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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발짝을 걷는 것이 이상해요.


BY 달꽃 2012-11-27

제목: 몇 발짝을 걷는 것이 이상해요.

 

비가 온 뒤라 그런지 기온이 차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2년 전에는 겨울이 되면 서울에 떨어져 혼자 있는 딸 생각에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몸부림 한번 제대로 치지 못하는 고시원에서 딸은 직장을 다녀야했다.

 

이제는 추억이 될 수 있는 과거로 잠시 돌아가 본다

2010년 경남에서 서울로 대학교를 갈 수 있었던 것은 막내여동생이 서울에서 살고 있었고 딸과 함께 있겠다고 하였다. 신혼인 동생 집에서 제부의 배려로 생활을 하였다. 엄마처럼 , 친구처럼, 선배처럼 딸은 이모의 사랑으로 공부를 했으며 조카들도 생겨 좁지만 잘 지냈다. 졸업을 얼마 앞두고 동생이 여러 가지 사정이 생겨 딸이 나가기를 원했다. 직장을 경남 쪽에서 찾을려고 하다 디자이너 쪽은 서울이 나은 것 같아 서울에서 직장을 잡기로 했으며 이리저리 추천을 통해 원서를 넣더니 3월이 못돼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딸은 들떠있었다. 그 기쁨도 잠시, 딸이 원하는 회사에 웹디자이너로 출근을 하기로 했는데 집이 문제였다. 나름대로 알아봤지만 전세도, 월세도 너무 비싸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여동생은 2월말 까지 방을 수리를 한다고 해서 야속했고 섭섭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지방에서 올라 갈 수도 없고 딸에게 발품을 많이 팔아라하고 전화로 수차례 통화를 한 뒤에 회사 가까이에 있는 고시원에를 간다는 것이었다.

보증금도 필요없고 월35만원씩 내면 방을 사용할 수 있으며 집에 있는 자기방의 삼분의 일도 안 되지만 교통비가 안 들며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여 밥도 해먹을 수 있다고 좋다며 환호를 했다. 주위에 물어보니 방세가 비싸도 이것저것 사느라 드는 돈보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가보지도 못하고 외삼촌이 함께 짐을 싸서 고시원으로 옮긴 후 쓰기로 결정을 했다며 걱정 하지말라고 하였다. tv에서 고시원, 쪽방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딸이 쓸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매일 같이 일어나 어떻게 하는지를 물었고 식사, 샤워 ,빨래, 주위시설, 냉난방 등등

저녁때가 되면 걱정이 돼서 딸보다는 내가 더 안절부절을 했었다.

폰으로 보내주는 사진을 봤을 때는 괜찮아 보여 잘 있겠거니 위안을 애써하며 시간은 흘렀다. 6월에 서울에 볼일이 있었고 고시원에를 먼저 갈려고 하니 “엄마!와도 좁아서 잘 수도 없으며 실망 하실 거예요.” 하며 딸은 보여주려고 하지를 않았지만 눈으로 확인을 하지 않고서는 못 내려가겠기에 도착하자마자 딸에게 갔다. 딸이 앞장을 서고 뒤 따라 가니 큰길가에 있는 건물인데 1,2,3,층은 사무실 , 상가들이며 4층을 개조해서 만든 고시원이었는데 수리를 해서 깨끗한 느낌은 들었다. 닭장처럼 좁은 복도와 계단. 통로에 놓여져 있는 작은 살림들, 그리고 어두컴컴한 실내. 모텔복도처럼 죽 따라가니 “엄마 이 방이예요” 하고 문을 열었는데 헉! 숨이 턱 막혔다. “정말로 이방에서 살았나? ”하고 둘러보니 간이침대, 벽 쪽으로 붙박이장. 그 밑으로 냉장고 , 모니터와 컴퓨터, 신발, 침대위에 있는 공간에는 옷들이 주렁주렁 . 눈물이 핑 돌고 말이 안 나왔다. 혼자 산다고 쳐도 이렇듯 작은 공간을 35만원이나 받을려고 하는 집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서울시에는 이런 공간도 허가를 내주는지?최소한의 1인 면적과 시설을 갖춘 후에 허가를 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식들이 쓴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장사 속으로만 방을 만들 수 있을까? 서울이 무섭다고들 했지만 똑 같은 사람인데 싶으니 화도 나고 따지고도 싶었다. 주인을 보자고 하니 주인은 없고 관리 팀장인가 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안 보인다며 화장실 겸 샤워실을 보여주는데 더 기가 막혔다. 뚱뚱하면 들어갈 수도 없을 작은 공간에 세면대와 샤워기가 놓여있었다. 샤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곡예를 해야 하는 것 같았다. 2개의 화장실겸 샤워실을 15명이 돌아가며 사용한다고 했다. 미로처럼 답답하고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방은 삶의 피곤함과 힘듦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밥 한 끼라도 해먹이고 싶어 주방엘 가니 밥은 가득 있으며 김치를 꺼내서 찌개를 하면 된다고 딸은 제법 씩씩하게 말을 한다. 행여 다 때려치우고 내려가자는 말이 나올까봐 더 신나하는 것 같았다. 양념이랑 취사도구가 있어 좋아하는 걸로 반찬을 해서 방에 가지고 갔는데 어떻게 놓고 자리를 잡아야 할지 ... 한참이나 이리저리 돌다 침대에 앉고 난 바닥에 앉고 그렇게 맛있는? (딸과 함께 한다는 이유로)밥을 먹었다. “이모 집에서 주무세요.” 하는 것을 안 된다며 같이 잘려고 하니 침대는 좁아서 도저히 안 되겠고 바닥에 잘려고 하니 딸이 맘이 안 편하다고 바꾸자고 했다. “내일 버스에서 자는 것이 나으니 너라도 푹 자.” 라고 안심을 시키고 불을 껐다. 구석에 있는 아주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거리의 네온 싸인은 실내등보다 더 화려하고 요란했으며 차들은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딸이 고생을 하나 싶으니 남편이 밉고 갑자기 화가 올라왔다. 잠이 들었는지 코고는 소리가 들려와 어둠속에서 가만히 내려 보니 예쁘게 잘 커서 고맙고 직장을 다니느라 살이 빠져 더 맘이 아팠다. 그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 시간들이 너에겐 약이 되고 별이 될 때가 오리라! 몸을 칼날처럼 세워서 딸과의 하룻밤은 쨍그랑 거렸다.

