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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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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진주


BY 그대향기 2013-05-05

 

 

 

싹뚝싹뚝싹뚝......

가위질 소리가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명치께가 아픈 것도 같고 소화가 안되는 기분이었다.

딱 꼬집어 말로 하기는 그런데 불편했다.

욕구불만 같은게 생기며 공연히 쇼파에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남편의 정강이를 \"툭\" 차고 지나가기도 했다.

느닷없이 당한 공격에 남편이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만 본다.

\"왜?? \"

\"몰라~~!!!!\"

\"바람이라도 쐬러 갈까?\"

\"멀리 가 줄 수 있어? 안 그럼 안가~!!\"

 

단돈 만원이면 이렇게 봉긋하고 가벼운 브라를 사 입을 수 있었는데

그 동안 난 왜 그리 궁상을 떨었을까?

수십만원을 홋가하는 보정 속옷도 아닌데 단돈 만원짜리 루마브란데....

바보같은 자존심이 그냥 싫었던거다.

아무도 안보는 곳에 입는 속옷인데 뭐하러 수십 수만원을 주고 사냐~

내 몸에 꼭 맞고 편하면 되지.

늘 그랬다.

늘 그렇게 합리적인 생각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그렇게 살았었다.

 

아이들 속옷이나 남편 속옷은 매장에서 제값을 주고 사면서

정작 내 속옷은 루마패션도 아깝다 생각하며 세일에 세일을 기웃거렸다.

속칭 땡처리 덤핑 속옷만 골라가며 사 입었다.

그래도 행복했고

그래도 몸매가 받쳐준다며 우쭐대며 살았다.

뽕이 내려앉으면 낡은 브라의 뽕을  잘라  덧대서 뽕을 살렸다.

그러는 내 솜씨를 쓸만하다며 흡족했다.

 

그런데 얇은 티셔츠를 입으며 내려앉은 브라가 봉긋하지를 않고 울퉁불퉁하다.

갑자기 화가 났다.

이제까지 잘 견디고 잘 입었는데 얹힌 것 같은 기분을 이제사 알 것 같다.

바느질감을 넣어 둔 대소쿠리에서 재단가위를 꺼냈다.

싹뚝싹뚝싹뚝......

미련두지 않고 낡은 브라를 겹쳐서 잘라버렸다.

살면 얼마나 더 오래 살고 잘 살면 얼마나 더 잘 살까......

단돈 만원짜리 브라면 이렇게 가병고 봉긋한데 이제 안 그러고 살거다.

 

내친 김에 내 실반지와 둘째가 우간다 가면서 남친에게 받았던  커플반지를 던져 준 걸 찾아 집을 나섰다.

목이 너무 허전해.

어딜 가도 긴 목에 걸리는게 넘 없어.

모시던 할머니가 우리애들 어릴 때 사 주셨던 은수저 두벌도 같이 들고 나갔다.

\"아저씨, 이거 다 처분하고 못난이 진주 딱  일곱개만 달아서 18금 목걸이 하나만 만들어 주세요.

 목걸이 길이는 47CM로요. 너무 길면 옷에 가려 안 보이고 너무 짧으면 답답하니까요.\"

남편은 그저 말없이 운전만 해 준다.

사치나 허영하고는 담 쌓고 살던 마누라가 갑자기 어인 일로 저러는지 대충은 알 것 같은가보다.

 

금값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가져간 것들을 다 처분해도 삼십만원 정도는 들었다.

전에 같았으면 발길을 돌렸겠고 처음부터 마음도 안 냈겠지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남편한테 손 벌리지 않아도 그 정도는 비상금이 있다 이거지~`

브라도 두개 샀고~

진주목걸이..비록 못난이 진주지만 18금에 진주 목걸이도 했고~

진주 갯수도 행운의 7이고 목걸이 길이도 내가 좋아하는 길이(47)로 했다 이거야~

우후~~~~~

묵은 쳇증이 싸악~~내려가는 기분이다.

 

못난이 진주는 동그랗고 잘 생기고 온전한 진주보다 더 정이 가는 진주라 좋아한다.

내가 못나서 그런가?????

이러는 내가 우습다.

그래도 후련하다.

애들 키우고 남편 바라지 하느라 참고 참았던 기분을 이렇게 풀다니 내가 못나도 참 못났다.

참.....

남편 몰래 야생화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우~ㅎㅎ

알아도 뭐 큰일은 안 나지만 그저께 두어개 샀던게 미안시러버서.

그래봤쟈  제대로 된 브라쟈 한개값도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