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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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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귈래요?


BY 자화상 2013-07-08

어민동산에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어대고 마침 등나무 그늘아래 긴 의자 두 개가 비어 있었습니다. 우린 분수를 바라보며 각자 따로 앉았지요. 이제 6월 초순인데 긴 바지에 반팔 옷도 너무 더웠습니다.

부채질을 하며 옆의 의자에 모자를 눌러쓰고 그 아래로 양 볼이 훌쭉 들어가 나이 육십이 넘어 보이는 남자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해남서 왔소.”

“부인은 어디 있어요?”

“25년 전에 집 나가서 안 들어왔소.”

“세상에 그럼 여태까지 혼자 사셨어요?”

“예.”

“안되었네요. 자녀는 있어요?”

“딸 하나 아들하나 있소.”

“네~ 애들이 몇 살 때~”

“딸이 여섯 살, 아들이 세 살 때 암말도 없이 가부렀소.”

“혹시 주정으로 폭력을 썼어요?”

“아니라. 나는 술 한 잔도 못허요.”

“그러면 다른 여자를 보셨어요?”

“나는 지금까지도 다른 여자 근처에도 안가요.”

“네~그러면 부인이 바람이 났군요.”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뭔 이유로 나갔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겄소.”

“그러면 지금은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딸도 아들도 아직 공부하고 있고 나는 회사 퇴직을 해서 연금으로 먹고 쓰고 하요.”

“그래요? 연금이 많이 나와요?”

“뭐 할라고 다 물어보요?”

“호호호. 아, 분수가 시원~하게 올라가고 내려오고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도 시원~하게 털어 놓으면 몇 십 년 묵은 스트레스도 확~ 사라질 것 같아서요.”

“그라믄 그짝은 몇 살이요?”

“아직 계란 두 판은 안 채웠어요. 아저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요?”

“나는 모자를 쓰먼 오십이고 벗으먼 육십이요.”

“우하하하. 한 번 벗어보세요.”

“내가 여자들 앞에서는 모자 안 벗은디. 할 수 없소. 자. 3초만 보시오.”

“하나. 둘. 셋!”

“아이고 아저씨 너무 빠르시네요. 순간 봐도 머리꼭지가 반드르 하시네요.”

\"아저씨 우리 사귈래요?\"

우리는 마주보고 어깨를 들썩이며 크게 웃었다. 오랜만이었다. 남편은 환갑을 보내고 더 유머가 무르익고 이제 쉰여섯이 된 나는 어느새 마음은 스물여섯나이로 돌아가 남편에게 장난을 걸었다. 우리 이렇게 재미나게 늙어가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