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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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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4).


BY lala47 2012-04-27

사월이 지나가고 있다.

신록의 오월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루루 떨어지는 벚꽃 또한 아름답다.

찬란한 봄볕에서 평화를 본다.

산 넘고 넘어 도달한 내 시간도 이제 평화롭기를 기원한다.

 

복지관에서 남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잘못살아온 길에 대한 성찰을 한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넘은것은 산이 아니라 작은 언덕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아팠던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아픈 사람이 많음을 왜 몰랐을까.

나는 과연 진심으로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해보았던가.

자신에 대한 사랑에 급급했던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베풀수 있는것이 있다면 베풀어야겠다.

외로운 사람에게 위로가 될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십오년동안 풍수지리를 공부했다는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소설에 삽입시켜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솔깃해졌다.

풍수지리를 공부하다보니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고 한의학까지 공부를 했다는

의사 선생님의 박식함에 감탄을 하며 나의 무식함을 깨달았다.

산세가 인재를 배출했다는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알고 싶은것이 많아서 자꾸 질문을 하다보니 나의 무식을 더 폭로하고 말아서 웃었다.

\"작가가 그것도 몰라요?\"

어쩌다 작가라는 명칭이 붙어서 이렇게 야단을 맞는가 말이다.

계획하고 있는 \'가회동 사람들\'을 그냥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더 많은것을 공부해야겠다.

 

내가 누구의 아내였던 시절의 기억은 까마득하게 멀리 가고 있다.

아마도 묻어버리고 싶은게다.

\"엄마  마늘장아찌 떨어졌어.\"

아들의 말에 엄마라는 직책은 영원하다는것을 새삼 깨닫는다.

할머니 기다리느라고 잠을 안잤다는 윤지의 말에 나의 새로운 직함도 영원한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를 보고싶어하는 손녀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우울한 일은 다 걸러내고 행복한 일만 마음의 소쿠리에 남겨두고 싶다.

내게 등을 돌린 사람들은 이제 잊어야겠다.

내게도 이유가 있었듯이 그들도 그들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것이다.

우리는 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더 어쩔수 없는 무엇이 있다.

그래..어쩔수 없었겠지..

어찌할수 없는 관계는 그대로 묻을수 밖에 없다.

묻어두고 더 시간이 지나기를 바랄뿐이다.

 

사십년을 함께 한 남편을 잘라낼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마땅치 않으면 잘라버릴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에 할말을 잃었다.

독하다는 말로 들렸고 겁이 난다는 말로 다가왔다.

내가 무서운가보다.

어느새 나는 무서운 여자로 둔갑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보인다면 또한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내게 시간이 얼마나 허용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필요한것은 시간이다.

해결책은 시간밖에 없음은 사실이다.

육십육세를 황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무르익은 인생의 절정기라고 생각한다.

해서 나는 또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