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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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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살아볼까]법이 주먹보다 가깝다


BY 왕눈이 2013-06-10

육지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20여분이 걸리는 거문도는 예전에는 목선으로 열시간 이상이 걸리던 곳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은 날이 많다보니 주의보가 자주 떨어져 걸핏하면 배가 끊기곤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물가도 비싸고 구색도 엉망이다.

전기는 발전소에서 자체 생산하고 물도 담수화작업을 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물도 부족하고 전기도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새로운 건축에 대해 허가가 나지 않아 기껏 오래된 집을 고쳐서 살아야한다.

관광의 성수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관광객이 많이 와서 민박도 부족하고 식수도 부족하다.

주로 나이든 어르신네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양손에 먹을거리를 잔뜩 들고와서 먹고 가는 판이니

돈은 쓰지않고 쓰레기만 떨구고 가는 형색이다.

거문도에 사는 주민들의 주업종은 물론 고기잡이이지만 민박이나 횟집, 생선을 중개하는 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중에는 몇 십억대의 부자도 있다는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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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번화하다는 거문리의 로데오거리는 불과 백여미터정도이다.

이 곳에 민박집, 횟집, 식당, 중개인들의 가게가 줄지어 있고 우체국과 농협, 수협이 자리하고 있다.

노래방과 술집사이로 미장원 한곳과 얼마전 폐업을 한 이발소가 있고 치킨집이 두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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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어떤 업종은 독가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예전에는 두곳이었던 미장원이 바로 그 혜택을 누리던 곳이었는데 얼마전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여수에서 미장원을 했다는 여인이 들어와 미장원을 차린 것이다.

바닷바람에 비록 얼굴은 까만 주민들이지만 눈은 높은 편이어서 가능하면 여수로 나가 머리를 하던 주민들은

제법 솜씨가 좋은 새 미장원에 환호성을 보냈고 기존의 미장원은 몹시도 한가하게 되어 버렸다.

원래 한 장소에 두 업종이 허가되지 않는 이유로 다방자리였던 곳에 들어간 여인은 집주인에게 전 업종에

대해 폐업을 해줄것을 요청하였지만 번거로웠는지 어쨌는지 묵살을 하는 통에 그만 \'불법\'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개업전에 벼르는 이가 있으니 허가를 내기전에 절대 영업을 하지 말라는 이웃들의 말을 흘려들었던 것일까.

올 여름 쓰레기처리시설고장으로 넘치는 쓰레기속에서 신나게 번식하던 파리를 때려잡아가며 단골들의 배신을

가슴쓰리게 지켜봐야했던 기존 미장원의 주인이 결국은 \'불법미용실\'을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기는 내가 테이블 두개인 \'주막\'을 차릴 적에도 무슨 허가를 내려고 그러느냐는 이웃들의 핀잔이 있었다.

군데군데 포장을 씌우고 포차영업을 하는 곳들도 허가를 낸 곳이 아니고 보니 자그마한 주막정도야 뭐 어떠랴

싶었지만 외지인인 나는 미리부터 구설수의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었다.

여수에서 이틀이나 머물면서 위생교육을 받고 여수에서 오지않는 가스안전원을 기다리며 큰 돈을 들여 가스안전시설도

하였다. 지나고 보니 이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허가를 득한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는 나중에 확인이 되었다.

 

몇달전까지 자그마하게 소주방을 하던 여인이 밤늦게까지 시끄럽다면서 집을 비워달라는 주인의 요청에 문을 닫을 형편이

되었다. 해군부대 앞이라 해군가족들이 제법 단골로 드나들던 가게라 문을 닫기가 무척 아쉬웠던 모양이다.

예전에는 집터였지만 지금은 밭이 된 땅을 빌려 쇠기둥을 세우고 자그마하게 포장마차를 꾸며 재개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사는 집 바로 아래편이라 오가는 중에 보노라면 손님도 제법 들어있어 장사가 잘 되는 듯 싶었다.

며칠 전 문을 연 기미가 없어 소주방 여인이 아픈가 싶었다.

어느 날 들리는 소문에 누군가가 불법건축물로 신고를 해버려 가건물을 부수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천 오백에 이르는 건축비도 그렇거니와 원상복구를 하자니 어차피 또 비용이 들어야 한 판이란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궁금해 수소문을 해보니 얼마전 소주방 여인과 큰 싸움을 했다는 이웃의 할머니였다.

사실 면사무소입장에서도 칼같이 법을 들이대어 벌금도 물리고 건물도 헐어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슬쩍 눈을 감아왔는데 이렇게 고발이 들어오고 보니 눈을 감아줄 형편이 못되었다.

중간에 들어 중재를 시도한 이도 있었다는데 성격이 불같은 소주방 여인이 집을 허물면 허물었지 죽어도 사과는

안하겠다는 통에 일이 어그러졌다는 말도 들렸다.

물론 지금 영업은 할수가 없으니 문은 닫혀있지만 아직 철거는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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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고발사건은 얼마전 여수에서 큰 횟집을 하다 접고 다시 고기를 잡으로 들어온 청년에게 벌어졌다.

이곳의 선박들은 모두 허가를 득해야 한다. 도시에서 자동차를 생각하면 되겠다.

택시나 화물차나 모두 허가증을 가지고 있어야 하듯이 고기를 잡거나 낚시꾼을 태우거나에 따른 허가증이 다르다.

고기잡이도 복합 허가증같이 고기도 잡고 낚시도 잡는 허가증부터 어망을 가지고 하는 어업에 따라 또 달라진다.

이 청년은 어망을 가지고 어업을 하는 허가증은 있었지만 이 허가증은 삼치잡이를 하면 안된다는 것은 나도 몰랐다.

누군가가 삼치잡이를 한다고 찔러서 해경에 단속이 되었단다.

바다에서 건지는 삼치가 그 청년이 왔다고 해서 자기몫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건만 왜 고발을 하였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불법은 불법이니...주먹보다 법을 사랑하는 섬 사람들의 고발정신은 투철하기만 하다.

얼핏 순박하고 인정스러울것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법을 사랑하고 민주적인 삶을 사는지는 알지 못했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질투와 시기가 횡행하는 섬사람들의 텃세가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