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일하다보면 따끈따끈한 신간부터
오래도록 입은 옷처럼 소매 끝이 너덜너덜한 책까지 다양한 책을 접할 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인기 책도 좋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일이년 사이에 읽은 책 중에
감동이 밀려오고 그 감동을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년이 친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로 들어가 겪는 이야기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은 순박하고 욕심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등장인물도 거의 없는 세 사람의
소박한 이야기가 감동을 주었고, 책읽는 순간 순간 눈물이 맺혔다.
이 책은 인기가 많아 겉표지를 테이프로 붙이고 또 붙여서 비닐우산 같지만
책 제목처럼 영혼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미미의 프랑스 일기(미미)*
젊은 아가씨가 우리나라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넘어가 일을 하면서 직접 그리고 썼다.
글도 재미있고 간단한 그림도 귀엽고 느낌이 있다.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딸을 닮아있었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간 힘들어하면서도 일하는 게 재미있다는 딸처럼
미미도 외로워하면서도 이웃들 이야기를 코믹하게 표현한 에세이형식의 글이다.
*짬(주호민)*
만화책이다.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군 생활을 만화로 그린 실화이다.
재미없다는 선입견은 튀김에 기름을 빼듯 쪽 빼길 바란다.
도서관에서 만화부분 최고 인기 남은 식객이다.
물론 식객을 안 보신 분은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만
짬이라는 이 만화도 적극 권하고 싶다.
특히 군대 갈 아들을 두고 있는 어머니들이 보면 공감할 것이고
군대라는 곳이 고생만하고 위험하고 그렇지 안다는 걸 이 만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 아들도 내년에 군대를 간다. 아마도 그래서 이 만화에 눈길이 가게 되었고
웃음을 참느라고 입을 막으며 킥킥 거리며 보았다.
*그곳은 평화롭겠지(헤르브란트 바커르)*
혼자살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독백하듯 쓴 소설이다. 노환인 아버지와 농장이 배경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잔잔하게 쓴 표현들이 기가 막히다. 글은 이렇게 써야한다.
특별한 소재도 아니면서 특별하게 만든 작가의 재주.
노래도 그림도 글을 쓰는 작가도 우선은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한다.
타고나지 않으면 예술가가 될 수가 없다.
글 한 줄 한 줄이 아름다운 시였고 수필이었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인기 없는 책이지만 사람들이 몰라서 못 읽었을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대출해가는 책 중 하나는 일본 추리소설이다.
하도 많이들 빌려가기에 나도 궁금해서 몇 번 도전해 봤지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엄청나게 이상하고 괴상망측한 살인이야기들이었다.
문학적인 책은 확실히 덜 읽히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다.
*외딴방(신경숙)*
신경숙님의 글은 감성이 풍부한 글이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그냥 일상의 일들을 잔잔하면서도 남다르게 표현한
작가만의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 분이 인기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낸 책인데 지금까지도 계속 찾는 책
‘엄마를 부탁해’로 인해 확실하게 글 잘 쓰는 작가로 굳혀졌지만
외딴방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칠팔십 년대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스란히 그려낸 신경숙님의 자전적 소설이다.
나도 신경숙님처럼 이야깃거리가 다양해서 자전적 소설을 쓰고 싶지만 글재주가 없다.
이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정용주)*
아무도 모르는 산골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남자이야기이다.
쌀과 부식거리만 조금 가지고 무작정 강원도 산골로 들어간 나이도 잘 모르는 남자.
고향이 강원도라는 것밖엔 자신의 이야기는 절대 밝히지 않은 남자.
화전민이 살았던 집과 밭에서 개와 살고 있는 남자.
그러나 글 표현이 남달랐고 그 삶이 남달랐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혼자 산골로 들어가고 싶었다.
욕심만 버리고 세상 것만 뒤돌아보지 않으면 충분히 누구나 살아 갈 수 있다.
다만 세상을 버릴 용기가 없을 뿐.
그리고 여자라는 불리함 때문에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남자든 여자든 같이 갈 사람만 있다면 산골로 들어가
동물과 함께 꽃 기르며 글 쓰며 살고 싶다.
*법정스님이 쓴 책들*
십 년 전 장사를 할 때 축복해 주십사 하고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교회를 다니다 보면 주일만 지켜서는 안 된다.
성경공부도 해야 하고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을 묶은 모임도 나가야한다.
모임 인도자가 성경이야기도 하고 질문도 하고 일상이야기도 하면서
제일 감동 있게 읽은 책은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난 망설임 없이 “법정스님 책이요.” 했다.
다들 눈이 똥그래져서 몇 초간 나를 쳐다보더니 와하하하 하고 웃었다.
너무 솔직하다 못해 주책이고 엉뚱한가?
그 뒤부터 나는 재미있는 여자로 불리게 되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웃고들 난리다. 난 웃기는 여자가 아니고 솔직했을 뿐인데...
법정스님이 쓴 책중에 아무거나 한 권만이라도 읽어 보시길.
무소유, 물소리 바람소리, 오두막 편지, 인도기행, 봄 여름 가을 겨울, 등등등.......
힘들고 외롭고 속상했던 일들을 내 마음에서 멀리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내가 그랬으니까 내가 법정스님 글을 읽고 견뎌냈으니까.
절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신 무소유를 실천하신 스님의 일상이야기이다.
*빠삐용(앙리 샤리에르)*
이십대였는지 삼십대였는지 텔레비전을 통해 영화로 보았다.
그땐 만들어진 영화속이야기인줄 알았지 이런 황당하고 끔찍한 일이 실화인줄 몰랐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본인이 직접 쓴 경험담인줄 알게 되었다.
끝임 없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토록 질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활자로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누구하고도 얘기할 수 없는 이년동안의 독방생활은
많은 재소자들이 미치거나 죽었지만 빠삐용은 살아냈고,
여러 번 시도 끝에 결국 감옥에서 탈출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