으로 3년을 끼었으니 시력은 차이가 없어도 스크레치로 인해 눈이 피곤할 수 있겠다 싶어
아들이 다녔던 안경점을 가서 처방전을 보여주고 안경테를 구경하고 있는데
아들이 엄마 전화기가 울린다고 알려준다.
오래간만에 통화하는 막내남동생이다.
안부와 더불어 느닷없이 통장번호를 알려달란다.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은 없고 그냥 통장번호 좀 찍어달라고 해서 그런다고 했다.
나는 동생이 개인적으로 필요한가보다 하는 생각에 더 묻지는 않고
아들과 안경점을 나와 모처럼 아들과 데이트를 즐겼다.
키다리 아들의 팔에 팔짱을 끼니 나무 가지에 피어난 꽃 같다.
평소 무뚝뚝한 아들은 엄마가 묻는 말에 대답도 곧 잘하고 가끔 웃는다.
좀 더 살가우면 좋을텐데 타고난 성격이 그런걸 어쩌하리요.
아들의 지갑을 고르는데 둘의 취향이 비슷한지 아들이 고른 지갑이 나도 맘에 든다.
아들은 지갑을 살펴보고 흡족해하며 잊어 버리지않고 잘쓰겠노라고 한다.
저녁준비를 하는데 카톡의 소리가 들려 열어보니 남동생이다.
\'그동안 동생들 챙기느라 고생했는데 정작 큰누나 본인이 힘들 때 보탬이 못된것 같아 항상 미안해
하고 있구 얼마 안되지만 막뚱이 성의라 생각해주삼^^;;\'
콧등이 찡하면서 뭐라고 해야될지 먹먹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에서 그려진다.
녹록하지 않았던 예전의 친정모습과 진학을 앞둔 남동생의 담임선생님들 만나서 상담했던 일,
월급을 꼬박꼬박 엄마에게 드려도 거의 비슷한 반찬과
학교다니는 동생들의 등록금과 요양원에 있는 오빠에게 매달 송금하는
돈을 걱정했던 색바랜 작은 그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부모님 모시고 아이둘 키우기도 힘들텐데 누나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동생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와서 한참을 울었다.
늘 성실하게 생활하고, 가족의 우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엄마 아빠를 잘 모시는 착한동생이다.
힘들어도 엄마께 힘들다는 소리한번 안하고 묵묵하게 직장생활하는 동생이다.
친정에 가면 올케를 돕는다고 어쩌다 청소기 한번 돌려주면서 큰소리치는 재미나는 동생이다.
나보다 한참어려 늘 어리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런생각을 하는 동생이 큰 산처럼 보인다.
전화를 해야되는데 계속 눈물이 나와서 통화를 못할 것 같아 메세지를 보냈다.
\'누나가 전화를 해야 되는데 눈물이 나와서 통화를 못하겟네.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 늘 대견하게 생각하고 부모님 잘모시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의 큰 선물을 받으니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정말 고맙고 잘 쓸께~~\'
동생은 화이팅하라며 외쳐주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그냥 형제니까 하는 무덤덤한 마음으로 살아 왔었는데
동생과의 메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이런 날도 있구나 싶은게
눈물이 웃음으로 변한다.
솔직히 몇 달째 월급이 없는 우리 가정에 크나큰 도움이 되는 돈이다.
머지않아 햇님이 우리 집을 환하게 비워주는 날에
나또한 동생에게 빛을 뿌려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