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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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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때문에....


BY 시냇물 2013-02-04

 

어제 정말 눈이 푸짐히도 내렸다

밤새 쉬지도 않고 내렸나 보다

일찍? 아니 7시에 일어나 내려가 집앞 눈을 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니면서 꼭꼭 밟아 다져 놓으면

쓸기도 어려울테니.....

습기를 잔뜩 머금은 눈은 벌써 밟은 곳은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빗자루로는 쓸어지지도 않아

삽을 들고 퍼내가면서 집앞에 쌓인 눈을

치우려니 몸에서 땀이 났다

 

우리 집앞은 바로 횡단보도가 있는데 어젯밤

눈이 너무 내려서인지 승용차 2대가 터억하니

횡단보도를 배짱도 좋게 가로막고 있어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있어 불편하고도 위험해 보였다

어젯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버리고 갔나보다

싶은데 그래도 날이 밝았으면 다른 곳도 아닌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횡단보도이니

치우는 게 마땅하건만 참말로 배짱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라도 구청에 전화를 해서

그 상황을 얘기해야겠다 싶어

교통지도과에 전화를 하니 알았다며

조치를 취하겠다 하였다

 

그 얘기를 남편에게 하니 화를 벌컥 내면서

차주인한테 보복 당하면 어떡하려고 유별나게

구냐며 오히려 나를 나무란다

아니, 이게 나를 나무래야 되는 일인가?

 

나도 듣다 알았으니 그만 하라고 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계속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기 얘기를 들으란다

 

나는 어이가 없어 

\"내가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있으면 백 번이라도 그리 할 거다\"라고 하자

벌떡 일어나며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 내게

달려와 때리기라도 할 듯이 기세가 등등하였다

 

 

이게 과연 내게 이렇듯 화를 내야 하는 일인지

 

 

내 속이 부글부글 용광로처럼 끓어서 도저히

집에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

 

 

무작정 가방을 들고 쌩하고 나섰는데 정작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집 가까운 성당으로 향해 아무도 없는

성체조배실에 한동안 앉아 속을 달래고 달랬다

 

적어도 내가 믿는 하느님은 불의 앞에

가만히 있는 걸 바라시지는 않을 것 같애서.....

 

 

성당을 나와 이번엔 미용실로 파마를 하러 갔다

2시간을 훌쩍 보내고 할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차려 서로 눈도 안 마주치고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었다

 

그냥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데 기어코 나를 또

불러 앉히더니

\"왜 입장을 바꿔 생각하지 못하느냐

다른 차들도 길거리에 많이 세워 두는데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원수를 사랑하지도 못하냐

왜 그 사람을 미워서 고발을 하느냐

그걸 용납하라는 자기도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논리의 비약이 심해도 너무 심하게

말을 하여 가라앉으려던 내 마음을 또 뒤흔들어 놓고 말았다

 

\"나는 그 사람이 미워서 고발을 한 게 아니고

단지 불편함을 해소시켜 달라고 구청에 연락을 한 것이다

그 행위만을 얘기 해야지 거기에 말도 안 되는

논리의 비약이 있는거냐?\"

 

그러면서 식탁을 박차고 일어나 버렸다

 

이렇게 2월에 푸짐히 내린 눈때문에 나는

눈 잘 치우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그 덤터기는

내가 다 뒤집어 썼다

 

 

\"아니 자기 대신 아침부터 그 많은 눈 치운 내게 칭찬은

못할망정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요\"

 

 

아, 어젯밤 꿈자리가 그토록 사납더니만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