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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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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왕


BY 불량주부 2013-02-06

그녀는 여왕

 

개봉박두.............

휴대폰에서 흘려 나오는 벨 소리와 함께 쉰 한 살이 된 칠공주의 1박2일 추억여행을 주제로 한

그녀는 여왕”이라는 영화가 아컴 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첫 서막의 배경 장소는 불량주부의 안방.......

 

아침 일찍 목욕탕을 갔다 오면서 동네 베이커리에 들려

빵과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도로 위

연신 커피 향을 코끝으로 음미하며 행복감에 젖어 있는 그녀

 

그녀의 머릿속은 벌써 1박2일 추억 여행지 산청 어느 펜션에 가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입가에 흘려 나오는 저 미소를 누가 말릴 수 있단 말인가...

 

커피잔을 한손에 쥔 그녀는 오랜만에 만날 친구에 대한 설래임 때문인지

약간의 긴장감을 느낀다.

그 긴장감을 풀기 위해 커피 잔을 입으로 연신 가져간다.

“난, 내게 반했어.........“난, 내게 반했어. 씨엔블루의 노래 소리와 함께

첫 번째 그녀 진주댁이 등장한다.

 

제1장

승용차를 끌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나타난 진주댁과 서울서 막 도착한 또 다른 그녀 서울댁

그리고 서울댁의 어머니 유여사님.........

유여사님을 처음 뵙게된 여고시절

우리의 유여사님은 정말로 미인이시고 촌에서 농사일하는 사람답지 않게 곱고 고왔다.

그 고운 모습은 올 해 팔십인 유여사님의 모습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성격이 활달한 나를 여전히 좋아 해 주셨고,

나는 서울댁의 어머니이자, 나의 유여사를 무척 좋아 했었다.

 

유여사님은 딸들이 사는 서울에 가셨다가 이번에 서울댁과 함께 내려 오셨다.

우리는 유여사님을 당신의 아파트까지 정중하게 모셔다 드리고

목적지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산청으로 달리는 차 안에 앉은 세 여자

그녀들의 수다에 사발이 몇 개는 깨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도착

밀양, 진해에서 온 친구들이 벌써 짐을 정리하고 있었고........우리들의 도착과 함께

상다리가 뿌려지게 한상 차려 주는 엄마 같은 친구.....

 

먼저 진해에서 공수해온 회와 술 한잔.............

보고 싶던 그 마음을 찰랑거리는 술잔에 담아

가슴속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아 간다.

 

학교 다닐 때부터 잠이 무척 많았던 친구가 있다.

그녀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시간만 나면 잠을 잔다고 한다.

쪽잠을 즐기는 그녀 오늘도 마찬가지다.

젓가락을 놓자마자 거실에 누웠다...........그리고 잠시 후 드르렁 드르렁ㅎ

그녀는 여전히 잠의 여왕이였다.

 

한명이 모자라는 여섯명

직장일로 조금 늦게 도착하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며,

일 년 동안 묶어 두었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펜션을 넘어 산청 경호강의 강물과 함께 흘려가고 있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도 흐르고, 이야기도 흘렸다.

나머지 한명의 친구가 도착했다.

색다른 반가움의 환호와 포옹, 그리고 왁작지걸.........

엄마 같은 친구가 또 주방으로 달려가고.........

반갑다 친구야, 반갑다 친구야.......를 연신 쏟아내며..

부딪히는 술잔속에 행복함이 가득했다.

 

제2장

한 친구가 피부샵을 운영한다.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화장품으로 마사지를 해 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샵의 그녀가 하라는 대로 세안을 말끔히 하고

한명씩 샵의 그녀 앞에 얼굴을 내민다.

바르고 문지르고 두드리고 씻고, 또 바르고 무지르고 씻고..............

마사지 도중 씻기를 세 번........드디어 태반크림까지 마무리

여섯명의 얼굴을 만져 주면서도 연신 즐거운 샵의 그녀.........

힘들만도 하건만........

내일 아침 또 마사지를 해 주겠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물 세수만 하고 기다리란다....

