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19

ON Air...남편이름이 틀렸어요


BY 비단모래 2013-06-28

년도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TV프로그램 주부가요열창을 하던 때였다.

세상에 어쩌면 노래잘하는 주부들이 이렇게 많을까?

어떻게 집에서 그 끼를 누르고 살아왔을까?

 

방송국 공개홀에서 예심을 하는 날이면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주부들이 가득했다.

막결혼한 새댁부터 일흔이 넘으신 분들까지

주부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었다.

 

주부들을 밖으로 끌어낸 프로그램

그래서 노래교실을 활성화 시킨 프로그램이 주부가요열창이었다.

주부가요열창에 나오기 위해서 노래교실을 다니며 노래를 배우고 지도를 받는 주부들이 늘었났다.

노래는 주부들의 우울증도 고쳐주고 주부들의 의상을 화려하게 변모시켰다.

주부가요열창 프로그램에 서기위에 다이어트 했다는 주부도 있었다.

그렇게 주부가요열창은 주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도전하게 하고 용기를 심어주었다.

참 좋은 프로였다고 생각한다.

 

 

그때 엠시는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

왠지 아저씨라는 단어가 익숙한 이상용씨였다.

그분은 녹화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기 일쑤였고

군대간 아들땜에 마음아파하는 엄마들에게는 위안과 격려를 주는 엠시였다.

 

그날도 녹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여섯명의 주부와 심사위원 둘 그리고 초대가수

이렇게 모여 녹화되는 녹화현장은 그야말로 떠들썩 하다.

 

녹화가 시작되면 주부들은 왜그렇게 긴장하는지 손에 땀이 흥건하거나

떨려서 도저히 노래를 못하겠다는 주부도 있었다.

어떻게 그런 심장으로 도전했을까 하지만 막상 조명이 빛나는 무대에 오른다는건 떨리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잠깐 노래를 하는 주부들을 위해 응원컷을 만들었다.

아들 딸 남편 친구가 영상으로 응원을 보내는 것이었다.

 

울엄마 화이팅 여보 잘해..같은 영상이 뜨면 참가들 입에 웃음미 만연하다.

응원 메세지 중간 메트는 이상용 아저씨가 나래이션을 했다.

음...참가번호 3번 000주부는 남편 000씨가 사랑의 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 순간

그거 우리남편 이름 아닌데요

 

그 주부는 정색을 하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앗...

 

지난주 원고에 있던 그 이름을 안고친 것이었다.

 

공개홀은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듯 숨소리조차 나지않았다.

내 등에서는 식은 땀이 좌악 흘러내렸다.

 

지금이야 방송을 하려면 보조작가도 있고 FD도 있어서 큐카드도 만들어주고

원고도 훑어주고 하지만 그 당시 나는 혼자서 섭외하랴 원고쓰랴 영상찍으러 나가랴 편집한 원고 쓰랴

상품 챙기랴 집계하랴 출연자 챙기랴 발표할때 상품 챙기랴 출연한 가수 출연료 지급카드 작성하랴

그야말로 바쁘다 빠뻐였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필 그날따라 편성국장이 심사석에 앉아 있었다.

 

아..죽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000같은 ...

 

어찌어찌해서 남편이름을 고치고 무사히 녹화는 끝났다.

녹화를 하기때문에 남편이름을 고치고 다시 할 수 있었다.

 

무사히 녹화를 마치고 그 주부에게 하마트면 남편이 바뀔뻔 했다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 주부는 웃었다.

 

그후 한 오년정도 더 하고 주부가요열창은 막을 내렸다.

 

요즘 활동하고 있는 노래교실 선생님이나 가수로 데뷔해서 방송국을 찾아오는 분들중에

간간 주부가요열창에 도전했던 분들이 계시다.

 

아 작가님 지금도 계시네요. 저 그때 입상하고 가수 됐어요

저는 노래강사가 되었어요.

 

화려한 의상과 웃음을 매단 낯설음이 누구시더라를 외치게 한다.

 

그러나...주부들에게 꿈을 준 프로그램임을 자부한다.

노래로 많은 주부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지금도 노래교실은 성업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