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보냈다
휘영청 떠오른 한가위 보름달을 옥상에서 바라보며
남편과 함께 소원을 빌었다
요즘 시아주버님의 문병을 다니면서 여러가지로
느끼는 게 많은 시간들이다
지난 수요일에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아주버님이 암수술을
하고 입원중이다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만 몇 번 받고는
청도 산속으로 들어가셨었다
스스로 자연 속에서 치유해 보겠다고
그럭저럭 지난 겨울도 보내고 잘 지내시나 보다 했는데
일주일 전에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갑자기 도통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다고
서울로 와야겠다는....
큰집 조카에게 얘길하여 상황을 알아보니
아주버님이 치매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산속으로 가실 때 밀양에서 이용하는 택시기사의 말을
빌리자면 함께 장을 보러 갔는데 돈계산도 못하고
통장 비밀번호도 기억을 못해 대신 내주었다고 하여
조카가 돈을 기사에게 보내 주었다 한다
그 기사의 도움으로 서울로 오신 아주버님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를 뇌에 종양이 생겨 치매현상 증상이 나온
것이라 한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난 번 수술한 대장암이
폐와 간을 비롯해 뇌에까지 전이가 되어 대장과 소장 사이에
암덩어리가 크게 자라 소장이 대장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때문에
배가 아픈거라 급히 수술을 해야 된다고 했다 하여 수요일에
수술을 한거였다
수술날 아침에 남편은 일찍 가서 수술 들어가기 전에
얼굴 봐야 한다길래 아침 일찍 병원엘 갔다
조카와 질부가 간호를 하고 있었다
질부 말이 수술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니
의사가 수술 들어가기 전에 얼굴 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와서 보라고 했다는 얘길 한다
상황이 그 지경인데도 아주버님은 알 수 없는 얘기를
중얼거리며 청도에 다시 돌아갈 것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사실 아주버님은 젊어서부터 사업을 크게 했지만
워낙 돈씀씀이가 헤프고, 여자관계로 숱하게 사건,사고를
쳤고, 인생 말년엔 이혼까지 해 수중에 돈 한 푼 없고
집도 절도 없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되니 자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큰 짐을 더 얹어주는 격이 된 것이다
남편도 아주버님과 같은 업종에 오랫동안 종사해 왔지만
형제의 생활태도나 사고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라
늘상 아주버님은 남편에게
\"너는 돈을 다 어디다 쓰려고 그렇게 구두쇠로 사냐\"
며 타박을 하곤 했다한다
남편은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 두는 스타일에
낭비도 안 하는 성격인지라 그런 형님의 사는 게
마음에 들지를 않았었다
개미와 베짱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잘 나가던 형님은 급기야 우리에게 찾아와
당장 굶어 죽게 생겼으니 돈을 좀 해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한 적도 있었다
이번에 조카에게서 암수술비라도 받을까 싶어 아주버님이
들어 놓았다는 보험회사에 알아보니 그마저도 해약을
하시는 바람에 받을 돈도 없다는 소리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알뜰히 빼서 쓸 건 따 쓰고 결국 자식들에게
짐덩어리로 전락을 한 것이니 말이다
오늘도 추석 차례를 지내고 음식 몇 가지를 싸들고
남편과 문병을 다녀왔다
남편은 그래도 자기 형제이니 나중에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자기가 할 수 있는 도리는 하려고 애를 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잘 산다는 건 무얼까를 아주버님을 보면서
새삼 되새기는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