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재검을 받는 날
꽃샘추위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두꺼운 옷을 입자니 어딘가 어색해 보이고 그렇다고 가볍게 입자니 찬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어 정말 춥게 느껴진다,
계절로 보면 춘삼월 이지만 아직도 따듯한 봄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오늘은 남편이 재검을 받는 날이다.
2년 전 뇌경막하 출혈로 인하여 수술을 하였는데 그동안 계속 재검을 받으며 관리를 한다.
뇌경막하 출혈은 뇌를 싸고 있는 뇌경막 아래쪽으로 혈종이 고인 것을 말하며 보통
급성 출혈과 만성 출혈이 있는데 남편은 만성으로 수술을 받았다.
정확치는 않아도 어디선가 머리를 부디 쳤던지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 같다는 진단이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벌개 지도록 용을 쓴다던지 뇌에 무리가 가도록 힘을 쓸 때도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실핏줄이 터지는 현상이란다,
다행이도 수술이 잘 되어 지금은 건강 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항상 신경은 쓰인다.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나는 온 신경이 남편에게 가 있다.
혹시 수술 후유증인가 싶어 자세히 관찰을 하면서 건강 체크를 하게 된다.
어려운 수술을 한 후라 정상인 보다는 아무래도 지내기가 불 편 한 건 사실 일 것이다,
그래도 항상 긍정적인 성격으로 곁에 있는 가족들을 더 생각해 늘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 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담당선생님의 말씀이 늘 생각이 나서 항상 곁에서
살펴봐주고 체크를 하면서 어떤 새로운 증상이 있는지 살펴 두었다가 다시 재검을 할 때면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면서 상담을 한다.
가끔 남편은 말하기를 수술 전보다 정신이 더 맑아 진 것 같고 머리가 가볍다고한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염려 하며 마음 조리던 긴장감이 사르르 풀어지기도 한다.
수술 후에도 하루 종일 택시에서 일을 해하는 남편이기에 볼 때마다 안쓰럽고 한 편
으로는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여건상 그러지도 못 하고 그저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마음을 표현해야 하니 속상 할 때도 있다.
수술 후에도 약은 지속적으로 복용을 해야 하며 재검을 받으러 갈 때마다 약 처방이
달라지기도 하고 한 가지씩 줄어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담할 증상이 몇 가지 있으니 걱정이 된다..
지금껏 별 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가끔씩 금방 기억 하던걸 잊어버린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 말을 듣고 나면 걱정이 되어서 더 자세히 살피게 된다.
일반 수술이 아닌 뇌수술을 하였기에 증상이 좀 다르다 싶으면 더 신경이 쓰이니 말이다.
앞에 생각했던 일을 금방 잊기도 하지만 가끔씩 기분이 나쁠 정도로 소리도 난다고 한다.
크게 견디기 힘든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고 아닌 것 만 못 하니 걱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프지 않고 살면 그 것 만큼 복 받은 일도 없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지만 건강은 한 번 잃으면 평생을 고생하면서
지내야 하고 약을 복용 하는 불편함을 격어야 하니 남편을 생각하면 정말 안쓰럽다.
병원에 혼 자 가도 되지만 난 남편의 손을 잡고 병원 CT실을 함께 찾았다.
아이들도 병원을 싫어하듯이 남편 역시도 어른이지만 병원에 혼 자 가는 걸 싫어한다.
다른 때는 든든한 남편이지만 병원을 찾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약해진다.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으며 하는 말이 .당신과 같이 오니 마음이 편하다. 라고
힘 든 것도 아닌데 늘 곁에서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것이 부부라고 생각한다.
제발 이번에는 더 이상 약도 안 먹고 병원도 안 와도 된다는 담당선생님의 말씀을
꼭 들었으면 하는 우리 부부의 바람이다.
더 열심히 더 착하게 살다보면 좋은 일만 있을 것이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으면서 우리부부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