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고 TV가 시끄럽다.
갈곳 없는 나는 그런 소리가 듣기 싫다.
마산에 사는 친구가 추석 전날 오겠다는 전화를 했다.
우리집에서 일박을 하고 추석을 보내겠단다.
같은 입장이라는 이야기다.
딸네 왔는데 딸이 시댁에 가기때문에 심심해졌단다.
함께 목욕도 가고 낙지마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병문안 못갔으니까 일박 이일 내가 다 쓸게.\"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송편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둥근달은 우리를 따라왔다.
\"같이 자자.\"
\"싫다.\"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고 각방을 썼다.
TV가 있는 방을 내어주고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친구는 늦도록 TV를 보는 모양이다.
방이 두개여서 다행이다.
추석날 아침 상을 도가니탕과 전으로 차렸다.
생전 처음 전을 한팩 사면서 맛은 믿지 않았는데 과연 그랬다.
\"도가니가 뭐꼬?\"
\"소 무릎뼈\"
\"니는 아는것도 많다. 근데 왜 영화 이름이 도가니고.\"
\"그건 모르겠다.\"
\"모르는것도 있네.\"
둘이 웃었다.
친구의 요청대로 서울 대공원에 갔다.
옛날에는 시골사람이 서울 오면 창경원을 갔는데 지금은 대공원인가보다.
동물을 보고싶다는 친구..
놀이기구를 타고 싶다는 친구..
겁이 없는 친구는 둘이 타자고 졸랐지만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친구는 젊은 사람들도 악 소리를 지르는 놀이기구를 빠지지 않고 올라타며 좋아라한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뱅글거리는 기구를 좋아할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이 많았다.
갑자기 윤지 윤하가 보고싶었다.
너무 많이 걸었나보다.
힘이 들었다.
친구의 딸이 전화를 한다.
친구는 딸에게 자랑을 한다.
\"내 친구가 아침을 떡벌어지게 차려줘서 잘 먹었다.\"
사위가 다시 전화를 한다.
친구는 딸이 있어서 좋다고 내게 자랑을 한다.
좋아보인다.
대공원 지하철 역에서 친구와 헤어졌다.
딸네 다시 가야한단다.
\"동작역에서 구호선으로 갈아타서 가양역에서 내려.\"
친구는 내 말을 메모했다.
\"동작이란 말이지..\"
오산에 도착하니 어두워졌다.
피곤해서 버스를 기다리지 못하고 택시를 탔다.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예상치 못한 추석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