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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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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떠났다.


BY 그대향기 2012-07-02

 

 

 

 

이른 아침에 그녀는 불쑥 나타났다.

마치 하늘에서 뚝,.....떨어진 사람처럼 그렇게.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아직 잠이 덜 깬 걸까?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벤취에 누가 앉아 있었다.

밝아오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날씨에 안 맞는 긴소매 정장 차림으로

눈빛은 쫒기는 들짐승처럼 불안하게 일렁거렸다.

 

\"누...구..세..요?\"

내 눈엔 분명 수상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누구시냐고 단음절로 묻지 못하고

이리저리 살피며 천천히 물었다.

 

\"그냥..여기서 살면 좋을 것 같아서......\"

그건 거짓말이었다.

여기가 종교 기관이었으니 둘러 댄 말이었다.

그러면 선뜻 받아주고 도움을 줄 것 같았던 모양이다.

 

그런 그 여자의 행색은 누가 봐도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마당에는 엄청나게 큰 솥단지와 가스통 그리고 물통들.....

그 짐을 택시에 싣고 무작정 우리집으로 왔을까?

누군가  우리기관을 소개시켜 준 모양이다.

 

집도 크고 방이 많으니 받아줄 거라고.

아침 식사시간에 밥상을 차려 줘도 일절 입에 대질 않았다.

혼자서 주저리주저리....중얼중얼......쏼라쏼라.....

정상에서 많이 벗어 난 언행들.

 

우리집에서 같이 있어 줄 여건이 못되는 사람같았다.

경찰서에 의뢰하고  군사회복지과에 연락을 하니

한나절이나 다 지나서 사람들이 왔다.

다행히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이 집이고  정신장애 3급이고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지 꽤 된다는 것

지금도 치료를 받아야 하고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과거 미용사로 살았었고 피아노도 꽤 친다는 것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과거를  챙기질 못하고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왜?

그 여자는 정신장애가 올 정도로 힘든 일을 겪었을까?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정장이었지만 처음에는   멋쟁이 정장이었던 옷

까맣고 긴 머리에 굵은 웨이브, 갸름한 얼굴이    겁에 질린 듯 외롭던 그 여자

 

우리가 같이 있을 수 없는 형편이라  어쩔수 없이 경찰의 힘을 빌리고

병원의 힘을 빌려 작은 그 여자를 데려가게는 했지만

오늘 하루 온 종일 내내 그 여자가 안스러웠다.

생수병을 챙겨주고 간식거리를 갖다주면서 들었던 그 여자의 조용한 목소리

 

온전한 정신으로 살았더라면 참 고운 모습이었을거라는 내 생각 위에

그녀가 널부려 놓고 간 운동장 한 복판의 짐덩어리들이

마치 그녀의 지금 정신상태처럼 어지럽다.

보호자가 찾으러 올 때 까지 당분간만 임시 보관소가 되어야 한단다.

 

불안스럽게 일렁이던 그 여자의 눈빛이 자꾸 걸린다.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보호자가 찾아와서 안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날은 푹푹 찌는데 땟국물이 흐르거나말거나 하앴던 남방에 더 까만 정장차림으로도

더위를 못 느끼고 살아야 하는 그 여자가 지금 이 시간에는 어디서 무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