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네 9명의 제주 여행!!
짧지만 긴 시간들이었다
3/19~21일까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 5:50분에 모여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러 가는 발걸음은 유난히도 가벼웠다
성당에서 모임을 함께 하는 9명의 주부들은 과감히
2박3일 동안 가정을 버리기로(?) 하였다
봄바람에 못 이긴 일상탈출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일정을 계획할 때부터 서서히 일상탈출에 대한
강렬한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어 5월에 계획했던 일을
무려 2달이나 앞당겨 버린 것이다
사실, 남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걱정도 했었는데
최대한 날짜가 가까워질때까지 아무 말 안하고 있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여행을 선포했다
그 말을 듣는 남편은 허락이 구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선포임에도
아무 반대가 없었다
아마도, 자기 고향인 까닭이었을 것이다
비행기를 내려 예약한 미니 버스에 오르자 우리의 기대감은
들뜨면서 어느새 모두가 소녀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상투적인 제주 여행을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체험과
추억을 만들고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가이드에게 우리가 추천하는 코스 위주로 안내해 줄 것을
미리 부탁을 하였다
다행히 성당 교우의 가족이라 흔쾌히 우리의 부탁을 들어 주시어
모두에게 최고로 멋진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제주말로 오라방으로 자기를 부르라는 가이드의 안내에
처음엔 머뭇거렸던 여인네들은 어느샌지 모르게 익숙한 억양으로
\"오라방, 오라방!\"을 불러 댔다
깔깔깔, 호호호
우리의 웃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일상을 벗어나는 게 이토록 멋진 일인 줄 예전엔 나조차 몰랐던 일이다
게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여행이어서인지
누구라 할 것 없이 여인네 9명의 마음은 물만난 고기들마냥
부풀어서 가는 곳마다 탄성에, 환호에.....
첫날은 가파도를 먼저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어서인지 돌아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1시간여를 돌아 나오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에 눈길을 주고
철썩거리는 파도를 내려다 보면서 우리의 감탄은 그칠 줄을 몰랐다
섬 중에 또 섬이라니!!!
제주해녀한테서 싱싱한 홍해삼과 뿔소라를 한 보따리 사니
다들 빨리 먹고 싶은 생각에 저절로 군침이 다 돌았다
방어회까지 떠서 숙소로 돌아오니 우리를 가이드해 준 오라방이 직접
해삼을 손질까지 해주었다
홍해삼은 어찌나 싱싱한지 돌처럼 딱딱해서 씹을수록 오도독 거리는 게
바닷내음이 물씬 풍겨 저절로 술 한 잔이 땡겼다
방어도 어찌나 큰 걸 회로 떴는지 9명이 먹다먹다 결국 다 못 먹고
남아 다음 날 매운탕에 넣기로 했다
성당에서 만날 때와 여행을 함께 떠나와서 대화를 나누니
더 솔직한 내용들이 술술 쏟아져 나와 여인네들의 힐링캠프가
저절로 만들어져 우리의 이야기는 밤이 깊도록 끝이날 줄을 몰랐다
진솔한 얘기를 나누노라니 새록새록 서로에 대한 정이 더 솟구쳐 올라
우리는 마치 한 자매라도 된 듯 하였다
다음 날은 식사 당번이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마을 주변을 산책하기로 하고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집을 나서
동네를 거닐며 제주의 상쾌한 아침공기를 원없이 마셨다
다들 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와 아침을 먹는데 한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처음엔 욕실에 있겠거니 무심했는데 다른 사람이 욕실 두 군데를
다 돌아보더니 없다고 하여 다들 밥먹던 숟가락을 던지고
찾아 나서려는 찰나 얼굴이 하얘진 그 사람이 집으로 들어섰다
어찌 된거냐 물으니 이 골목이 저 골목같고, 혼자 앞서 오다 그만
길을 잃어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 사정을 얘기하고 겨우 그 분들 차를
얻어 타고 숙소를 찾았다고 하여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애들도 아닌데 집을 잃는다는 게 이해안 될 것 같지만 워낙
골목이 비슷비슷해 함께 나갔던 우리도 잠시 헷갈려 해맸기에
그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한바탕 해프닝을 치르고 우리는 비가 오락가락 하는 용머리 해안으로
향했다 남편과 함께 왔을 때는 용머리 해안을 멀리서만 보았을 뿐
바위를 내려가 해안가까지는 못 내려가 봤기에 직접 내려가 보니
실로 기기묘묘한 용머리 해안의 절경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물결치듯 겹겹이 쌓인 지층의 오묘함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장난기가 발동안 우리는 스파이더맨처럼 바위 사이에 붙어서는
마치 바위와 사람이 한테 붙은 모습도 연출을 해보았다
용머리 해안은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군데군데 바위를 연결해 놓아
철썩이는 파도를 바로 옆에서 보며 해안을 걷는 묘미는 그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다음으론 제주평화센터, 외돌개, 주상절리를 돌아보며
곳곳에 펼쳐진 제주의 독특한 풍광을 눈에, 가슴에 꼭꼭 새겨 넣느라
여념이 없을 지경이었다
셋째날 우리가 오기 전부터 노래를 부르다 시피 한
사려니 숲길 10 km를 무려 3시간30분에 걸쳐 걸었다
쉬엄쉬엄 걸으며 노래도 부르고, 숲 속의 경치에 흠뻑 빠져
깊은 호흡도 해보며 걷다 보니 우리가 마치 외국의 어디에라도
온 듯한 모습이었다
사려니 숲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 일행에게 그 기대감을 더 크게
했던 곳이라 9명 그 누구하나 힘들다는 내색없이 함께 그 먼 거리를
걸어 냈다는 사실에 서로서로 격려하고, 뿌듯함을 함께 느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물론 좋지만 나이를 먹어서는
이렇게 마음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그 의미가
훨씬 남다르다는 경험을 하게 된 시간들이었다
실로 두고 오기가 아까울 제주의 눈부신 하늘과 멋진 숲
또 파도가 일렁이는 푸른 그 바다가 눈에 아른거려
공항을 향하는 우리의 가슴은 충만함과 아쉬움이 교차하였다!!
제주의 2박3일을 오래도록 못 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