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 부지런히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마당으로 나오니 허름한 일복 차림의 아저씨가 밥을 먹을수 있냐고 묻는다 .
준비는 좀 덜 됐지만 올라 오시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마당의 테이블에서
먹고 가겠단다 . 때 이른 더위로 인해 마당은 뙤약볕인데 아무리 올라
오시라해도 아니란다 청국장을 끓여서 내다 드렸더니 1인분과 공기밥
한그릇 값을.먼저 계산을 하고 먹겠단다 .
구옥을 개조한 식당이다보니 주방에서 바깥이 안보이는 나를 배려 하시는거다.
수도 검침을 나온 아저씨가 불러서 나오니 내손에 천원을 쥐여주시며 밥을
한공기 더 가져 오란다 . 많이 시장하셨나보다 밥을 한공기 더가져 가서
천원을 돌려 드리고 \" 아저씨 이건 안받을래요 \" ... \" 왜요 ? \" \" 아까
한공기값을 더 받았으니 이제부턴 무한리필 이지요 \" 했더니 \" 나좀 편히 먹고가게
그냥 받아요 \" 한다 . \" 싫어요 \" 우기는 내손에 천원을 쥐여 주시더니 \" 나 밥먹을 거요\"
휙 돌아 앉는다 . 내가 졌다 . 청국장을 맛나게 먹는 아저씨를 바라 보면서
생선을 한토막 더 튀겨다 줄껄 후회가 들었다 . 1인분이라고 한토막만 튀겼으니 쩝 .......
15년전 그때에도 나는 주방 아줌마였다 .
점심 시간이면 화물 조합과 산림 조합의 직원들 그리고 일반 손님들에 여기저기 배달까지
그야말로 분단위로 뛰어 다녔다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서 식사후엔 본인들이 장부에
기재하고 월말이면 본인들이 계산해서 장부에 끼워놓고 가곤했다.
체구가 작은 아저씨 한사람은 올때마다 \" 나는 다른거 필요없어 고등어 두토막만 주면돼\"
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 고등어 이면수 꽁치 가자미 등등의 생선들을 돌아가며 튀겨
내는데 그사람이 오면 찿아내서 라도 튀겨다 주었다 . 주방을 도와주는 언니와 내가
고등어 과장이라고 별명을 붙여서 아이고 고등어 과장님 오셨네요 하고 불러 드렸다 .
그러던 어느날 .... 월말인데 장부를 정리하다보니 김** 어라 이분은 밥값을 계산
안하셨네 그 다음달도 어라 또 안하셨네 그런데 다 합쳐도 5개밖에 안된다 .
아마도 얼마 안되서 잊어 버렸으리라 물어 봐야지 ~ 그리곤 배달 가느라 또는 깜빡하고
며칠이 흘렀다 어느날 마침 배달에서 돌아 오는데 우르르 몰려 오길레 혹시 김**씨가
누구시지요 ? 하고 물었더니 \" 나요 \" 한다 .\" 아 고등어 과장님이 셨어요 하하하 ~
밥값이 결제가 안되셨길레요 \" 했더니 얼굴이 일그러 지면서 \" 내가 외부 출장이 많아서
사무실에 안있다 보니 금액이 얼마 안되길레그냥 둔건데 그걸 얘기를 하냐고 화를낸다 .
내가 얼른 받아서 \" 그러니까 깜빡 하신게 아닌가 했지요\" 그리고 나서 방으로 들어가
밥을 먹고 나오더니 그래도 화가 안풀렸나보다 . \" 야 이대리 너 돈갖고왔어 줘봐 \"
\" 아니요 그냥 왔는데요 \" \" 사무실에 가서 갖고와 \" 건네받은 돈으로 14000원을 주고나선
스스로 장부를 기재 하더니 \" 내가 누군줄 알아 과장이야 과장 사람을 어떻게보고\"
라며 씩씩대며 나갔다 .
그날 오후 3시쯤 가게로 전화가왔다 .
\" 나 김**과장인데 \" \" 네 왜?그러시는데요 ? \" 했더니 아줌마 앞으로 우리 직원들이나
다른사람들 한테 내 얘기 한번만 더 하면 가만 안둘거니까 그런줄 알아요 \" 한다 .
어이가 없어서 \" 내가 누구한테 얘기를 할 시간이 있어야지요 그리고 지금 만만한
식당 아줌마 한테 뭐 하시는겁니까 ? 지금 근무시간 이잖아요 일이나 하시지요 \" 했더니
내가 누군줄알고 까불어 내가 과장이야 과장 앞으로 우리 직원들도 밥먹으러 가지 말라고
했으니 그런줄 아시오 하길레\" 대단 하시네요 누군지 몰라서 물어본게 그렇게 잘못입니까 ?
그리고 많던 적던 매달 결제를 하는게 맞는 거래지요 과장이던 말단이던 노동자던 나한텐
다 똑같은 손님이고 일인분 이네요 당신이 과장이면 나한테 밥값 더냅니까 ?
당신이 과장이면 나는 사장입니다 끊어요 .\" 뚝 ....... 하하하
방년 38세의 혈기 방장한 주방 아줌마 였을때 해 보자고 덤비던 주방 아줌마가
이제는 노쇠하고 지친 주방 아줌마가 되었네요 .내가 누군지 알아 ? 의 고등어 과장님은
아마도 칠순을 바라 볼 겁니다 . 청국장을 맛나게 먹는 아저씨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때의 고등어 과장이 생각 나는건 무슨 이유 일까요 ?
아마도 혈기방장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나 봅니다 ??
고등어 과장님 당신도 잘 늙어가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