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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BY 시냇물 2012-04-27

 

어제 모처럼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전날 저녁까지는 하루종일 비가 오길래 내심 걱정이 되어

하늘은 얼마나 올려다 보았는지...

 

주중에는 집에서 외손녀를 돌보느라 하루종일

집밖에 나가보지 않고 지내는 날도 많은지라

봄이 왔는지, 꽃이 폈는지도 모른 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아쉬운 봄은 우리 곁을 떠날 채비를 하나 보다

 

요즘의 내 유일한 행복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성당 독서모임이다

한 달 동안 우리가 정한 책을 읽고나서 마지막 주 목요일에

모여 서로의 느낌을 나누다 보면 같은 책을 읽고서

얼마나 다양한 생각들이 있는지를 배우게 되니

정말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다

 

그동안은 주로 실내에서만 모임을 하다 이번엔

날씨도 좋은 때라 과감히 소풍을 가기로 정하고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담당하였다

 

다행히 소풍날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눈부시게 화창하고, 기분마저 날아갈 듯 한 게

마치 어렸을 때 학교에서 소풍가는 어린애같은

마음으로 설레기까지 하였다

 

그걸 보면 몸은 늙어도 마음은 쉽게 늙지를 않나보다

 

아침 일찍 잠이 깨어 전날 재워 둔 돼지고기를 팬에 구워

먹기 좋게 잘라 한 통 담고, 옥상에 올라가 그동안 아껴두고

따 먹지 않았던 연하디 연한 상추와 쑥갓도 뜯어

하나하나 깨끗이 씻어 비닐팩에 넣어 가방에 담으니

어느새 마음은 서울대공원에 가있는 듯 하였다

 

10시가 되니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어 3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향하니 두둥실 하늘을

나는 풍선마냥 마음이 부풀기 시작한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엔 관광버스를 비롯해 승용차도 제법

주차가 되어 있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소풍 나온 꼬맹이들과 어울려

우리도 코끼리열차를 타고 동물원 입구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아쉽게도 벚꽃은 지난 밤 강한 비와 바람에 다 떨어져

바닥에 온통 하얗게 꽃잎이 눈처럼 깔려 있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적당한 위치에 있는 정자에 자리를 깔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각자 준비한 책읽은 소감을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춥던지

수녀님의 \"우리 저 쪽 햇빛으로 좀 나가면 안될까요?\"

이 한 마디에 이구동성으로 \"그래요, 그래요 우리 따뜻한

곳으로 옮겨요\"

에구, 우리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젠 추운 건 질색....

 

이렇게 우리의 나눔을 마치고 즐거운 점심 시간

 

잔디 위에 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푸짐한 음식들을

꺼내 놓으니 부페가 따로 없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찰밥에 무공해 상추와 쑥갓,

들깨가루를 넣고 맛있게 볶은 고사리와 취나물

야채 샐러드, 묵은지와 물김치, 구수한 된장국, 따뜻한 고기 볶음까지

입 안에 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라

\"하하, 호호\" 웃음이 떠나질 않는 맛있는 식사를 함께 나눴다

 

더불어 간간이 이어지는 회원들의 입맛 돋구는 우스개 소리까지

곁들여지니 이 보다 더한 행복은 없는 듯....

 

딸램은 모처럼의 엄마 소풍을 망칠세라 고맙게도

휴가를 내어 손녀를 전날 집으로 데리고 갔다

소풍을 빛내주는 위로금까지 주고서...

 

이렇듯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의

유쾌한 시간을 갖는 것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울러 마음이 양식까지 한 보따리 풍성하게 얻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