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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21

홍일점.


BY lala47 2013-04-11

꽃샘바람이 제법 차갑다.

화요일 복지관 근무하는 날이었다.

오전 근무인 김선생이 아직 퇴근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나를 보자 벌떡 일어나며 반긴다.

\"아이구.. 살아 돌아오셨구먼.\"

김선생이 내민 악수를 받아들이며 물었다.

\"열두시가 지났는데 왜 여태 계세요?\"

\"정여사 보고 가려고 기다렸지요. 퇴원후에 한번도 못봤잖아요. 

 이제 괜찮은거지요?\"
고맙다. 걱정을 해주다니.

 

복지관 노인 상담사로 일하는 사람은 남자 네명과 여자는 나 하나다.

나는 농담조로 말했었다.

\"여자는 나 하나니까 홍일점에게 잘 하기예요\"

\"넵!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사람은 황선생이었다.

황선생은 나의 대학 선배라는것을 알았다.

팔년선배니 만만치 않은 연세지만 젊어 보인다.

입원을 했을때 병문안 못가서 죄송하다는 전화는 김선생뿐이 아니라 황선생도 해왔다.

올해 신입인 그들에게 나는 선배한테 잘 하라는둥 유세를 떨긴 했었다.

오전과 오후로 각자 출근 시간이 다르지만 월요일은 황선생과 내가 함께 근무를 한다.

황선생은 교회 집사라며 종일 성경책을 펴놓고 있다.

좋은 귀절이 있으면 내게 읽어보라며 내밀기도 하고 성경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나는 그에게서 모르던 성경이야기를 배운다.

 

작년에도 나랑 함께 근무했던 정선생이랑 안선생도 다 칠십대다.

\"안색이 아직 좋지 않으니까 잘 먹어야겠는걸..\"

안선생이 내게 그렇게 말했다. 안선생은 제일 나이가 많다.

나를 늘 막내 여동생에게 하듯 한다.

정선생은 무뚝뚝하기가 나무토막 같아서 필요한 말 이외엔 하지 않는다.

목요일은 정선생과 내가 함께 근무를 한다.

한달 만에 나온 내게 고개만 한번 끄떡하고는 앞만 보고 있다.

누가 말 거는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그래도 질소냐.

나는 곧잘 말을 건다.

\"오산에 사신지 오래신가요\" 라든가 \"직장 생활은 서울에서 하셨에요\"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 물어본다.

싸운 사람처럼 나란히 앉아 있을순 없지 않은가.

네 아니오 대답만 하는 정선생이 재미나서 나는 조금 귀찮게 말을 걸기도 한다.

 

신입인 김선생덕에 책상이 환해졌다.

전화국에 근무를 했다는데 전기 기술자같다.

전기 선도 정리하고 책상앞에 거울도 달고 시계도 걸어놓았다.

\"형광등도 책상에 부착 하려고 해요. 핸드폰 충전 시킬때 편하라고 소켓을 책상 밑에도 하나 만들

계획이예요\"

\"부인은 좋으시겠어요. 남편분이 이렇게 꼼꼼하고 자상하시니..\"

\"우리 집사람은 청각 장애인이라 난 큰소리로 말하는 습관이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참 고맙지요. 병투성이인 나를 버리지 않고 데꼬 살아줬으니.\"

 

\"커피나 한잔 합시다.\"
\"전 커피 끊었어요. 여기 레몬차 있으니까 난 그거 마실래요.\"

김선생이 레몬차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왔다.

\"난 쓸개도 없어요.\"

김선생의 말에 하하 웃었다.

\"나도 없는데..\"

 

상담자가 없을때엔 나는 책을 읽는다.

매달 오는 월간문학과 계절문학을 읽어보니 모르던 문학세계가 보인다.

모두 한국문인협회에서 보내오는 책이다.

문학상 작품공고에 관심을 가져본다.

소설보다는 수필이 내 적성에 맞음을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다. 

소설보다는 수필집을 내고 싶고 소설은 단편 이상은 쓰지 않기로 마음을

잡아가고 있다.

체력에도 한계가 있고 능력에도 한계가 있음이다.

 

어제 오산대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칼치졸임 맛있는 집 있는데 저녁 먹으러 갈까? 너 고기 못먹잖아.\"

과연 칼치졸임이 맛있었다.

나오는 반찬도 일품이었다.

한상 가득 받고 보니 기분이 좋았다.

요즘 점심은 안먹기로 하니까 저녁엔 배가 고프다.

배불리 밥을 먹고 느긋이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등학교부터 함께 다녔으니 참 오랜 친구다.

나는 사람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