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중 아직 독신인 친구가 며칠전 전화를했다
그 친구는 내가 초등 5학년에 상도동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하며 제일 먼저 내게 다가와 살갑게 해 준 친구였다
아버지는 서양화가셨고 우리집 만큼 많은 형제들이
있었으며 어머니는 꽤나 미인이셨는데 교편을 잡고 계셨다
친구집에 가서 유일하게 밥을 먹은 집이기도하며
그만큼 깔끔하며 정갈하신게 어린 내눈에도 알아졌다
우리집 분위기와 틀린 자유로움에 자주 놀러갔고
오빠 언니들이 어여쁘다며 토닥여 주는게
어찌나 좋았던지 대학생 언니 오빠가 멋져 보이기도
공교롭게 우리 어머니와 친구 어머니가 건너 아시는 사이시기도
친구도 우리집에 자주 다니며 단짝이 어느새 되었고
우리는 사립 중 고등학교도 같이 가게되었고
졸업을하며 그 친구는 미국으로 가버리고 나는 재수를 시작하고
친구가 그리워 한동안 친구 없는 집에 가끔씩 들리곤 하기도
꼭 십년만에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는 이미 두아이의
어머니로 살고 있었다
친구는 귀국하며 국내서 가장 큰 호텔로 스카웃 되었고
나는 친구와 확연히 달라진 둘의 위치에 약간의 주눅도 들었는데
가끔 내게 연락을해서 함께 식사도하고 차도 마시며
짧은 시간의 데이트를 즐기며 밀렸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곤했다
친구는 결혼 생각을 전혀 하지않았고 내가 나름 설득도 해 보고
사는게 서로 바쁘니 잦은 만남은 갖지 못하고 1년에 두어번은
토요일이나 친구 퇴근 후 만나는게 고작이였다
남자들도 사회생활엔 나이의 한계가 있는데
여자라고 예외는 아니기에
친구가 오십이 넘어가며 외국인 개인회사로 자리를 옮기며
내가봐도 부러울 정도로 삶의 여유로움을 보였다
유럽을 1년에 몇번씩 다녀오는 친구를 만나면
왜 그리 내 어깨가 쪼그라 들었는지
솜씨는 없지만 사 먹는 것 보담 낫다며 반찬도 가끔 해 주고
혼자 사는 친구가 마음에 가끔 걸리곤 했다
여자의 사회적 능력으로 결혼이 성사되는건 아닌지
친구가 사 십에 맞선도 몇번 봐도 인연이 아닌지 잘 되질 않았고
결국 친구는 지금도 궁궐같은 아파트에 혼자 산다
나이가 들어가니 친구들이 그렇게 예전처럼 좋고 편해진다
다른 친구들이 독신 친구의 얼굴 보고파해도
그 친구는 아직도 거드름(?)을 피며 유일하게 내게만
얼굴을 보여주곤 한다
이제 친구의 부모님도 모두 떠나시고 오빠들도 두분이나
떠나신 후 친구는 지독한 고독이 한번에 몰려 온다고
친구와 나의 인연의 시간이 보통 긴것이 아니며
미국 생활 십년을 빼도 그 세월의 숫자가 상당하다
12월에 둘이서 배낭 하나 메고 1박2일로 부산을 다녀 오기로했다
사실 요즘 내가 약간 더 바빠지긴 했지만
친구가 많이 외롭다는 걸 알기에
서로 주중에 시간을 맞춰 다녀 오려는데
정작 내가 걸리는게 많지만 툭툭 손 털고 다녀 오려한다
많은 가족이 함께하는 나조차도 혼자 일 때가 있는데
친구는 오죽하랴 싶기에
덕분에 나도 바람 쐬고 친구와 생애 처음으로 함께하는
귀한 여행이 될 것 이며 무엇보다 친구의 마음이 풍성히
채워지기 은근히 바라는 마음 이기도하다
사랑하는 내 친구야 너무 외로워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