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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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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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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풍경


BY 올빼미 2012-04-18

   한 작은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난  아직 초등생이었던 아이들과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대도시보다 교통편도 널널하고 자전거 타기 좋은 산책길과 잘 정비된 강변둑길은 무척 매력적인 곳인다.

 

  몇년전 10월말경이었던것 같다. 그날도 퇴근후 저녁을 간단히 챙겨 먹고 제비 새끼들처럼 엄마를 기다린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늦은밤 엄마와 자전거를 타며  가을 노을보기,

강변 철새들의 푸다닥거림과 내음들을 참 좋아했다.

그날 감기끼가 있던 작은 딸아이가 따뜻한 음료가 먹고 싶다고 했다.  자전거 타기의 묘미는 모험이다.

평소하지 못하는 것 해보기,  혼자 가기 힘든 길 달려가기등등....

근처 농협에 들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율무차를 눌렀다.  따뜻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율무차를 꺼내 들었는데

율무는 없고 따뜻하고 밋밋한 물만 나왔다.  아이들은 울상이 되었다.  

난 딸아이에게  제의를 했다.  자판기에 고장이라고 붙여 놓아야겠네..하고. 

\"엄마!  350원은 어떻해?....\"  아들 녀석이 뜬금없이 물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의논을 하여  포스트잍에다 350원에

대한 사연과 엄마의 농협 계좌번호를 적어 놓기로 했다.  아마 농협은 큰 기업이니 반드시 엄마 통장에 다음날

메모를 확인하고 통장에 입금 시켜줄거라며... 아이들은 율무차는 마시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기대로 한껏 부푼가슴을

안고 무사히 즐겁게  자전거타기를 마저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일을 그다음날 부터 잊고 있었다

 

두어달후  또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그날은 자전거도 타고 장도 보고 통장 정리도 하기 위해서 였다

농협으로 아이들 학교 급식비등이 빠저 나가기때문에 주기적으로 입금과 통장확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통장에 \"350원\" 이 입금 되어 있었다.  10월 어느날짜였다.

난 아이들에게  통장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너무나 기뻐했다.  두아이 눈이 기쁨과 고마움과 엄마의 슬기에 감탄한듯한 감동으로 반짝였다.

\"엄마,  너무 너무 고마운 은행이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  난 크면 농협에만 입금할래요\"한다

10월 어느날의 색다른 재미난 추억으로 돌리고 잊고 있었는데  내가 아이들 보다 더큰 감동을 받았다.  밤동안

누군가 나의 메모를 찢어 버렸거나, 다음날 청소하시는 분의 실수등으로 어떻게 되었거나, 농협 담당자가 별거다 붙여

놓네 하며,  무시 할수 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이들과 재미난 추억 쌓기 정도로 여겨 버렸는데...

 

   몇년이 지난 어제,  그 농협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에 또 늦은 저녁에 장을 보러 갔다 .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녀석과

아직 예쁘기만한 딸아이와 당연히 자전거를  타고서였다.

이층 매장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자판기 있는 곳에서 어떤 신사분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마 음료를 뽑았는데 거스름이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담당자 나와라,  이따위로 일을 하는냐,  천만원 넣었는데 너희 사장나와 책임 져라...등등

그곳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분들은 전전긍긍 하고 있었다.

요즘은 대형 매장들의 작태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매너도 작태 수준을 넘어 서고 있는듯하다.  대형마트는 고객 보상 제도가 있나 보더라.  그래서 고객들은 보상 받기 위해 생떼를 쓰고 직원들은 자신들의

어깨에 지워지는 책임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말도 되지않는 생떼에 가족들 목숨을 걸고 있는것 같아 안쓰럽다.

 

\"엄마!  엄마처럼 메모를 붙여 놓으면 될텐데.. 그럼 그다음날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  저 아저씨는 혼만 내고 있네...\"

 

아마 그직원의 가족들이 이모습을 보았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매일 밤마다 같이 하지 못하는 아빠지만 그런 힘든 모습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지 않는 아빠가 새삼 예쁘기까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