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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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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집은 있어도 가정이 없는 아이 ~ ^^


BY *콜라* 2013-03-20

집은 있어도 가정이 없는 아이 ~ ^^
<맨발의 가난한 소녀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어 신겨주는 어느 백인의 모습에 사랑이 담겼다.>
 

 

\"이모!!  퀘백이 어디야? 친구가 거기서 엄청 고생하고 있나 봐!\"

\"왜?\"

\"홈스테이와 학원도 이상하고 도와 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밴쿠버로 오고 싶대.\"

 

어학연수 온 친구 딸 은영이가 

같은 학과 친구지만 친하지는 않다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모!! 그 친구가 밴쿠버 홈스테이와 학교 알아보는데 힘든 가봐..\"

\"이모!! 학원에서 환불을 안해준다고 해서 속상하대. 어떻게 환불을 받으면 될까?\"

\"돈은 포기하고 오늘 밴쿠버 오려고 비행기 티켓 예약했대. 민박이라도 알아 봐 줄까?\"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학과 친구를 찾는 페이스 북을 보고  연결되었다고 했다.

 

\"민박은 불편하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당장 머물 곳 없으면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

\"그래도 돼? 나하고 엄청 친한 건 아닌데??  하루에 얼마씩 내라고 해?\"

\"외국에서 친한 친구 안 친한 친구가 어딨니. 도움 주면서 친해지면 친한 친구되는 거지.\"

 

\'친하지 않다\'고 하더니 막상 데리고 오라니 뛸듯이 기뻐한다.

  

공항에 나가서 유정이를 데리고 온 은영이는  

외국에서 만난 탓인지 같은 방을 쓰며 무척 좋아 했다. 

 

한국에서부터 집안 일을 분담하는 게 생활이 되어 있는 우리 집은   

밥 한 번 해보지 않은 조카가 있을 때나, 친구 딸 은영이가 있을 때나

식사 준비를  실수조차 즐거운 \'가족놀이\' 시간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사우디, 맥시코, 일본 등의 다국적 친구들과의 문화 차이, 국적별 선생님들의 발음,

실수담, 여행지 정보, 맛있는 집, 연예인, 영화.....

어떤 주제를 어떻게 해석해도  \'면책, 면죄\'의 치외법권 타임이다.

 

첫 날, 식사를 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유정이를 배려해

목소리 낮춰 웃고 떠들며 우리만의 식사 \'뒷풀이\'를 즐겼다.  

 

그렇게  4일이 지났다.

차려 진 식탁에 앉아 말없이 식사한 다음, 방으로 들어가는 일을 반복하는 유정이를 보며 

나는 약간의 염려가 되기 시작했다. 

불편한가? 아니면 집 구하는 게 힘든가? 렌트하는 법과 지도를 보는 법은 알고 있을까.

혹시 집보러 갔다가 이상한 사람 만나진 않을까... 

퀘백에서의 등록금 환불을 밴쿠버 본부에서 받긴 했을까.......

 

5일째 되던 날, 식사 후 일어서는 아이를 잡았다.   

 

\"식사하고 좀 앉아서 과일도 먹고 편하게 지내... \"

\"네. 저 편해요.\"

\"식사하고 바로 들어가지 말고 이야기도 하고 ....\"

\"제가 습관이 안되어서요. 우리 집은 메신저로 말하고 각자 밥 먹고 자기 방으로 가거든요.\"

\"그래?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를 때도 메신저로 해?\"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네, 메신저로 밥 먹으라고 해요.\"

\"설마!! 언니도? 아빠랑도? 그럼 말은 안해?\"

\"에. 할 말이 없어요. 뭐 할 말있음  메신저로 남겨요.\"

 

요즘 젊은 부모와 가족 형태 트랜드인지.....믿어지지 않아 되묻고 되 물었다.

정말 가족끼리 메신저로 할 말 전하고, 각자 밥먹고 서로의 시간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

가족간의 대화를 \'개인 시간 침범\'이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일 주일 후, 식탁에 앉아 있는데 유정이가 가방을 끌고 나와 현관 문을 열고 나가는 게 보였다. 

\'방을 구했나?  아니겠지.....이사를 가면  미리 말을 하겠지\" 생각하면서도

얼른 현관문을 열고 내다 보았다. 유정이가 운동화를 고쳐 신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니?\"

\"아, 네.. 안녕히계세요\"

 

방을 구해서 이사를 한다는 거였다.  만약 내가 문을 열고 내다보지 않았더라면

인사도 없이 가는 길이란 걸 알고  말문이 막혔다. 

보내고 나서 내내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를 위해서 이대로 넘어가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유정이네 학원에서 가까운 후배네 사무실로 불렀다.

 

\"유정아 이사간 집은 지낼 만 하니? 학교도 잘 다니고?\"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내가 왜 불렀는지 혹시 짐작하니?\"

\"아뇨~ 모르겠어요.\"

 

\"어른인 내가 이해하고 말까 생각도 했는데, 어른은 어린 친구들이 잘못했을 때

어른답게 넘겨줘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어른이기때문에 어른의 값을 해야 하는 일이 있어. 그래서 불렀어\"

\"아, 제가 돈 안내서 그런가요? 얼마 드려야 하는 거죠?\"

 

부모가 가르치지 않는 걸, 내가 악역을 맡을 필요가 있을까.... 회의가 밀려왔지만 꾹 참고 말을 이었다. 

 

\"잘 해 주진 못했어도 네가 힘들 때 진심으로 널 염려했고, 설사 그것이 너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해도  헤어질 땐 적어도 인사는 하고 가야지.  하루 전쯤 \'저 이렇게 집을 구해서 어디로 갑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하는 게 어른께 너가 해야 하는 도리이고 인간관계에서도 상식이잖아. 그러면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시간되면 놀러오고 어려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해. 공부 열심히 하고...\' 했을거야.  만약 내가 문 열어보지 않았다면 서로 얼굴도 못 보고 갈 뻔 했잖아. 다음에 누군가에게 또 도움받는 일이 생기면 그땐 이번처럼 해선 안된다는 걸 말해주려고 불렀어. 내 말 이해하겠니?\"

 

\'죄송해요. 그때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 생각마저 못했어요.\'

눈물을 쏟으며 알겠다는 아이를 잘 다둑거리며 손을 꼭 잡아 주는데 마음이 아팠다.  

이 아이만의 잘못이겠는가....

 

누군 그랬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말 백번 해도 \'소 귀에 경 읽기\'이며 욕 안 먹으면 다행이라고.

내가 귀찮고 욕 먹는 게 싫어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방관한다면

비록 나이만으로 거저 얻은 어른의 자리이지만 

값을 치르지 않고 무임승차한 비겁한 어른이 아닐까.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며 \'그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한데..... 공부가 전부가 아니야.....\"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성토하는 나의 탄식에 남편이 거들었다.   

 

\"햐!~~ 가정이 있어야 가정교육이 있지~\"

\"서울에 집 있댔는데? 부모님도 계시고???\"

\"그래,  하우스는 있어도 가정이 없다고....  \"

 

그래, 하우스 구조 물 안의 소박하고 따뜻한 가정이 있어야 아이들이 바로 자라는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