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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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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BY 그대향기 2013-02-06

 

 

 

어제는 내 생일이었고 오늘은 남편 생일이다.

우리 부부는 생일도 찰떡처럼 붙어 있다.

둘 다 섣달에 태어난 서러운 나이다.

음력으로 12월 25일과 26일.

아이들은 늘 헷갈려 했다.

양력이면 기억하기 쉬운데 음력은 늘상 날짜가 달라진다는 이유다.

그래도 뭐 설 되기 5일 전만 기억하랬더니 그래도 헷갈린다는 아이들이다.

내년부터는 아예 양력으로 기억하게 해 주고 음력은 엄마아빠만 챙기라고 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같기도 한데 일년에 두번이나 챙기라고?

 

난 우리아이들 음력 생일을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

출생신고도 양력으로 했지만 음력으로는 단 한번도 생일을 차려 주지 않았다.

아이들 말처럼 해마다 달라지는 날짜가 부담스러웠다.

시어른들 생신에 아이들 생일 그리고 같이 계시는 할머니들 생신까지 챙기려면

어지간한 총기 아니면 잊어먹기  일쑤다.

새해 달력을 받으면 최우선적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놓지만 그것도 잊어먹는다.ㅋㅋㅋ

기억력의 한계가 생활전반에 걸쳐서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깜빡깜빡 잊어먹기 대마왕이 되어간다.

 

어제 큰딸이 엄마아빠 외식 시켜 드린다는 걸 남편이 됐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딸이 엄마가 돈 아까워서 못 사 먹는 대게를 사  드린다며 식당을 예약한대도 마다고 했다.

애들이 밥 사 준다고 쪼르르 가는 것도 모양이 아니라니 원....

그럼 언제 애들 밥 얻어 먹을건데~~

어른 대접하는 방법도 알아야 다음에도 대접하며 산다고 해도 아니란다.

마음만 받아도 행복하다며 기어코 예약을 못하게 했다.

그냥 엄마아빠 조용히 분위기 잡으러 갈거라며.

분위기는 무슨..........그냥  집 밥먹고 나는 책이나 읽고 남편은 외화나 보고 말았다.

오후에 딸한테서는 식대와 선물비 포함 20만원을 입급시켰다고 맛난 거 사 드시란다.

 

저녁에 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 좋은데서 식사하셨어요?\"

\"그래~좋은 집 우리 집\"

\"어??? 아빠가 엄마 모시고 좋은데 가신다고 했는데요~\"

\"그랬는데 아까 저녁 무렵에 호스피스 병동의 쉼터 건립이 어렵다는 이야길 듣고 네가 보내 준

그 선물비..엄마가  다 헌금해 버렸거든. 대게 먹은 걸로 할께. 대게보다 더 배 부르네~`ㅎㅎㅎ\"

\"에이..그래도 엄마 맛난 거 좀 사 드시지 그랬어요?

 엄마는 저번에도 제 조리원 보낼 비용을 어느 대학에 헌금해 버리시더니...

 엄마한테 간 돈이니 엄마 마음 좋을데로 하셨겠지만 좀 서운하네요.\"

\"이쁜 손녀  보내주셨는데 뭘 더 욕심내겠냐?

 엄만 내년에도 생일이  올 거고 호스피스병동은 하루가 급하잖아.\"

\"그때는 백만원 보냈으니 이쁜 손녀봤는데 이번에 20만원이라 덜 이쁘겠네요~~ㅎㅎ\"

\"그럼 빚내서 일억쯤 해? 원빈이나 소지섭 쯤 나오게.ㅋㅋㅋㅋ\"

\"평생 빚 갚으시게요?ㅎㅎㅎ 하여간 엄만 돈을 못 모으신다니까. 앞으로는 선물로 드려야겠어요.\"

\"아니다 아니야. 그래도 현금이 낫지. 엄마가 사고 싶은 토기화분도 사고 곧 봄인데 야생화도 사게 돈으로 줘라~\"

\"에이 몰라요~어쨌든 생신 축하드려요.건강하시고요. 설에 가 뵐께요. 맛있는 거 많이 해 주세요.\"

 

입에 대게 향이 번지는 듯 행복했다.

그냥...

딱 기회가 그렇게 맞는 것 뿐이다.

내 생일에 조금 쑥스러운 일이지만 좋은 일에 일조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내 선물이니 내 마음대로 쓰도 되는 돈이었으니까.

큰딸이 임신소식을 준 그날로부터 꼬박 열달 가까이 모은 백만원도 그렇게 나갔다.

조리원 비용이 부담스러워 모으기 시작했는데 더 급한 일이 있다기에 그만  헌금해 버렸다.

그래도 사돈댁에서 조리원 비용을 다 감당해 주시는 고마움을 베풀어 주셨다.

살아가면서 내 형편 따지고 주저하다보면 기회는 지나가 버릴 것 같다.

그 돈은 월급을 받을 때 마다 조금씩 모은  돈이었다.

월급쟁이라 단번에 큰 돈을  떼 놓기 어렵기에 조금씩 모았다가 더 소중한 곳에 쓴 셈이다.

남은 선물이 없어도 행복한 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