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저녁 식사에 초대한 후배가 들이 댄 \'아이 폰\'으로 남편과 나란히 한 컷!>
\"자기야~~~~~ 어디야? 왜 안와??\"
\"으~ 응.... 헤어클럽에서 머리 자르고 가려고~\"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던 남편....
새로 생긴 헤어클럽에선 남자 머리 커트가 15달러(한화 16000원)
10회 스티커를 받으면 1회가 무료래나?
인간은 교육을 통해 발전한다.
짠순이 마누라와 살아 온 세월에 \'콜라\'로 빙의 된 그.
집 앞 미용실보다 5천원이 싼 그 이유만으로 꽤 발품이 드는 미용실까지 찾아간다.
다시 1시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보다 애정결핍적인 언어가 세상에 있을까.
\"자기야.... 왜 안 와?!!\"
\"응~ 지금 어떤 기계로 내 머리 두피를 관찰하고 있는데.... 머리카락 나는 구멍... 모공!
거기에 먼지 같은 게 하얗게 끼어있어. 이러믄 머리카락이 점점 빠진대네?
한 번 빠지면 다시는 안난다는데 엄청 심한 편에 속한대.....내가..\"
누구나 현미경으로 모공을 확대하면 피지와 미세한 분비물이 참깨만큼 확대되어
첨 보는 사람은 그 자체 만으로 충격받는다.
이미 세계적인 두피관리 회사 \'스벤슨\'에서 고액을 바치고도 효과없던 경험이 있던 나는
순진한 우리 남편의 놀란 마음을 200% 공감 하는 바!!
아마도 이런 시츄에이션이 아니었을까?
한적한 시간에 들어선 남자 손님.
한 눈에 감출 수 없는 순진 티가 풀풀 풍기는 그를 미용실 스탭은
\'무료 검진\' 이라는 미끼를 던져 모니터 앞에 앉힌다.
싫든 좋든 상대의 호의에 절대 거절 못하는 그는 기계앞에 \'기계처럼\' 끌려가
확대경으로 비춰진 두피의 밥풀때기만한 피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스탭은 확인사살까지 한다.
\'당신은 앞으로 3년 ,길면 5년이내 ..... \'대머리\'가 될 수 있는 확률 99%\'
조언을 빙자한 협박 공갈에 가까운 언어로 남편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리하여 두피보호 샴푸, 에센스, 린스, 약, 빗 ... 등 한아름 안긴 후 카드를 긁으라 재촉했을 것.
남자치고 \'대머리\' 협박에 놀라지 않을 강심장이 있을까?
\"마누라야~ 샴푸랑 세트로 사서 사용해야 효과가 있대. 헤어맛사지도 받으래\"
이런 이런... 잔머리 마케팅에 관한한 나도 전문가다.
그러나 선생질이 천직인 사회물정 어두운 우리 남편, 미용실 스텝의 \'잔머리 마케팅\'에 홀랑 넘어갔을 터.
게다가 남편은 머리에 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똥개를 껴안고 사진찍으려다가 머리를 물려서
1백여 바늘 꿰맨 사고가 있었다.
해서 머리.... 이야기에 예민하다.
그러니 잔머리 마케팅은 퍼팩트 하게 먹혔을 것.
게다가 순진하기까지 하니 그 미용실 운수 좋은 날이다.
충동구매하는 여자와 홈쇼핑 좋아하는 여자를
전염병걸린 여자 대중탕 오는 것만큼 경멸하면서도
\'두피보호\'\'모발 재생\' 어쩌구... 나오면 바로 다이얼을 눌러 구입하는 나 이지만
남편은 생애 최초의 경험이다.
\"그래...그래... 얼른 피지 방지 샴푸랑 린스... 에센스까지 달라고 해~\"
개에 관한 트라우마도 없앨 겸
팍팍 기도 살릴 겸, 가격 따지지 말고 몽땅 사오라고 했지만
약효에 대한 불안과 대머리에 대한 공포감이 합쳐진 목소리가 망설이는 게 느껴졌다.
