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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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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살어리랐다!


BY 시냇물 2013-04-05

 

4/2~4/4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청산도엘 다녀왔다

 

남편이 노래 부르다시피 하는 곳인데 지금껏 벼르기만 하다

 

못 가봤길래 이번엔 큰 마음 먹고 \'슬로우축제\'도 시작되었다니

 

계획을 잡은 것이다

 

내가 인터넷으로 코스 잡고, 숙소 정하고, 티켓팅 하느라

 

며칠은 바빴다

 

청산도는 완도에서 배를 타고 50여분 정도 걸리는데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월츠\'가 촬영된 곳으로도

 

유명하며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림의 미학이 특징인 곳이다

 

제주에는 올레길이 있듯이 청산도에는 슬로길이라 해서

 

섬전체가 11코스로 그 총 길이는 42.195km로 마라톤

 

풀코스와 같았다

 

처음 그 길이를 접할 때는 100리가 넘는 길이라 출발하기 전에는

 

조금 우려도 되었다 과연 남편과 나의 다리가 견뎌내 줄까 싶어서...

 

우리가 출발한 첫날 서울에서는 비가 내려 거추장스러운

 

우산까지 짐이 추가 되었다 다행히 완도에 다다를수록

 

비는 그치고 날이 개어 여행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완도까지 5시간30분이라는 긴 버스 탑승에

 

터미널에 내리니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청산도행 배를 타니 비로소 안심이 되며

 

바다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흰포말을 뒤로하며 배는 힘차게 앞으로 전진하며 우리의

 

목적지 청산도를 향했다

 

평일이고 아직 축제 초반이어서인지 사람들은 그리 많질

 

않아 섬을 돌기엔 안성맞춤일 듯 하였다

 

배낭을 맨 우리는 축제운영본부에서 행사 리플렛을 받아

 

천천히 1코스를 걷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시골 흙길을 예상했는데 단단히 포장된 아스팔트라

 

처음엔 다소 낯선 감이 들었다

 

도시에서 늘 접하는 길인지라....

 

길바닥에 청색 화살표로 그려진 표시를 보면서 코스를 따라

 

걷노라니 서편제길로 들어섰다

 

유채는 드문드문 피어 사진에서 본 이미지와는 조금 차이가 났다

 

영화에서 본 그 길도 워낙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탓에

 

차근차근 둘러볼 수도 없이 바람에 쫓겨 실내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그 곳에 계신 분의 추천에 따라 우리는 바람막이 길로 들어서니

 

호젓한 산속 소로길이 이어졌다 남편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둘만이 걷다보니 축제인지 아닌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붐비지 않고 조용하고, 슬로길 특유의 천천히

 

걷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가 걷는 길 오른편으로는 거의

 

낭떠러지에 가까운 바닷길이어서 경치가 그만이었다

 

가면서 남편은 고향 제주와 돌색깔만 다를뿐 비슷함을

 

느낄 수 있다며 산에 있는 온갖 나무와 열매들을 보며

 

옛추억에 젖는 듯 하였다

 

아마도 남쪽이고, 위도상으로 제주와 비슷해 기후나 자연조건이

 

제주와 흡사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렸을 때 많이 먹었던 보리수열매, 잉크나무(?), 나는

 

이름도 처음 듣는 열매들을 계속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그토록 청산도엘 오고 싶어 한 건가?

 

우리는 2,3코스는 건너 뛰고 4코스에서부터 리플렛에

 

스탬프를 찍기 시작하였다

 

새벽에 집을 나선 탓에 아침도, 점심도 대충 때우고 난 우리는

 

거의 5시가 되어서야 인터넷으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펜션에는 우리 외엔 아직 손님이 없는지

 

조용하고 바다가 한 눈에 보여 마음에 쏙 들었다

 

미리 주문한 조촐한 저녁을 먹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놓이며

 

하루에 피로가 한꺼번에 다 몰려오는 듯 하였다

 

찜질방처럼 뜨끈뜨끈한 방에서 몸을 지지며(?) 자고 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아침을 일찍 먹고 둘째날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명품길을 걸으니 어제와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길이었다

 

왼쪽은 산이고, 우리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이어져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아우르며 걸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마침 이번엔 그동안 배운 오카리나도 실컷 불기 위해

 

가져 왔기에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쉴 때는 남편에게

 

오카리나 연주를 하며 그동안 배운 곡들을 들려 주었다

 

아직 능숙하지 못하고, 초보의 수준인데다 관객도

 

한 명 뿐이었지만 산새와 파도도 함께 관객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은 나혼자의 생각이다

 

집에서 불 때는 시끄럽게 들리던 소리도 자연과 어우러지니

 

구성지게 들리고, 더 멋있게(?) 들리는 듯 하여

 

오카리나를 배운 보람이 있었다

 

7코스는 돌담길 마을로 들어서 옛돌담장으로 둘러싸인

 

동네를 돌았다 구비구비, 차곡차곡 수많은 돌담을 쌓은

 

담장들은 도시인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걷다가 쉬다가, 바닷가 정자에 앉아 간식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느림보 여행이 속도와 경쟁에 치우쳐

 

각박해진 우리 마음을 마치 달래주는 듯 부드럽게 쓰다듬어

 

위로해 주는 듯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둘째날도 총 9시간을 걸어 숙소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을 하니

 

우리의 체력도 그만하면 아직은 쓸만한 것 같았다

 

천천히 볼 거 다 보면서 걷는데도 시간은

 

널널해서 우리가 얼마나 빠름에 길들여져

 

있었나를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의 숙소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몸을 누이니

 

여행이란 이렇듯 떠나온 곳을 또 그리워하게 되는

 

여정인 것인가 싶기만 하였다

 

그래도 아직 때묻지 않고 순박한 섬사람들을

 

만나며 새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니

 

이번 청산도 여행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

 

마침 둘째날은 남편의 생일이기도 한데 숙소 주인

 

아주머니의 배려 덕분에 미역국을

 

먹을 수 있었다

 

셋째날은 섬을 반바퀴나 돌아야 하는 일정이라

 

7:30분부터 걷기 시작하였다

 

8,9코스인데 바다를 끼고 걷긴 하지만

 

아스팔트 길인지라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다

 

우리네 인생길 또한 평탄하지만은 않고

 

때론 지루하고, 또 거친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는 것을

 

어찌 불평을 할 수 있으랴!!

 

그저 주어지는 모든 것을 감사할 밖에.....

(묘하게 한 나무에 하양, 빨강 두 동백이 신기하여 찰칵!!)

 

그러면서 만나는 섬 사람들마다에 정다운 인사를

 

하니 그분들도 반가이 맞아 주신다

 

길을 걷다가 코스 시작점에서 만나는 스탬프

 

찍는 곳이 마치 보물찾기 하듯 재미있었다

 

리플렛에 하나둘 도장이 쌓여갈 때 마다

 

우리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한꺼번에 밀려 왔다

 

마지막 11코스 미로길까지 다 걸은 다음

 

축제운영본부에 들러 확인을 받으니

 

운영요원인 젊은이들조차 우리의 완보를 축하해 주며

 

완보 인증서와 기념품까지 주길래

 

청산도 여행의 기쁨이 배가 되었다

 

꼭 한 번은 가보아야 할 섬, 청산도!!

 

느림의 미학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그래서 행복을 일깨워 주는 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