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내가 된장을 다 담다니....
내 생애 처음으로 장을 담궜다 그것도 된장을,
아, 나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지난 번 지인에게서 사온 메주를 잘 말려 정월에 우선
간장을 담궜다
지인이 가르쳐 준대로 소금물에 계란 띄워 위에가
500원짜리 동전만큼 보이면서 동동 뜨면 염도가 맞는거라고
하루 전날 소금물을 풀어서 계란 넣고 염도 맞춘 걸
깨끗이 씻어 놓은 항아리에 붓고 빨간 고추 띄우고,
숯을 빨갛게 달궈 집어 넣으니 \'치지직\'하면서
금새 가라앉아 버렸다
깨도 띄우고 햇볕 잘 드는 곳에 지금까지 두었더니
\'오~~잉\' 간장을 많이 안 먹을거라고 너무 물을 조금 했나
그만 된장이 자꾸 물밖으로 나오는 것이라
들여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안 놓였다
남편이 만들어 준 대나무 삼발이를 넣고 꽉 눌러놓았더니
다행히 조금 덜 뜨는 듯 싶었다
날좋은 날을 기다리다 오늘이 마침 맞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옥상에 올라갔다
우선 메주를 건져 놓고 다른 그릇에 삶아 놓은 콩 으깬 것과
합쳐 간장물을 부어가며 팍팍 치댔다
아직 몽글몽글 덩어리도 있는데 그래도 손으로 꽉꽉 주무르니
덩어리가 제법 풀어지는 듯 했다
간장 담았던 항아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클 것 같아
어제 부랴부랴 자그맣고 예쁜 항아리를 하나 사서 씻어 놓은데다
고추씨 간 것, 청국장 가루를 넣어 잘 치댄 된장을 덩어리로
만들어 떠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꼭꼭 눌렀더니
작은 항아리로 하나가 되었다
이제 잘 숙성되면 맛있게 먹을 날만 기다리면 되는건가?
베보자기를 씌우고, 유리 뚜껑까지 덮어 옥상 햇볕 잘 드는
곳에 항아리를 내놓으니 마음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내 평생에 이렇게 된장까지 담그게 될 줄이야!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용감하다\'고 한다
이런 칭찬인가 뭔가?
조금씩 사다 먹는 된장은 헤프고, 또 그 출신성분이 극히
의심스러운지라 이제부터는 지인의 도움으로 내 손으로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을 먹을 것이다
마음을 먹는다
뭐, 아직 내 나이 60도 안 되었으니 이만하면
주부 자격은 충분하지 않을까? ㅎㅎㅎ
부디 된장이 맛있게 익기만을......
(과연 맛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