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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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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에.


BY lala47 2013-02-06

이월 첫날  며늘아이의 부탁으로 어린이집에 윤지를 데릴러 갔다.

오랫만에 할머니를 본 윤지의 입이 헤벌어진다.

\"엄마한테 말 할려고 그랬어요. 할머니 보고 싶다고 전화해달라고 할려고 그랬어요. 그랬는데 딱 할머니가

온거야.\"

뒷자리에 앉은 윤지는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고 수다가 끝이 없다.

\"할머니! 윤하가 스티커를 삼켜서 병원에 갔었어요. 난 친구집에서 울지 않고 엄마를 기다렸어요. 깜깜해도

안울었어요.\"
\"그랬구나. 윤지가 이젠 다 컸네.\"

 

동화책을 읽어주는 동안 내 무릎에서 떠나지 않는 윤지를 겨우 잠자리에 들게 하는데는 약속이 필요했다.

\"내일 일어나자 마자 또 읽어줘요. 약속해.\"
\"알았어. 약속하지.

돌을 맞은 윤하는 걸음마를 시작했고 까르르 웃음이 많아져서 더 이뻐졌다.

주말에 아이들과 샤브샤브를 먹으러도 가고 한강 고수부지에서 연날리기를 하는 아들과 윤지를 보며

웃는 동안 윤지가 넘어졌다.

엄살을 부리는 윤지를  등에 업고 걸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젊은 시절 아이를 업고 걷곤 했었지.

그때 내 등에 업혔던 큰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아들을 본지가 십년이 넘었으니 이젠 잊어야 할까보다.

자식을 기억에서 지운다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리움이 원망이 되고 원망이 포기가 되고 말았다.

 

아이들과 이틀밤을 지내고 일산으로 넘어왔다.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하는 길을 조심 조심 운전해서 아슬아슬하게 일산에 도착했다.

자칫했으면 발이 묶일뻔했다.

\"오랫만에 온거지?\"
아버지가 반기신다.  아버지는 뵐때마다 변화가 있으시다.

정신세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실감할수 있다.

아무리 주의를 드려도 말썽을 부리신다.

힘들어 하는 언니를 보니 딱하다.

구십대 아버지를 모시는 칠십대 언니가 스트레스로 먼저 병이 나게 생겼다.

구십육세에 이만큼 건강하신것에 감사하지만 정신은 무너지고 육체만 건강한것도 문제가 아닐수 없다.

 

잠시 다 잊고  영화나 한편 보러 나가자고 언니에게 말했다.

오케이... 언니도 동의했다.

눈을 밟으며 걷는 맛도 새삼스러웠다.

늘 그랬듯이 팝콘은 필수다.

때론 팝콘 먹으러 영화관에 가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7번 방의 선물\'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류승룡의 연기에 웃고 울며 내용의 신선함과 따뜻함에 감동했다.

\"내 아내의 모든것\"에서 본 류승룡의 익살에 많이 웃었는데 이번에는 또 색달랐다.

광해에서 본 류승룡도 달랐으니 연기의 폭이 참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늦도록 언니와 수다삼매에 빠지기도 하고 마트에 나가 설 시장을 함께 보기도 했다.

\"언냐. 설빔도 사 입어.\"

옷가게도 기웃거렸다.

싸구려 티샤스에 기분전환이 되니 다행이 아닌가.

\"넌 백화점에서 옷 사입었었잖아. 난 못그래봤어.\"
\"내가 언제?\"
\"옛날에.\"
\"시비 걸지마.\"

까르르 웃어대니 조카가 들여다본다.

말이 고팠던 두 여자가 시끄럽다.

 

핸드폰이 울린다.

\"할머니!\"

윤지다.

\"내가 전화를 혼자 눌렀어요. 아무도 안도와줬어요. 할머니! 할머니!\"

연상 불러댄다.

아들네 너무 자주 가는것을 자제하는 할머니 심정을 윤지는 알리가 없다.

할머니가 와 있으면 엄마 말을 안듣는 윤지로 변해서 야단을 더 맞는건 사실이다.

어느 경우에나 중용을 지킬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