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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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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3).


BY lala47 2012-04-18

친구들과 연세대학교 백양로를 걸었다.

아스팔트가 깔린 백양로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사십년만에 만난 친구와 마산친구와의

데이트는 즐거웠다.

곳곳에 핀 목련과 벚꽃과 진달래와 개나리는 우리를 봄 한가운데로 안내하기에 충분했다.

사십년전을 추억하면서 이야기는 그칠줄 몰랐다.

윤동주 시비앞에서 우리는 국문학도로 돌아가 시를 읊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아카라카를 외치며 응원연습하던 곳에서 옛일을 회상하며 청송대에 올랐다.

어느새 세월은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던가.

우리에게도 찬란한 젊음이 있었거늘...

\"황진이 시조 하나 읊어봐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사십년 만에 만난 친구가 옛이야기를 하나 했다.

\"옛날에 내가 너를 우리 오빠와 짝지어주고 싶어했잖니.그래서 네 생년월일을 우리 엄마에게

갖다드렸었어.\"
\"난 너희 오빠를 한번도 본 기억이 없어.\"
\"네 사주가 외로울 고자가 세개나 있다고 우리 엄마가 말리셨지. 부부사이가 좋을순 없다고.\"
\"그럼 나는 누구와 결혼을 해도 백년해로 못하는거였군.\"
\"그럴지도 몰라. \'시앗\'을 읽으면서 어쩜 네 사주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그럼 이 모든것이 내 탓이라는 이야기네.\"

팔자라는것을 이야기하면서 산길을 올랐다.

\"그게 팔자라는거지.\"

 

내 사주때문에 누구와도 백년해로가 어렵다는 말은 얼마전 누구에겐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와 재혼을 희망하던 어느 남자가 내 생년월일을 묻더니 나를 포기하는 이유로 내 사주에 대한 말을

했을때 나는 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 나이에는 누구나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것은 사실이고 현실이다.

외로울 고..

고독을 벗삼아 즐기며 살면 되는것이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 했거늘...

 

연세대 교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이화여대로 넘어갔다.

여성스러운 교정은 연대보다 운치가 있었다.

연세대 건물의 웅장함보다 이화여대의 건물들은 낮고 예뻤다.

젊은 시절에 보지 못했던것이 이제 눈에 보인다.

연대와 이대를 넘나들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이화여대를 나와서 신촌의 커피숖에 앉았다.

신촌의 벚꽃놀이가 한창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앉으니 우리도 옛날로 돌아간듯하다.

봄은 추억과 함께 우리에게 찾아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