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의 술 얘기 나오니 남의 일같지않고...해서
또 끄젹거려 볼란다.
그저께 식탁에서 이상하게쓰리 남편이 온갖 폼을 잡는다.
퇴근해서 오는길에 왕족발 한보따리, 시커먼 봉지에 펫트병맥주와소주...
감사하게도 반찬 신경 안쓰고 김치, 동치미만 놓아도 진수성찬이네..
국은 쇠고기 좀 넣고 무우. 고춧가루 ,참기름 넣고 달달 볶아서 한소끔 끓이고
숙주나물, 파, 한아름..
뭐, 육계장 비슷한 국은 끓여 놓았다.
그렇게 쉬운 상을 차리고 남편은 소맥을 시원스럽게 캬~~~ 해가며
꿀떡거리며 잘도 드시네...흥 !!
밥은 또 국에다 말아서 불리고 있고...술은 계속 마시고.. 이사람의 식습관이다.
이런 광경은 30여년을 보고있다.
국 끓이고 찌개 끓이고...파노라마 같이 지나가네..
국 끓이는 걱정으로 내 청춘 다 지니간것같다.
한잔 들어가니 또 버벅거리는 술주사가 시작되나보다.
슬쩍 피할려하니 앉으란다. 앉았다.
할얘기가 있단다.
나보고 \"고맙다 ~\"
이게 무슨 청천 날벼락 같은소리 !!!
칭찬에 인색한 이사람 ... 결혼생활내내...
칭찬한번못들어보았고 인정한번 받지 못했다.
멋진 옷을 입어 보아도 관심없었고...
오히려 어떤 넘에게 잘보이려고 그렇게 차려입냐 ?
머리에 변화를 주어도 어떤 여편네가 앉아 있는지 관심조차 없고...
우리 부모님이 주신 뽀얀 피부는 몇십만원짜리 화장품 발라서 그렇다하고..
그피부도 검버섯이 피려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는데...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사는 기본도 모르는 한심한 사람과 그냥 살았다.
아시져~ 제성격 신경 안쓴다는거 !!
내가 진실되고 진솔되며 한마디로 솔직담백하면 되지 ?
언젠가는 그렇게 살다보면 자식이고 남편이고 지인이든지 누군가는 알아 주겠지.
아니 알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개똥철학을 갖고 살았다. 난 인간답게 살다가 그냥 가면 된다.
갑자기 고맙다는 소리에 뒷머리에 솜방망이가 퉁 때리고 간다.
\"\'뭐가 고맙냐고 ?\'\" 우리 애들 직장에서 펄펄 날고 다니단다. 그건 나도 익히 잘알고...
늘 기도의 제목아닌가 ?
손끝에 주신 능력 사회에서 맘껏 펼치게 해달라고 하는 나의 절절한 기도는 그거하나다.
테니스모임이나 성당모임에 나가보면 자녀들 취업 잘 안되고 어정쩡 지방대 나와 어디 눈이 높아
갈곳도 없고 ..
아버지들의 직업은 그래도 의사요 , 변호사요, 현대맨이요,...기타등등...
그러는 집안의 자녀들 백수로 지내면서 속을 뒤집어놓는 자녀들의 얘기를 듣고..
새삼 자기의 자녀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이제야 느끼나보다.
고맙단다. 자녀들이 나름 고생 했지만 취업 잘되었고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으로
인정받은것이 자기의 덕인줄 알았나보다.
그런데 이런 얘기하네... 괜찮은 자식으로 키운다고 고생했다.
네 그릇이 그만큼이니 우리애들도 그만큼이잖냐 .
나는 낳았으나 키우기는 네가 키웠으니 감사하다. 고맙다. 연발해단다.
네가 내아이의 엄마인것이 고맙단다.
이칭찬 한마디에
엊저녁에 벌써 사다놓은 냉이 잔잔하게 썰고 삭힌고추, 맛있는 양념간장 해 놓았더니
굉장히 좋아하네... 버터 한숟가락에 양념장 넣고 쓱쓱 비비더니
점잖게 소맥을 마시면서 나에게도 권한다.
진작 그럴것이지. 홀짝 마시니 없다.
술마시고 하는 대화는 나는 삼가한다.
아쉽지만 ... 술한잔 맘 놓고 못 마시는...
나도 남편한테 거하게 마시고 술주정도 해보며 실컷 울어도 보고 싶다.
애들 잘 키웠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나니 천지가 개벽할거 같다.
저사람이 왜 저러지 ???
하기사 나는 목슴걸고 애들을 지켜냈다.
지금이라도 알아주니 고맙네.....................또 언제 변덕이 날지 모르겠지만.....
천지가 개벽할 일 이로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