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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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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관에 맞장뜨다(2)


BY 한이안 2013-04-1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챙겨먹고 운동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어유.

계약한 밭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있어야지유.

그려 어제 왔던 길을 더듬어 낯선 길을 거슬러 걸었어유.

쉽게 찾을 거라 생각허고 나섰는디 쉽지가 안네유?

가다보면 샛길이 나오고 하면서 자신이 없어져유.

그래 눈에 띄는 사람들 몇을 붙들고 물었시유. 근디 다들 잘 몰라유.

지가 가지고 있는 것은 교촌리 몇 번지라는 것인디 그걸 말하먼 다들 모르겠다고 혀유.

교촌리가 넓다나유?

이리저리 사정없이 헤맸어유. 그러다 도착혔는디 두어 시간이 넘게 걸렸더라구유.

그려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유.

계약한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디 마음이 한없이 설레유.

어제 마음이 다시 오롯이 떠올라유.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돌아왔시유.

 잰걸음으로 왔더니 30여 분 걸리더라구유.

그걸 갈 때는 길을 몰라서 두어 시간을 걸려서 도착했다는 거 아녀유?

다들 이러는 지를 이해 못헐 거구만유?

지 형제들도 이해를 못혀유.

다들 부러워하는 직장을 명퇴라는 이름으로 때려치우고 농사나 지으려고 하는 모양새로만 비춰지는 모양여유.

지는 그게 아닌디 말여유. 지 꿈이 그냥 농사꾼이 되는 건 아닌디 말여유.

지 아부지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혀서 가르쳤는디 지가 그렇게 아부지의 뜻을 저버리겠어유?

지한테 농사는 텃밭 가꾸는 정도여유. 지 꿈은 따로 있어유.

그걸 위해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디 말여유.

50이 넘어서 무슨 꿈이냐구 다들 흘려 듣지만유 지는 상관 안 해유. 꼭 해낼 거구만유?

암튼 푸릇푸릇한 채소를 이제 시장이 아닌 지 밭에서 가꿔 먹을 수 있게 됐어유.

얼매나 좋은지 모르겄시유.

밭에서 싱싱한 야채를 뚝뚝 따다 먹을 생각을 허니께 비질비질 웃음만 빌거져 나오네유.

기분이 너~무 좋아유. 한마디로 기분 짱여유.

 

2012년 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