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우리 놀이터 나가자.\"
윤하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려니 윤지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우긴다.
\"할머니가 두개를 다 밀진 못해.\"
\"윤지는 혼자서 자전거 탈수 있어. 할머니가 밀지 않아도 되.\"
윤지의 말을 믿고 두녀석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요즘은 플라스틱 유아용 자전거가 가볍고 품질이 좋아서 아이들이 타기에 편리했다.
나는 윤하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윤지는 세발자전거를 운전해서 놀이터에 나가니 윤지는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 놀랬지요? 윤지가 자전거를 잘타서 놀랬지요?\"
\"그래. 놀랬다.\"
밖에 나온 윤하도 방실거린다. 윤하의 백일도 며칠 남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놀던 윤지가 누군가 빵을 먹는것을 보더니 집으로 가자고 졸랐다.
\"할머니 윤지도 빵 먹고 싶어. 집에 가자. 집에 가서 빵 먹을래.\"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오르기 힘이 들었는지 윤지가 갑자기 자전거를 두고 달아나버렸다.
유모차를 밀고 오르던 나는 난감했다.
한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또 한손으로 자전거를 밀고 오르다보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다가와서
도와주었다.
\"고맙습니다.\"
말을 하는 중에 저만치서 윤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빨리와! 할머니이..할머니이..아파..\"
유모차를 밀고 달려가보니 윤지가 아파트 출입문에 손가락이 끼어 있었다.
무거운 유리문을 혼자 밀다가 문이 닫혀버린것이다.
달려가 문을 열고 윤지를 안아올렸다. 손가락이 빨갛게 패어 있었다.
\"할머니가 빨리 왔어야지. 할머니 미워!\"
\"왜 혼자 달아난거야.\"
\"할머니 미워. 윤하를 놔두고 윤지한테 달려왔어야지.\"
집에 돌아와서 윤지의 손가락에 얼음찜질을 해주었다.
다행히 많이 다친것은 아니었다.
\"할머니! 윤지가 윤하 기저귀 갈아주는것도 도와줬다고 엄마한테 이야기 해줘야해.\"
\"말 안듣고 혼자 달아나서 다친것도 이야기 할거야.\"
\"아깐 윤지가 미안했어 할머니.\"
윤지의 말이 귀여워서 다시 안아주니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빵 줘.\"
배가 고팠는지 우유와 빵을 두개나 먹었다.
\"할머니 산책 가자.\"
\"싫어. 또 혼자 달아날거잖아.\"
\"아니야. 아깐 미안했어. 이젠 안그럴게. 자전거도 안가지고 가고 할머니 옆에서 산책할거야.\"
\"정말이야? 약속 할수 있어?\"
\"응. 약속!\"
우리는 다시 윤하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파트 정원에 나갔다.
\"산책이니까 놀이터는 안갈거야.\"
\"그렇지. 산책이니깐.\"
윤지는 내 치맛자락을 붙들고 나란히 걸었다.
\"할머니! 산책하니까 기분 좋지?\"
\"응. 기분 좋아.\"
\"산책도 재미있지?\"
\"응. 재미있어.\"
\"할머니 집에 언제 갈거야?\"
\"내일.\"
\"더 있다 가면 안돼?\"
\"안돼.\"
우리는 아파트 정원을 한바퀴 돌다가 힘이 들면 벤취에 나란히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엄마는 언제 올거야?\"
\"엄마는 이사 갈집을 구하러 다니니까 시간이 좀 걸려,\"
\"이사가 뭐야?\"
\"집을 옮기는거야.\"
\"윤지는 이사 가는거 싫어.\"
\"아빠 회사가 너무 멀어서 집을 옮겨야해.\"
\"그럼 아빠가 좋은거야?\"
\"그렇지. 아빠가 힘들면 윤지도 나쁘잖아.\"
\"알았어.\"
윤하를 재우고 나서 하품을 하는 윤지를 안았다.
\"노래 해줘.\"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자장 자장 우리 윤지 자장..꽃같이 어여쁜 우리 윤지야...\"
졸던 윤지가 눈을 뜨고 꽃같이 어여쁜 우리 윤지 귀절을 다시 부르란다.
꽃같이 어여쁜 우리 윤지야...
나는 같은 귀절을 반복하면서 잠든 윤지를 침대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