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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살아볼까]섬마을의 아이들


BY 왕눈이 2013-06-10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는 예전에는 건너편 섬으로 가기 위해 떼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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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도와 서도 사이에 삼호교가 세워져 편리하게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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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에는 거문초등학교와 덕촌과 서도, 동도에 분교가 하나 씩 있고 중학교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 학생수는 현재 모두 합쳐 55명으로 교직원들 수보다 약간 많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여수로 순천으로 광주로 유학을 가야 한다.

가뜩이나 여자가 적은 이유중에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섬으로 같이 떠난 엄마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적기 때문에 관광객이 없어지는 늦가을 부터는 섬이 더 고즈넉하게 느껴진다.

섬아이들 답게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아이들은 인사성이 어찌나 밝은지 하루에 몇번을 만나도

\'안녕하세요\'를 씩씩하게 외친다. 인사를 받고 당황하는 쪽은 언제나 나였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오 그래 안녕\'을 같이 외쳐주고 있다.

거문도에 하나뿐인 PC방에는 고기잡이 나가지 못한 어부들이나 아이들이 게임에 매달린 모습을 보게된다.

도시의 아이들이건 섬의 아이들이건 그놈의 게임이 문제다.

하지만 섬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즐거움이 하나 있으니 바로 낚시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낚시를 오락삼아 즐긴 아이들이다 보니 웬만한 도시의 어른들보다 낚시 솜씨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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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나가지 않고도 갯바위근처 어디선가 썰어 먹거나 반찬을 할 만한 놈들도 쏠쏠히 건져 올리는 걸 보면

나름대로 녀석들만의 포인트가 있는 모양이다. 쥐고기가 제법 튼실하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병원이 가까운 도시로 떠나고 고등학교나 대학에 다닐만한 아이들도 떠난 섬에 가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울음소리가 들리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특히 이제 여섯살난 쌍둥이 형제는 섬에서는 개구장이로 조그만 섬을 휩쓸고 다닌다.

관광객이 한창 몰려드는 시간이면 녀석들도 사람구경이 재미있는지 뱃머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소리를

지르거나 뜀박질을 하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아낌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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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동네 전부가 녀석들의 놀이터인 셈이다.

 

이 녀석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어찌나 온동네를 시끄럽게 헤집고 부산한지 칠순의 외할아버지가 녀석들을 잡으러 다니기가 벅찰 정도이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거문상회 엄마가 하루는 녀석들의 손을 잡고 간식거리를 사러온 외할아버지에게

 

\"아 고녀석들 말 안들으면 때려주는 매가 들어 왔는디 하나 사갖고 가씨오.\"

 

외할아버지와 거문상회 엄마는 이렇게 공갈을 쳐가며 녀석들의 부산함을 잠재울 눈빛을 교환하셨다는데..

이 녀석들 어찌나 순진한지 겁먹은 얼굴로 시껍해서 과자도 마다하고 멀리 도망을 가더란다.

그리고 몇 시간후..그중 한녀석이 가게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걱정스럽게 이렇게 묻더란다.

 

\"저그..할머니..우리 할아버지 매 사갖고 가던가?\"

 

푸하하..그 얘기를 전하시는 엄마와 나는 배꼽을 잡고 웃을 수 밖에.

 

그리고 또 한녀석..이 녀석의 이름은 \'건희\'인데 언젠가 이 이름을 가진 부자가 있으니 너는 이 다음에 꼭 부자가

되야 한다는 내 말에 자기는 부자가 되지 않을 거란다. 그래서 왜 부자가 되기 싫으냐고 물으니..

 

\"그냥 아빠가 될 거에요.\"

\"그냥 아빠가 되려면 멋진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여자들은 돈을 좋아 하는데?\"

\"저는 여자 싫어요.\"

\"얌마 여자가 싫으면 어떻게 아빠가 돼?\"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지 그래도 자기는 아빠가 될거라고 박박 우긴다.

어디 두고보자. 여자가 싫다고 언제까지 말하는지.

이녀석 건희는 몇살이냐구?

 

\"건희야 너 몇살이야?\"

약간 멈칫 내 눈치를 보면서 답한다.

\"일곱 살이오.\"

\"그래? 내년에 학교 가겠네? 근데 동식이 보다 키가 적네.\"

동식이는 일곱살난 동네 꼬마로 섬마을 주막의 책손님 1호이다.

\"그래도 일곱 살이에요.\"

수상쩍게 쳐다보던 나는 멀리서 녀석의 엄마가 오는 모습을 보고

\"그럼 엄마한테 한번 물어보지 뭐.\"했다.

그러자 그 녀석 당황한 목소리로 급히 외친다.

\"저..여섯 살이에요.\"

고녀석 나이순으로 대접 받는 이치를 어찌 알았던지..슬쩍 한 살을 얹었던 것이다.

맹랑하기가 이를데 없다.

요즘 이 녀석은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선물받고 주막앞은 물론이고 온 섬을 휘젓고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