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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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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주년


BY 햇님 2013-04-18

 

앞만 보며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35주년이다.

19살이던 그해 깡마른 모습의 그리 호감형도 아닌 한 남자를 알았다.

첫눈에 반 할 외모도 아니 것만 그 남자는 내가 좋다며 이틀째 되던 날 프로포즈를 한다.

꽃다운 나이 19살 남자는 외모도 중요 하지만 옷맵시도 잘 어울리는 사람을 좋아 할 나이

하지만 너무 마른 체격이라서 내 눈에는 그리 잘 나 보이는 곳이 없는 남자이다,

그렇다고 내가 잘나 이런 남자를 바라는 건 아니다,

감성이 많을 나이인 19살 나는 프로포즈를 받으면서도 흔쾌히 답변을 하지 못 했다.

아직은 더 많은 남자를 만나봐야 할 나이이거늘  이 상황을 선뜻 받아 드린다면

순간의 선택이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첫눈에 반한 남자라면 시간을 지체할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그렇지도 못 한 그저 평범하고 시골스러운 편안한 모습이 다였다.

 

나를 데려다가 밥이라도 굶기면 어쩌나 하는 쓸데 없는 망상이 머리를 혼란 시켰다.

그때만 해도 어렵게 살 던 시절이기에 남자라도 잘 만나서 가야 부모님도 한 시름

놓으실 것이거늘 도무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를 모르겠다.

훤칠한 키에 듬직한 모습이면 남 보기에도 있어 보일 텐데 그렇지도 못 한 이 남자.

그렇게 그날은 서로 발길을 돌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밤잠이나 잤는지 아니면 날 밤을 새웠는지 날이 밝기가 무섭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마음속으로는 찜찜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한 번은 만나주자 라는 생각을

하고 만남의 장소로 나갔다.

 

얼굴에는 진실함의 표정이 역력 하였으며 너 아니면 안 된다는 눈빛이다.

마지막 만남일줄 알았던 우리는 서로의 대답을 듣는 소득도 없이 헤어졌다.

인연이었나. 아니면 천생 연분이었나 사랑은 그렇게 시작 되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을 후회 하는 삶을 살았지 싶다.

보기와는 달리 어찌나 자상하고 따듯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첫 외모에 내 남편을 무척 차갑게 느껴진다고 표현을 한다,

하지만 내 남편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정말 마음이 찬찬 하고 잔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알록달록 살아 온지 벌써 35년이다,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면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어도 힘들다는 기억 보다는

지금껏 살아온 삶이 후회 보다는 보람이 있구나. 라는 말이 먼저 나간다,

우리 부부 아직 건강 하고 일 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복 받은 일인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거늘 편하면 편할 수 록 더 편해지고 싶어지고

가진 것 보다 더 갖고 싶고 더 누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니 내게 처해진 만큼 누리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지.

내 삶을 과한 욕심을 부리며 살아 왔다면 행복하기보다는 눈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순리대로 잘 살아온 35년이란 시간은 내게 많은 웃음을 주었으며 사랑도 받았다.

불면 날아갈까 던지는 한 마디 말에 상처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한 번 더 돌아봐주는

따듯한 남자 내 남편이다,

 

한 살씩 더 먹어 가면서 서로 애 뜻해 지는 사랑은 나는 물론 남편도 같은 마음이다.

행여 남편의 얼굴에 힘든 기색은 없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이제는 돈 보다는

건강을 더 먼저 생각하게 된다.

마음이야 항상 젊게 살고 싶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지 그 만큼

나이가 먹으면 세포 조직 도 같이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마음이 젊다고 몸도 같겠지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마음과 몸 그리고 나이는 별개이다.

그렇기에 항상 돌아봐주고 챙겨주고 이것이 나이들며 살아 가는 우리 부부의 방법이다,

 

자식들은 짝지어 떠나고 오롯이 남는 부부이기에 그 외로움은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살지 않으면

그 허전함과 자식들의 빈 공간을 채워 나갈 도리가 없지 않을가 한다,

나이가 들면서 부부밖에 없다는 말 한 해 두해 지나다 보면 이해 하게 되겠지 싶다,

우리 부부의 일상은 늘 신혼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 만큼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지금껏 없었던 권태기는 정녕 없으리라 믿으며 그렇게 살 것이다,

35주년 지금껏 살아온 삶은 예선전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기분으로 앞으로 더더욱 행복하게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내 사랑 내 남편 항상 고맙고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이다,

35주년을 뒤돌아 보면서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