다시 40분쯤 지났을까...
쇼핑백을 들고 상큼해진 머리로 들어와서 책상에 앉아 내내 말이 없다.
외국에 살면서도 삼 세끼 국과 밥을 먹지 않으면 눈에 핏발이 서는 사람이
밥 먹을 생각도 않고 책만 보고 있었다.
찌개 냄새가 은은히 펴지는 식탁에 앉아서도 반가운 기색 없이
젓가락질이 휘적 휘적 억지로 먹는 느낌이다.
\"왜 그래?!! 밥 먹기 싫어? 나 오늘 몸이 찌뿌둥하고 컨디션 무지 나빠~ 화나려고 해.. \"
\"나도 ..... 오늘....... 우울해.....\"
허~ 참~
꼬맹이도 아닌 대학생들 가르치고 온 선생이 머가 힘들다고.....
머리도 잘랐으니 상큼할텐데 뭐가 우울해...~~ 어쩌구 저쩌구~~ ~~~
잔소리 와중에 기색을 슬쩍 점검했다.
조강지처의 직감으로 무언가..... 무언가 .... 있다.
\"자기 왜 그래????\"
\"응..... .. 나도 우울할 때 있지.......\"
\"왜?? 자기가 직장 상사가 있어~~ 아니믄 속썩이는 새끼가 있어?
이쁜 마누라도 있지 머가 아쉬워?\"
장난 반, 진담 반 소나기처럼 쏟아내면서도 쬐금 미안하긴 했다.
남편이 우울하다면 그의 손을 가만히 잡고 위로해주며
맛있는 안주에 맥주 한 잔 좌악 건네며 고민도 들어주고 ......
마음은 콧소리 정겨운 애인이고픈데 입에선 말 폭탄이 터져나오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마누라다.
에구~ 콜라야!! 좀 살갑게 말하면 세금내냐!! 머릴 쥐어 뜯으며 후회
해도 이미 망가진 부뉘기를 \'턴\' 할 방법이 없다 .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이 느닷없이 나올까만, 코에 힘 쬐금 주고~ 물었다.
\"자갸~~ 왜....애?? 오늘 먼 일 있었쪄?\"
\"아니... 오늘 그 기계로 보니까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하더라고~ 공부는 공부대로 크게 잘 하지도 못했으믄서
너 회사다니며 고생만 시키고.... 내가 내 욕심만으로 잘못 한 게 아닌가.... 싶구
너가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게 좋다고 해 놓고 현실은 일 할 수밖에 없도록 내 몰았던 것 같아서.....
나이 먹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우울하더라구.....\"
뚱뚱한건 용서해도 내 남자 대머리 되는 건 용서 몬해!!!~~~~
외치고 싶었지만 삼키고 거짓말을 시작했다.
ㅋㅋ*^^*
\"쟈갸~~!!! 난 말야.... 자기가 지금 당장 대머리에 다리 하나가 없어져도 사랑 할 거야.\"
\"그래도... 나 공부시키느라 고생 많이 했잖아...\"
진짜 고생하는 사람 들으면 돌 던질 말이지! 내가 밭을 매냐!! 골프장 잔디 풀을 뽑냐!! 소를 키우냐!
추운 겨울에 찬 바람을 맞으며 거리에서 장사를 했냐! 남에게 궂은 소리하며 자존심 구기길 했나!
집에 있으라는 게 고문인 마누라를 당췌 모르는 소리,,,,,
부부란 결혼으로 \'남매\'가 되는 사이라 했던가.
대머리가 되는 지, 아내의 몸무게가 두 자릿수로 늘어 나는지 서로는 알지 못한다.
나이들면서 더 친해지는 친구, 남편...
결혼 십수년이 지나고서야 나는 알았다.
남자도 가끔 생리를 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