 

우리들은 물 광 피부로 변신했고, 광택이 넘치는 얼굴로 총무이자 잠의 여왕인 그녀가 한마디 한다.

“이제 얼굴 청소 했으니, 내장 청소도 해야지”

이번에는 우아하게 와인이란다.

 

우리의 총무는 170cm가 넘는 키처럼 성격도 남자다.

씀씀이가 얼마나 큰지 동네 작은 마트 하나는 다 털어 온 것 같다.

없는게 없다,

와인안주, 맥주안주, 소주안주, 따로 따로 따로.............

여기까지만 읽어면  주태백 모임으로 오해할 만 하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술을 좋아 하지도 않는다.

그냥 한 두잔 마시는 주량인데...

 

작년에 제주도 갔을때는

oo소주, 매실주, 뽕주, 복분자주, 대나무술, 백세주.......두병은 기억이 가물 가물한다.

무려 8종류의 술을 챙겨 왔는데 2박3일 동안 일곱명이서 세병도 못 마신 것 같다.

오늘도 와인 두병, 대나무술 한병, oo소주 2병, 맥주12캔을 사가지고 왔다.

얼마나 준비를 해 왔는지 주방은 마치 요술 주방 같았다.

주방만 갔다 오면 색다른 음식들이 손에 들려서 들어오니........

 

제3장

적막강산으로 변한 펜션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새벽 네시까지 이어졌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산좋고 물좋은 산청에서

운치있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맑은 공기와 편안함으로 맞이하는 아침

여섯명이 욕실을 가고, 오고....

그리고 그녀의 앞에 또 얼굴을 내밀었다.

바르고, 문지르고, 씻고, 뿌리고, 바르고, 바르고, 바르고...........

쉰 한살의 피부에서 여고시절의 가시나의 피부를 찾았다...

 

그녀는 정말로 마사지의 여왕이였다.

 

아침 겸 점심으로 밥상에 둘려 앉았다.

엄마 같은 그녀가 지글지글 볶아서 차려주는 불고기와 함께 밥 한 그릇을 깔끔이 비운다.

그녀는 정말로 엄마다........나 같은 불량주부가 아닌 너무나 멋진 엄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주부의 여왕으로 왕관을 씌워 주고자 한다.

 

이제는 칠공주 헤어 샵 영업이 시작된다........

 

그녀의 롯트 감는 실력은 장난이 아니다.

매년 놀라고 또 놀란다.

헤어 자격을 따서 헤어샵을 하라고 권하고 권하였지만 그녀는 매번 고개를 쩔래 쩔래 흔던다.

우리는 어린아이 마냥 그녀의 코끝 아래 머리를 갖다 되었고

그녀는 헤벌쭉 해지는 미소와 함께 롯트를 감기 시작한다.

 

굽실 굽실.........연속 작품이 되어 나오는 머리들...

짧은 머리에서 긴 머리 까지....

아침 일곱 시 기상하여 분장 아니, 변장을 끝낸 지금

시간이 12시가 다되어 간다.........

 

분장이라고 말 하니, 밀양댁이 우리 같은 오십대는 분장이 아니라 변장이란다

변장이란 말도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아마도 오십에 어울리는 말 같기도 하다.

 

굽실 굽실한 컬이 명품 헤어샵을 다녀왔다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녀의 실력은 비 전문가이지만 헤어스타일의 여왕이였다.

 

여자들이란

꽃단장 하는 시간이 제법 길다...

퇴실을 해야 할 시간이다.

벌건 대낮에 무슨 닭 울음소리........꼬~끼오, 꼬~끼오, 꼬~끼오.........

주인장께서 퇴실을 알리는 알람소리 같기도 하다.

퇴실 알람소리가 아니라면 닭들이 머리에 총을 맞았던지...........

.색다른 퇴실 알람, 센스쟁이 주인장이다.

주인장에게 1시간만 늦게 퇴실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허락을 해 주신다.

역시 시골 인심이란..........이 맛이여

 

제 4장

날씨가 흐리다. 비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다.

