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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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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남편을 유치장에 보낼 수 있나요?


BY 그림이 2012-10-12

 

 

아침에 일어나는 남편이 어지럽다면서 고개를 흔든다. 평소 엄살이 심한 남편인지라

예사로이 듣고 암 정기검진 날짜라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기위해 일찍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4년을 넘긴 나는 암의 두려움도 잊고 있다. 육중한 기계 속으로 들어가는 두려움도

초음파를 찍으면서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는 초조함도 세월 속에서 그저 검진으로

받아 드릴 수 있는 관대함이 면역으로 이어진다.

 

어지간히 큰 병이라도 현대의학으로 나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겨 큰 병을 앓고

있는 사람 앞에 다가가 건장함을 보여주며 위로도 한다. 그런데 병원에 가 있으니 둘째 아들이

전화가 온다. 아버지가 언제 부터 어지럽다고 하시냐고 묻는다. 오늘 아침이라고 대답하니 지금

 아버지와 병원에 와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니 커다란 약봉지가 눈에 띈다. 둘째를 불러 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진결과 심장에서

 뇌까지 혈액공급이 늦어 뇌졸중이 올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첫째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들에 나가서 하는 일도 부담이 되니 하지 말라고 했다. 저녁 때

아들이 전화로 엄마 아버지 꼭 담배를 끊으셔야 한다고 수차례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고 한다.

하루 두 갑을 태우는 남편은 그 말은 나한테는 속 빼고 말했다.

 

내가 암 수술 후도 간접흡연이 해롭다고 몇 번 시도 했지만 못 끊었다. 요번에는 자신에게 던져진

경고장이다. 골초인 남편을 두고 볼 작정이지만 이 번에도 고개가 저어진다. 그런데 남편이 불쑥

말을 던진다. 나 의지대로는 담배를 못 끊겠으니 유치장에 좀 갈 수 없나?

맞다 맞아 그래 한 일 년쯤 있으면 설마 끊겠지 하숙비는 두둑하게 부칠 테니까? 남편이 화를

 벌컥 낸다. 담배를 끊기 위해 유치장에 일 년 있으라는 말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이 사람아

 유치장에는 최고 29일이 만기이고 그 후엔 감옥소에 가야된다는 이야긴데 그래도 좋아 일 년을

살려면 중죄에 속한다면서 설명이 구구하다. 나도 뒤질세라 당신의 의지대로 못하니 물리적으로라도

 해야 되는데 방법이 없는데 당신이 그렇게 나오니 내가 동조한 거 아니야하며 대드니 그래도 못내

서운한빛이 얼굴에 역력하다.

 

그래도 나는 한 술 더 떴다. 만약에 당신이 담배로 인해 고약한 병이 오면 병 수발도 안해 주고

요양병원에 보낼 거야라고 하니 당신 나와 40년 넘게 산 부부 맞나 사뭇 서운해 하는 모습이다.

혹시 이 말이 자극제가 될 수 있으려나 속으로 기대해 보았지만 역시나 였다. 거실에 놓였던

재떨이가 베란다 구석에 움츠려 그 당당함이 안쓰럽다. 커다란 재떨이에 거득하던 꽁초는

 두가치가 외로움을 달래 듯 담배 곽 안에서 부둥켜안고 있다. 많이 줄이고 있음을 눈에 보인다.

 

최후통첩도 먹히지 않는 남편의 골초, 죽음이 문턱에서 기다란다고 해도 당당히 맞서려고 하는

강한 면역성을 가진 이름 하여 골초병, 아이들 초등학교 저 학년 일 때 삼 십 년도 훨씬 전에 일이다.

위경련이 심하게 와 입원에 있을 때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의사 선생님께 혼이 난 후 서둘러 퇴원한

 일도 있었다.

 

못 말리는 남편, 유치장이 아닌 그 어떤 곳에서도 끊을 장소가 없는데 보낼 방법이 없네요. 29일 동안

 하숙시킬 방법, 경범죄를 지은 바쁜 젊은이 대신 유치장에 들어갈 제도가 국회에 통과되면 좋겠네요.

70 영감 지금도 살짝 화장실 문 닫는 소리가 나네요. 한 개비를 물고 행복해 하는 모습, 컴 앞에 앉은

 내 눈에 환히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