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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밤에 잠은 안 오고....


BY 그대향기 2012-07-12

 

 

 

내일은 두 주 만에 하루 쉬는 날이다.

오늘 억수같이 비가 오는 중에도 부산까지 출장을 다녀왔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앞차가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반대편에서 마주 오는 차가 튀기는 빗물이 마치 폭포수가 뒤집어져서 우리 차를 막아서는 것 같았다.

순간적이기는 했지만 캄캄한게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겠다..싶은 시간들이었다.

큰 차가 앞에서 달리면 얼른 빠져 나가고도 싶었다.

일반 승용차보다 더 넓은 타이어에서 튀기는 빗물은 가히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앞 유리에 확~끼치는 빗물은 누구를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미루고말고 할 일이 아니었기에 비가 와도 가야만 했다.

 

늘 신나고 즐거운 일만 하는게 아니라 힘들고 버거운 일도 많다.

그래도 짜증 안내고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싱글거리며 일을 곧잘 하는 아내가 내심 고마운 남편이다.

대강당의 수백개가 넘는 철재의자를 다 걷어내느라 땀은 비 오듯(?) 했지만 고성방가를 부르며 했다.

내가 안 거들어주면 남편 혼자서 하느라 얼마나 덥고 힘들까 싶어서다.

오늘 출장도 남편 혼자 보내면 그 많은 배달물건을 다리가 후덜거릴 정도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그리 편하지 않은 트럭 조수석이라도 부산까지 두시간 정도 단 둘이 드라이브 간다 생각하고 즐겁게 다녀왔다.

쉽게 읽혀지는 책 한권 들고 나서면 오고가는 시간에 다 읽어 좋고.

힘든 일 거들어준다고 보너스까지 덤으로 챙겨주는 남편이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보너스라함은 현금이 아니라 얼얼한 팥빙수 한 그릇이나 부산의 명물인 보수동의 헌책방순례~`ㅎㅎㅎ

 

선물이 갈급한게 아니라 늘 함께 하는 일이라 즐거운 것이다.

오늘도 남편은 얼마 전에 수술한 백병원 옆을 지나면서 치를 떨었다.

재발한 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 꿈이었기를 바랬다고 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남의 이야기로 들리길 바랬단다.

너무 억울하고 너무 허망해서 병원 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헛 것처럼 보이더라고 했다.

그 마음이 오죽했으면......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뒷통수를 맞았으니 얼마나 절망했을까 싶다.

다행히 더 나쁜 쪽으로 전이된게 아니고 그 자리였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기분이었을 것 같다.

아직은 나와 가족을 더 사랑하라 남겨주심에 감사드린다.

 

그래서 더 오래오래 같이 있어 주고 싶다.

아무짝에도 내 세울게 없는 얇팍한 내 자존심이나 없는 스타일은 무시하자.

맨날 일복으로 앞치마면 어떠랴?

겉이 화려하고 깔끔하면 막일을 어찌하누?ㅋㅋㅋㅋ

두고두고 후회하고 가슴 칠 일은 만들지말자.

남편이 없는 내 생활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복잡한 거 싫어하고, 어려운 거 안 하고, 돈 계산 같은 거 못하는 난데 어찌.....

꽃이나 사 모으고 시간만 나면 들여다 보고 잡초뽑고 꽃이라도 필라치면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는 것 처럼

반가워서 이리 와 보라고~이리 와 꽃향기도 맡아보고 이쁜 자태도 좀 보라고~

세상물정 어두운 마누라가 큰 덩치로 꽃만 좋아 폴짝폴짝 뛰는 폼이 귀엽다는 남편이다.

속으로야 에구.....이 철없는 마누라야 욕하거나말거나지만.

 

남편이 힘들면 나는 더  힘들다.

남편이 즐거우면 나도 같이 즐겁지만, 남편이 외로워하면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전에는 욕심그릇이 좀 컸다.

이 것도 하고 싶고 저 것도 갖고 싶고...

그러나 이제는 그런 욕심이 부질없음을 안다.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보다 남편이 건강하면 다 좋은 것이다.

얼른얼른 아이들 공부가 끝나고 마당 너른 집에서 텃밭이나 가꾸며 내 초록이들하고

남편과 함께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멀리 있는 친구들을 시골집으로 초대하고 내 밭의 푸성귀로 소박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

이건 지나친 욕심이 아니리라.

비 오는 밤에 잠은 안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