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지에 봄비를 잔뜩 내려놓고서 하늘은 더없이 맑고 깨끗합니다. 다음달 말일부터 유격훈련에 들어간다는 큰아이가 내심 걱정이 많이 됩니다. 두어달 전에 훈련을 받다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하고 다녔답니다. 덕분에 한동안 군생활이 좀 편했다죠. 주위 동기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좀 부담스러워도 하네요. 지난 월요일에 특별외박을 받아 집엘 다녀갔습니다. 불편한 몸인데도 임무를 더없이 잘해서 받은 포상이라고 다른 몇몇 동기들은 시외로 나와 놀다 들어가는데 우리 아들은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집에까지 찾아왔네요. 정말 기특하고 고마웠어요. 하룻밤도 자지 못하고 갈 수밖에 없었지만 가는 길에 버스를 태워 보내면서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하면서도 뭉클했습니다. 앞으로 한달정도 연락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도 훈련 마치고 나면 휴가라서 그것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첫 아이를 군에 보내고 참 힘들었었는데 벌써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나 이젠 어디서도 사회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고 늠름해졌습니다. 아, 군대라는 곳이 이런데이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답니다. 너무 철이 들어버려서 이젠 엄마가 많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장성해 내심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맘이 좀 복잡하네요. 마음은 늘 아들 곁에서 머무는데요. 엄마의 마음은 오늘도 역시나 길을 따라 큰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가족이 모두 한번 면회를 가본적이 있어 그 내비게이션을 따라 길을 찾아갑니다. 요즘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요. 못 갈길이 없으니까요. 복잡한 서울 시내에서 길을 헤매기도 하고 가다 정체 또 가다 정체하면서도 아들을 만날 설레임에 그 긴시간도 계속 마음은 두근두근 거립니다. 먹을 것도 가까이 있으면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데 자주 찾아가 볼수 없는 형편이라 미안한 마음도 같이 따라갑니다. 저기 아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멋진 군복을 입고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네요. 어이구 울아들 힘들었지? 잘 있었어? 하며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줘도 그 나이에 마냥 좋아하네요. 엄마는 간만에 활짝 핀 얼굴에 웃음을 잔뜩 머금고 아들을 안아주네요. 이렇게 마음으로라도 아들에게 면회를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