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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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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번데기는 깨끗하고 많았다(2)


BY 허허연 2012-07-11

 

\"너 돌사탕 알아?\"

\"응. 우리도 그런 것 먹었어.\"

\"국자에 녹여 소다 넣고 부풀면 먹고 나서 물 부어 끓여 먹는 거 말야. 할머니 얘기 중 최고는 돌사탕이야.\"

 

 

보현이네 가게에서는

연탄 불을 몇 개 내어놓았다. 보현이 아줌마는 아이들에게 5원을 받고 국자에 돌사탕 하나를 담아 주었다. 대나무 젓가락으로 지으면서 좀 녹았다싶으면 소다를 조금 넣어주셨다. 부드럽게 부푸른 달콤이를 먹고나면 물을 담아주신다. 그것으로 국자도 깨끗하게 하면서 달짝한 물을 마지막으로 마시면 \'돌사탕달고나코스\' 끝이다. 국자와 젓가락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고 다음에 오는 아이들이 그 국자로 다시 코스요리를 시작한다.

 

엄마가 부엌에서 우리에게 주려고 먹을거리를 만들고 계시는지 뭔가 엄마의 신바람이 전해진다. 냄비를 들고 들어오시는 엄마, 우리들 앞에 내려놓으시는데... 우! 돌사탕달고나 냄비버젼이다. 대나무 젓가락 대신 이 요리는 숟가락을 사용한다.

 

 \"이리와서 이거 먹어라. 보현이네서 사먹지 말고. 그 집엔 국자랑 젓가락 씻지도 않잖니? 길거리 먼지 다 들어가고 말야. 이건 깨끗해. 많이 먹어.\"

 

숟가락으로 퍼먹는 돌사탕달고나, 우리 사남매 먹는 얼굴 들여다보고 있는 엄마가 더 맛있어하신다.

 \"다 먹었어?\"

 

냄비를 들고 다시 나가신다. 그리고 다시 들어오신다. 냄비엔 물을 넣고 다시 끓이신다. 국자코스를 그대로 베끼셨다.

 

\"어서 먹어.\"

엄마의 돌사탕달고나 냄비코스, \'돌사탕달고나\' 냄비에 숟가락으로 먹어본 사람 많지 않으리라. 그리고 배불리 먹어본 사람도 많지 않으리라.

엄마는 재미있어했지만 우리는 그저 그랬다. 엄마가 알아차리셨다. 이튿날 국자를 네 개 사오셨다. 우리는 부엌에서 연탄불에다 돌사탕을 녹였고 돌사탕은 끝없이 나왔다.

 

\"번데기는 너무 씻어서 맛이 하나두\" \"단물이 다 빠졌구나\" 딸은 계속 웃어댔다.

 

학교 앞에서 \'뻔, 뻐언\'하며 외치는 번데기 아저씨의 호객행위는 효력이 있었다. 거기에다 고소한 번데기 냄새가 배 속까지 스미고 나면 참을 수 없다. 깔대모양으로 신문지를 길게말아 만든 번데기전용용기는 따뜻하고 적당한 보습이 훈훈하다. 손가락으로 집어먹다보면 포장만 길지 몇 개 안 들어있는 번데기는 금방 사라진다. 학교에서도 \'불량식품 사먹지말자\'라는 홈룸시간의 우리의 각오도 있었고 엄마가 보면 큰 일 날 일이라 얼마 안되는 번데기는 빨리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저만치 엄마가 오고 계신다. 시장에 가시는 것 같다. 좁은 골목 길에서 도망갈 곳도 없다. 정지해버린 뇌의 활동, 망연자실, 이 죄책감, 불량식품 번데기 식용죄인이라는 스스로낙인이 시간을 멈추어버렸다.

 

 \"아이구 이 더러운 것을 먹고 이게 얼마나 더러운 줄 아니 씻지도 않은 걸 하루종일 길거리 먼지 다 들어간 걸 신문지는 얼마나 더럽고 거기에 더러운 손으로 아이구\"

 

엄마의 호흡은 길었다. 숨도 안쉬고 나오는 엄마의 잔소리는 멈추어진 시간의 틈을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튼 엄마는 대단했다. 어떻게 아셨는지 번데기 도매상을 찾아냈다. 머리에 큰 양푼을 이고 들어오시는데. 그게 다 번데기란다. 방에 뒹굴며 소년동아를 보고 있는데, 엄마가 먹을 것을 해서 가져오셨다. 찌개냄비가 통째로 들어온다. 숟가락도 4개 담겨있다.

 

 \"번데기 먹자\" \"와 번데기다\"

 

그런데 몇 숟가락 먹어보지만 번데기가 뻣뻣하고 고소한 맛이 덜하다.

 

\"얼마나 더러운지 씻고 또 씻어도 누런 물이 나오더라. 열 번도 더 씻었다. 이건 정말 깨끗한 거다.\"

 

엄마의 번데기는 깨끗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