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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문병을...


BY 시냇물 2012-05-05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많은 아이들이 노래하는 어린이날에

작은딸램의 딸(외손녀) 폐렴으로 입원해 있는 병원엘 다녀왔다

 

지난 1일에 입원을 했는데 그동안은 큰딸램의 딸을 돌보느라

시간을 낼 수 없어 오늘에서야 겨우 가 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어린이날인데 병원에서 맞이하는 손녀가

안됐기도 해서 부랴부랴 오전에 집을 나섰다

 

관악구 우리 집에서 김포의 끝자락에 있는 병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어 도착을 하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음에도...

 

마침 그 병원은 작은딸램의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이제 막 딸램이 입사를 한 터라 좋으면서도 들어간 지

며칠 되지도 않은터에 아이 때문에 연속으로 직장에 빠지는 게

눈치가 보인다기에 더욱 염려가 되었다

그동안은 사위와 딸램이 하루씩 번갈아 가며 회사도 결근을 하며

손녀를 돌보아서 주말엔 퇴원을 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손녀의 상태가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고 다음 주에 퇴원을 하라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고 하니 당장 돌볼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 무척이나 애가 탔다

 

휴, 사는 게 왜 이다지도 빡빡하기만 한 지

 

병원엘 가서 보니 손녀는 다행히 열은 안 났지만

목에선 계속 가르릉 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슴에 손을 대보면

속에서부터 그르릉그르릉 가래 끓는 소리가 나서

전문가가 아닌 내가 생각하기에도 당장 퇴원을 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이제 한창 활동량이 많은 3살이다 보니 어찌나 움직임이

많은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링겔을 꽂은 채

휠체어에 앉아서는 온 병실을 돌아다니고, 링겔 줄이 끊어질까 봐

딸램은 쫓아다니며 줄 건사하기에 바빴다

어른도 며칠만 병원에 있으면 갑갑해서 몸살이 날 지경인데

 이제 조금씩 말을 하며 한창 뛰어다닐 시기에 병실에

갇혀 있다보니 곁을 지키는 어른이 다 녹초가

될 것 같았다

휴일엔 어찌 지내 본다지만 당장 월요일부터가 문제다

회사를 더 이상 빠질 수도 없는데 손녀는 월요일도 퇴원이

될 지 미지수이기에

 

그래도 어찌나 종알종알 대며 노래도 하고, 율동까지 곁들이며

재롱을 떠니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고 할까?

모처럼 안사돈도 만나게 되어 이런저런 얘길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 저녁 때가 다 되었다

 

안사돈 역시도 회사를 빠질 수가 없는 상황이고 보니

이래저래 딸램의 걱정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나 역시도 마음이 가볍지가 않았다

 

혼자 벌자니 생활이 힘들고, 또 맞벌이를 하자니

아이가 아플 땐 당장 엄마들은 입장이 난처해지기만 하고

참으로 살기가 너무도 빡빡한 요즘 서민들의 현실이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오니 철없는(?) 남편은

내가 저녁 시간에 맞춰 돌아오지 않았다며

손녀의 상태는 어떻더냐고 묻지도 않은 채

내게 싫은 소리를 한다

내가 마치 어디 가서 놀고 오기라도 한 양....

 

어찌나 서운하던지,

아니, 삼 시 세끼 꼬박꼬박 해 바치는 내게 그만한

아량도 못 베푼단 말인가?

 

요즘이 어떤 세상이라고,

해 놓고 간 밥 있겠다 좀 늦으면 알아서 차려 먹으면

좀 좋을까?

 

이건 그동안 내가 너무 길을 잘 못 들인 탓일까?

 

에구, 내 팔자야

 

누구 탓을 할까?

 

내 발 등 내가 찧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