 

1년이 훌쩍 지나고 딸이 조심스럽게 자취한다는 말을 꺼냈다. 친구랑 함께 살면 방세도 나눠 내고 또 외롭지도 않다며 허락을 해달라고 하기에 집을 먼저 알아 본 후에 결정을 하자고 했다. 한 달 정도 열심히 찾아보더니 친구는 안 되고 회사에서 보증금을 대고 월세를 40만원 주는 원룸으로 가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고시텔이 아니라 원룸이고 자취라 살림을 다 준비를 해야 하고 혼자 살게 한다는 사실에 말리고 싶었다. 딸은 협찬을 받고 가능한 재활용을 할테니 제발 허락해주세요 하며 또 사정을 했다. 외삼촌과 회사주위로 해서 다시 알아보더니 결정을 했다며 연락이 왔고 회사담당자와 계약을 했다고 하며 좁은 방에서 탈출한다고 야호를 외쳤다. 이사 때 필요한 것 몇 가지를 보내고 또 서울에 있는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을 도움 받고 해서 이사를 했다. “어떻니?” 물으니 “엄마! 궁전이예요. 대박!완전 좋아요.” “밥을 어떻게 하며 반찬은?” 하니 “안 먹어도 배불러요.” 하며 “감사합니다. 허락해주셔서. 엄마! 돈 많이 벌어 다음엔 더 멋진 집으로 초대 할께요. 사랑해요” 하며 사진을 찍어 보내고 문자를 날리고 애교를 부렸다. 며칠 동안은

한 달이 지나 시간을 내어 필요한거와 반찬을 해서 원룸으로 갔다 . 이번엔 “오래있다가 가세요” 하였지만 출근을 해야 하니 다른 일정은 미루고 딸에게만 있다가 오리라 작정을 했다. 회사에서 걸어서 20분 쯤 걸린다고 해서 함께 걸어 원룸에 도착! 깔끔하게 새로 지어졌으며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2층이다 . “ 눈! 감으세요” 하더니 다시 번호를 꾹꾹, 따르르 소리가 났고 짜자잔! 눈을 떠서 보니 “궁전이다.” 라고 했던 딸 말이 맞았다. 6평정도 되나? 옷장, 책상, 싱크대, 세탁기, 욕실까지 일체형으로, 둘이 있어도 될 정도로 공간이 잘 짜여있어 나도 모르게 “와아! 정말 좋네!” 하며 딸에게 좋은 기운을 보냈다. 다시 짐을 정리하고 배치를 좀 다르게 옮기고 주위에 마트가 있다고 해서 필요한 것을 사서 저녁을 먹으며 “전보다 뭐가 제일 좋아?” 하고 물으니 “전에는 침대에 앉아서 팔만 뻗어 세수를 했는데, 지금은 세수를 하기 위해 몇 발짝을 걷는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고 꿈인 것 같아요.” 하며 방글거렸다. 그 말을 듣고 순간 머리에 번개가 꽂히는 것 같았다. 늘 넓은 집에서 당연히 걸어 생활을 했기에 딸의 그 말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경험을 한 딸이 대견했고 나 또한 지금 우리 집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를 딸의 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따뜻한 방에서 우린 꼬옥 안고 꿈나라로 갔었다.

 

 

벨이 울린다. 딸이다 .

“엄마! 동생 편으로 장조림과 새송이 볶음해서 보내 주세요. 반찬이 없어 고추장하고 살아요. 알랴뷰!!. 하고 바쁘다며 지 말만하고 끊는다. 자취허락만 해 주면 다 알아서 하고 반찬 투정 안 할 거예요. 하더니 모두 사라지고 문자로 외롭다, 힘들다, 짜증난다, 직장 그만두고 더 공부할까봐! 등등 낙엽처럼 불만이 매일 떨어져 내리지만 행복해지려고 열심히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딸아! 지금처럼 건강하게 감사하며 안주하지 말고 나누며 참으며 살으렴.

너가 자랑스러우며 소중하다는 사실이 정말 고맙구나 .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쳐들어가서 꼭 안아줄게 , 사랑해!! 아주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