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데 마음은 겨울이었다.
상처의 골이 깊었던게다.
친구의 문자에 오케이를 답하고 차를 몰고 경북 의성으로 향했다.
의성은 친구의 고향이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고 편안한 시골집 잠자리도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문경세제를 지나며 산세의 아름다움과 벚꽃 행렬에 감탄을 하면서 운전대를
친구에게 넘겨주었다.
\"난 이제부터 꽃 구경 좀 하게 운전 교대하자.\"
졸던 친구가 일어나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운전석으로 옮겨 앉았다.
어느새 벚꽃이 이렇게 흐드러지고 있었을까..
와아..좋다.
의성 골짜기에 당도를 하니 우리가 왔다는 전갈에 군청 직원도 나왔고 젊은 이장도 우리를
맞이하러 나와주었다.
십팔년 장기집권 이장이라는 말에 웃었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으니 대접이 융숭하다.
시골집 마당이 이쁘기 그지없다.
\"레이디 경향에서 뵈었습니다.\"
시골집 주인이 내게 아는척을 했다.
오랜 기자생활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미 내 소개는 미리 되어 있음을 눈치챘다.
\"유명하신 분이야. 이쁘지?\"
친구가 허풍을 떤다.
차 트렁크에서 책을 꺼내어 선물로 주니 좋아했다.
책을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시골밥상엔 갖가지 산나물이 있었고 군청 직원이 마련한 이차는 단란주점이었다.
시골 골짜기에도 단란주점은 있다는 말에 웃었다.
맥주를 한잔 받았지만 가무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내일은 안동 하회마을로 모시겠습니다.\"
군청 직원이 내게 말했다.
예상치못한 융숭한 대접이었다.
시골집으로 돌아와 친구는 고향사람들과 지내게 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일찍 나를 데리러 온 군청 직원을 따라서 안동 하회마을로 향했다.
강을 따라서 동그랗게 돌고 돌아 마을이 있기때문에 하회마을이라고 설명을 한다.
\"난 꽃 화자인줄 알았는데 물 하자군요.\"
낙동강이 태극모양으로 돌아 흐른다고 해서 하회(河回) 마을이란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국보2점 징비록 하회탈 병산탈이 있고 국보 4점등 22점의 문화재가 있고
충효당내 영모각에는 서애선생의 유물 100여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유줄불놀이등 유무형의 양반문화와 서민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전승되고 있었다.
정조시대에 지었다는 한옥은 볼만했다.
참으로 많은 한옥과 초가집을 구경하면서 걸어다녔다.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다디미 소리에 방으로 들어가 흉내를 내어보기도 하면서 한옥마을을 돌아다녔다.
제기차기를 해보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의성으로 돌아와 이장님 집에 들려 선물을 받았다.
하루 더 묵었다 가라고 붙잡는 시골집 주인은 아쉬워 했지만 어둡기전에 출발을 해야한다며
사양을 했다.
\"이곳 빈집은 천오백만원이면 살수 있습니다. 집필실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관리는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마도 대답하며 인사를 했다.
주말의 봄은 그렇게 지나갔다.