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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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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BY 그대향기 2013-03-20

 

 

못 볼 걸 봐 버렸어.

안 봤을 때는 내 마음이 이렇게도 갈팡질팡하지는 않았거든.

봄바람도 아닌데 내 마음은 유채밭 위로 두둥실~

낙동강 물길따라 이리저리로 살랑살랑~

아..

몰라몰라~~~~

 

큰딸이  우리 집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게됐다.

8월이면 둘째를 낳기 때문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것 같아서

잠깐씩 돌 봐 줄 요량으로 우리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했다.

마침 사위직장까지도   차로 20분 거리고 우리집까지도 20분 거리라

도심에서 출근길에 밀리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아서 외곽으로 정했다.

 

그런데 그 아파트가 날   갈등의 수렁에서 허우적 거리게 만들줄이야...

경관이 서울 한강변은 저리가라다.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강을 따라 유채밭이 펼져지는데

굽이굽이 강물을 따라 노오란 유채의 향연이 곧 있을 예정이다.

4월 중순에 유채축제가 그 너른 강변에서 열리게 된다.

 

딸의 아파트가 바로 그 유채밭을 바라 볼 수 있는 강변에 있다.

그 옆을 차로 달리기만 했지 아파트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전세를 얻으러 갔다가 황홀한 경관에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다.

은퇴하고 환갑이 되면 아버님댁을  리모델링해서 야생화를 마음껏 심고

텃밭에 먹고 싶은 먹거리를 오밀조밀 심으며 살겠다던 굳은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말았다.

 

강물이 흐르고  그 옆에 보이는 철교며 절벽에 선  정자

무엇보다도 조깅코스가 잘 되어있고 자전거길이며 유채밭

조용하고 맑은 공기,  도서관이  아파트  옆에 있는 딸의 집에 홀딱홀딱 반하고 말았다.

은퇴할 때까지만 화초가꾸기하고 은퇴 후에는 퇴직금 몽땅 털어 그 아파트 하나 분양받아서 살까??

돌확이며 크고 작은 항아리들 분재들이며 야생화들....이 푸른 가족들을 다 정리할 자신이 없는데 어쩌지?

 

에구구구구구...

못 볼 걸 봤어~

그냥 작은 실개천이 흐르는 아버님댁에 황토방 하나 더 넣고

텃밭에 오이랑 상추 토란이며 풋고추나 몇고랑심고 살아야지.

울타리에는 동이감 몇그루 심어서 외손녀오면 따 주고 까치도 좀 남겨주고 살아야지.

 

실개천에 통발 넣어서 메기가 잡히면 남편이랑 둘이서 뽀글뽀글 매운탕이나  끓여먹고

툭..툭...툭....

알밤이 저 혼자 익어서 떨어지면 군밤이나  만들어 호호 불며 남편 하나 나 하나 나눠먹고

황토방에 뜨끈한 군불을 넣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방바닥 엑스레이를 찍으며 살란다.

이 마음 변치말자고 오늘도 다잡지만 흐이구....

 

딸은 좋겠다~

외손녀는 좋겠다~~

기다려라~

유채꽃이 피면 엄마가 날마다 출근 도장을 찍어주마~!!

평지에서 보는 유채꽃보다 높은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는 유채꽃은 강물과 함께 너무 황홀할 것 같다.

 

이 시골에 그만한 조망권을 가진 아파트는 드물다.

전에는 비만 오면 잠기던 강변을 멋진 유채밭과 체육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아파트며 땅값이 자꾸만 수직상승을 하고 있는 동네다.

5일장도 서는 곳이라 더 매력있는 아파트에 큰딸이 오게 되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이사를 오게 되는 딸집에 무슨 집들이선물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