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도록 남편이 옥상에서 덜거덕 거리는 소리를 냈다.
혼자하는데 내다보지 않는다며 야속하다고 한마디 하고 나갔다.
\"나 밤에는 일 안해~아까 많이 해 줬잖아.
내일 새벽기도 다녀와서 내 몫 할거니까 남겨 놔요~ㅎㅎ\"
\"지독하다. 혼자하니까 심심해서 그렇지..됐어.\"
크게 서운한 눈치는 아니다.
요 며칠 동안 남편은 와송모종을 낸다고 바쁘다.
지난 겨울에 산에 올라가서 와송모종을 따 왔다.
바위에서 자라느라 밥알보다 더 작은 와송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작디 작은 와송을 삯꾼을 두사람이나 대서 한아름 따왔다.
아무 산 아무 바위에 있는게 아니라 청석이라는 돌에 붙어 있다고 했다.
원래는 기와에 붙어서 자란다고 해서 와송이라 한단다.
하루 온 종일 산을 몇개나 넘고 고을을 몇개나 지나고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뒹굴면서 따 온 와송이다.
겨울 동안은 모판에 마사를 깔고 심어서 아버님 밭에서 살게만 했다.
이제 봄이라 그녀석들을 하나둘씩 떼어내서 화분에 이식을 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물빠짐이 좋은 마사에 잘 자란다기에 일정한 화분에 마사를 넣고 하는 작업이라
시간이 꽤 많이 걸리고 일손이 제법 잡히는 편이다.
와송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했다.
이미 인터넷으로 많이들 알려졌고 가격도 제법 비싸다고 안다.
지난해 화분에 몇포기 심어봤는데 번식률도 아주 좋다.
여름에 하얗고 앙증스런 꽃송이도 자잘하게 달린다.
꽃피고 씨앗이 맺히기 전에 약효과 더 좋다고 했다.
이만큼의 건강이라도 있을 때 열심히 건강식품 무농약으로 키워서 지켜야한다.
남편은 두번의 갑상선암 수술에 두번의 기흉을 겪으면서 많이 놀란 가슴이다.
놀라기는 나도 그에 못지 않지만 본인보다는 덜 하겠지.
당장은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질수도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을테고
자신에게 딸린 가족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책임감과 막막함
불사신처럼 살아나긴 했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 앞에서 좌절했을 중년의 남자
그 남자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현미잡곡밥은 기본이고 봄두릅을 산에서 열심히 따 와서 먹는 중이다.
시장에 파는 땅두릅보다 향이나 맛이 월등하다.
청국장이나 시큼하게 잘 익힌 풋마늘 물김치도 요즘 반찬이다.
초벌부추로 김치도 담고 갓 따온 잔파로도 김치를 담았다.
뭐든 겨울을 잘 이기고 갓 나온 봄나물로 국도 끓이고 나물밥을 한다.
땅이 주는 선물이 힘과 치료의 원천이라는 믿음으로.
요즘만 같아라.
남편의 건강이나 나의 건강이 요즘만 같으면 참 좋겠다.
둘 다 크게 아파봤으니 건강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고 지키려는 의욕도 강하다.
추하게 늙자는게 아니라 자식들과 주변사람들에게 살아있는 동안 걱정거리는 안 만들어 주고 싶다.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흘러가는게 세상사겠지만 최대한의 노력은 해 봐야겠지.
진인사대천명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