줄줄이 봇짐을 들고 펜션 주차장에 집합

아무리 주인장이 쫒아낸다 해도 인정 샷은 찍고 가야지....

멋지게 변장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언제나 스마일.......

 

여기까지 왔는데

주위 경관은 둘려보고 가야지....

지나치기만 해도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동의보감촌으로 우리들의 애마는 달렸다.

시설 내 군데군데 관광버스가 주차해 있었고...그 속에서 내린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있어서며, 웃음소리인지 비명소리 인지

시설 내에 울려 퍼지는 이름 모를 여인네의 자지르지는 저~소 리

저렇게도 좋을까?

 

군데 군데 설치된 시설물을 둘려보고 우리들은

매점에 들려 여러 종류의 약초와 효소, 유기농 식품들을 구경하였다.

짧은 지식도 서로 공유하면서........

우리의 총무님께서 발아쥐눈이콩 한봉지씩을 모임 기념으로 선물해 주었다.

회비로 산 것이지만 선물은 선물이다.

 

서울댁이 2시 50분 KTX예매를 하고 와버렸어.............

더 이상의 관광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1차적 이별을 여기에서 하기로 했다.

차를 가지고온 밀양댁이 사천댁을 책임지기로 하고

진주댁 두 명과 진해댁 두 명이 서울댁을 진주역 까지 배웅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밀양댁과 사천댁을 위한 아쉬운 이별을 했다.

 

제5장

얼마 전 진주역사가 진주시 외곽지로 이전을 했고 이전과 함께 KTX도 개통이 되었다.

나는 아직 KTX를 한번도 타 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꼭 한번 KTX를 타고 서울로 가출을 하고 싶다. 아니 꼭 할 것이다.

그래서 시골소녀 서울 상경기를 쓰고 싶다.

 

다섯명의 친구가 대기실에 앉았다.

마트에서 사온 커피와 파이를 앞에 두고........

변장한 모습들이 멋지다며, 자화자찬 하기에 바빴다.

이미 떠난 친구와 떠나야할 친구를 제외하고 남은 우리들이라도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만 더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지자고

한 친구가 바람을 잡는다.

 

여자들의 수다란.............참 대단하다.

지칠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벌써 서울행 KTX가 들어왔다.

우리는 서울댁을 배웅하고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

 

바다 바람은 여전히 겨울을 품고 있었고.......

차가운 바람은 사정없이 변장한 헤어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머리카락이 쑤시방티가 되었다

바닷바람은 헤어만 엉망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마음까지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그녀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만남의 시간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이별의 슬픔만을 남긴채.........엉망이 된 머리는 헤어스타일의 여왕인 진주댁이 다시금 손질해 주었다.

 

수다쟁이 그녀가 먼저 입을 또 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

그녀는 두 번이나 결혼 했었고, 그리고 두 번다 실패를 했다

그녀의 잘못은 아니였다.

노름꾼인 첫 번째 남편과, 당뇨병에 알콜중독인 두 번째 남편

속고 속이는 세상이라 하지만 남편복은 지지리도 없는 그녀

그래도 자식들은 지 어미 고생 하는 것 아는지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게 잘 커주고 있다.

 

세월이 약이라고 죽이도록 미웠다는 두 남편과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들려주는 그녀..........

그래서 오늘의 수다 여왕으로 그녀를 뽑고자 한다.

 

진주댁 차안

다섯명의 친구는 떠났다.

나는 진주댁의 차안에서 눈을 감는다.

귓가에 들려오는 노래 소리와 플레어스커트 밑 파랑색 체육복바지.....

가시나들의 댄스..........

낙엽지는 그 숲속에 파란 바닷가에 떨리는 손 잡아 주던 너󰁔󰁖♩󰁠♪󰁗♫󰁖

여고시절 우리들만의 아지트와 칠공주의 해맑은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1박2일의 칠공주 모임을 마치고 집 도착

굽실굽실 물결치는 헤어스타일에, 물 광으로 빛이 나는 빤지르한  얼굴 .......

남편의 한마디

“니 내 마누라 맞나?? 가시나들 끼리 오만 지랄을 다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